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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문학] 프로즌 뒷 이야기, True Winter again-8

Vuelie(221.145) 2014.04.18 23:09:35
조회 2064 추천 43 댓글 14
														

 통합포탈 : 프로즌 뒷 이야기, True Wint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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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vx2iT



그 사람은 엘사 여왕과 사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닌 것도 아닌 것 같은 그런 상태였어요.”

 

, 말 참 어렵게 한다.”

 

아 뭐요. 이렇게밖에 표현 못 하겠어요.”

 

어느새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편해졌다. 크리스토프는 투덜거리면서도 신기하다 생각하며 마저 이야기했다.

 

안나 얘기를 들어보면 이건 뭐 완전히 결혼까지 약속한 것 같지만, 같이 온 올라프 얘기까지 함께 들으면서 적당히 걸러 들었어요. 그랬더니 대충 그런 상황이더라고요.”

 

, 되게 능숙하다.”

 

……하하. 퍽이나 고맙네요. 어쨌든 가을쯤에 그 사람을 처음 봤어요. 애러건 공작이요.”

 

애러건(arrogant)? 이름이 뭐 그래? 거만하다고?”

 

그러게요. 뭔가 의뭉스러운 듯하면서도 날카로운 사람이었어요. 되게 똑똑해 보였어요. 그런 카리스마에 끌렸던 것 같아요.

저는 당시에 한창 절박할 때라서 다른 누구와 얘기를 해야만 했고요. 안나와 관련된 다른 사람-이나 눈사람이나 순록-말고요.”

 

그래서 그 사람한테 따로 상담이라도 요청한 거군. 남자들끼리.”

 

, 비슷해요. 사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따로 얘기하자는 말이 나와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놀랐어요.”

 

그 사람도 동시에 얘기를 꺼냈다고?”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조용한 방에 따로 들어가서는, 그 사람이 먼저 나한테 할 얘기가 뭔지 물어봤어요.

나는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답답함을 다 쏟아놨어요. 활달하고 한껏 열려 있는 공주 여자친구에 비해 내가 너무 못난 것 같다고요.

한참을 얘기했고, 공작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어요. 당신처럼 공감하는 그런 표정이 아니……”

 

철가면이 씌워진 죄수에게서 어떻게 표정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인가? 크리스토프는 말이 막혔다.

 

그래서 공작은 생각만 하다가 끝났나? 왜 얘기를 하다 말어?

 

, . 곰곰 생각하더니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정의해주더라고요.

나는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타인과 오랫동안 떨어져 혼자만 지내다가 이제야 더불어 살게 돼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거라고.”

 

말이 안 되는 듯하면서 되는 것도 같고.”

 

그럴듯하죠.

그러곤 조심스레 이어서 얘기했어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자기유배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혼자서 생각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익숙한 모든 것들과 따로 떨어져서, 말이에요.

그러고 나서 내가 공작은 할 얘기가 있냐 물어보니까,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아무것도 아니라 하더라고요.”

 

……”

 

물론 아무리 내가 절박했어도 그런 처방을 듣고 덜컥 실행할 수는 없었어요.

일단은 정말 맞는 말 같았지만, 안나를 떠나 있는 걸 상상하기도 좀 힘들고. 엘사 여왕, 스벤, 올라프도 마찬가지고요. 초상화 가지고 투덜대고 우울해하긴 했지만, 어느 샌가 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내가 익숙해진 거예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못해 그렇게 충동적으로 도망치듯 여기까지 온 거야?”

 

그렇죠. 그 동안 공작이 계속 설득하기도 했고요.”

 

이상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뭐가요?”

 

아니, 사춘기일 수도 있고, 그래서 자기유배니 뭐니 필요할 수도 있어.

그런데, 그렇다고 여자친구나 평생을 함께 해온 친구한테도 말 한 마디 없이 떠나와야 했나?”

 

그게, 얘기하면 못 떠나게 막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이런 얘기 터놓는 게 좀 꺼려지기도 하고요.”

 

너는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지려고 온 거 아냐?”

 

그렇죠.”

 

그런데 너 자신에게 진실해지려고 함께 한 사람들은 속이고 와도 되는 거야? 이상하지 않아?”

 

? 그건……”

 

그리고, 이제껏 혼자 지내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서 혼란이 온 건데, 왜 그 해결책으로 다시 홀로 떨어지는 쪽을 선택해야 하지?”

 

“……”

 

내가 보기에, 너는 기본적으로 너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 성격이 과묵하네 어쩌네 하는 문제가 아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낯설어서 그런 것도 아냐. 초상화는 어때? 네가 조금 흐릿하게 나온 걸 가지고 왜 그 지경으로 자기부정까지 흘러가지? 그걸 또 상담한답시고, 넌 지금 네 주관도 없이, 익숙하게 잘 지내는 사람들한테서 떨어져 나오라는 꺼림칙한 조언에도 덜컥 흔들려서 온 거잖아.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크리스토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고개 끄덕이지 마. 너 자신을 돌아보라고.

넌 뭐야?”

 

나는, 그러니까 나는……”

 

서던 아일의 유명한 시인은 이런 말을 했어. ‘자기 세계가 마땅히 있는 사람이라야 다른 세계를 품어줄 수 있다.’ 네 세계도 없는데 누굴 품어주고 누굴 사랑할......

 

죄수는 열띠게 말하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그 사이 크리스토프는 죄수가 깐죽대며 넘겼던 과거로 생각을 돌이켰다.


먼 옛날, 그를 받아준 지 얼마 안되었을 때 패비 할아버지가 해주던 이야기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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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네가 얼음을 잘 캐고 썰매를 잘 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


에이, 뭐예요 그게? 얼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요?”


차갑고 딱딱한 얼음을 쪼개서, 급기야는 녹이는 것.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란다.”


진정한 사랑이요?”


그래. 그건 서로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확고해야 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힘 쎄서 얼음만 잘 캐면 되는 거지.”


아니. 너를 사랑할 수 없다면, 네 안의 얼음을 녹일 수 없다면, 아무리 강인해져도 너는 나약할 거야.”

 

“모르겠어요, 할아버지.”

 

점차 알게 될 거란다, 얘야. 점차……”

 

그가 잠들기 전까지 할아버지가 쓰다듬으며 읊조리던 내용을 그는 기억해냈다.

 

-

 

나는……그러니까…….”

 

크리스토프는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눈 앞이 흐릿해짐에 따라, 두꺼운 얼음 속 갇혀 희미했던 자기 모습이 점차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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