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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팬픽] 공소관의 일기 - 제28화

YS하늘나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16 19: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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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화 보기]

공소관의 일기 - 프롤로그

공소관의 일기 - 제1화

공소관의 일기 - 제1화 ~리부트~

공소관의 일기 - 제2화

공소관의 일기 - 제3화

공소관의 일기 - 제4화

공소관의 일기 - 제5화

공소관의 일기 - 제6화

공소관의 일기 - 제7화

공소관의 일기 - 제8화

공소관의 일기 SS - 제8.5화「꿈」

공소관의 일기 - 제9화

공소관의 일기 - 제10화

공소관의 일기 - 제11화

공소관의 일기 - 제12화

공소관의 일기 - 제13화

공소관의 일기 - 제14화

공소관의 일기 - 제15화

공소관의 일기 - 제16화

공소관의 일기 - 제17화

공소관의 일기 - 제18화

공소관의 일기 SS - 제18.5화「두번째 막」

공소관의 일기 - 제19화

공소관의 일기 - 제20화 (두번째 선택지)

공소관의 일기 - 제21화

공소관의 일기 - 제22화

공소관의 일기 - 제23화

공소관의 일기 - 제23.5화 (BAD END #03)

공소관의 일기 - 제24화

공소관의 일기 - 제25화 ~ Let It Go ~

공소관의 일기 SS - 안탄절 특전

공소관의 일기 - 제26

공소관의 일기 - 제27화


[공소관의 일기 외 다른 창작물/번역물 보기]


==========


방으로 절반 정도 돌아왔을까, 잉리드는 복도 맞은편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을 보았다. 그게 라푼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푼젤이 달려오며 잉리드를 불렀다.


“잉리드 씨!!”

“좋은 아침입니다, 공주님!”


보는 사람도 없건만 잉리드는 형식을 차려 인사를 했다. 방금 전에 요한나에게 편히 이야기하라고 했던 자기가 이렇게 인사를 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상대는 공주이니 라푼젤이 그렇게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인사를 할 생각이었다. 이 인사를 보자마자 라푼젤이 한마디 할 거라는 게 잉리드의 예상이었는데, 정작 라푼젤은 거기에 신경 쓸 정신도 없는 것처럼 헐레벌떡 달려와 잉리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잉리드 씨, 큰일났어요!”

“네?”

“의사 선생님이 당장 잉리드 씨를 찾아오라고 난리에요! 절대 움직이면 안 되는 중환자인데 어디로 사라진 거냐면서요.”


라푼젤의 목소리에는 긴박감마저 담겨있었다. 잉리드가 입은 상처의 종류나 라푼젤이 이렇게 달려온 것을 생각하면 잉리드를 찾아오라고 시킨 것은 외과 쪽 주치의가 분명했다. 불호령을 내리는 주치의의 모습이 잉리드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치의는 왕궁에서도 유명한 여걸이었는데, 아버지와 더불어 잉리드가 왕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카이가 혼을 조곤조곤 내면서 천천히 상대를 말려 죽이는 성향이라면 주치의는 벼락같은 불호령을 떨어트려 상대의 정신을 빼놓는 성향으로, 주치의의 불호령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5년쯤 전에 안나가 계단에서 다쳐서 치료를 받은 다음날 몰래 방을 빠져나간 걸 들켜서 혼이 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지나가는 말로 너무 다그치지 말라고 했던 아그나르 국왕에게 떨어진 불벼락은 사용인들 사이에서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상대가 외국의 공주건 뭐건 신경조차 안 쓰고 당장 잉리드를 찾아오라고 소리를 질렀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런데, 중환자요...?”


잉리드는 자기의 상처를 더듬어보았다. 짜릿한 통증이 몸을 타고 올라왔지만, 이렇게 굳이 만지지 않으면 신경 쓰일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만지면 아프긴 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제 스프도 잘 드셨고 많이 아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움직이면 큰일 난다면서 어서 잉리드 씨를 찾아오라고...”

“그 분이 아무 근거 없이 그렇게 화를 내실 분은 아닌데...”


주치의의 진단이 잉리드 자신이 느끼는 것과 다른 것에 잉리드는 혼란이 왔다. 주치의에게 혼난 적은 많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잉리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의사, 정확히는 외과의로서 살아온 주치의의 실력은 아렌델 전국에서도 손에 꼽는 수준이었다. 일단 직책부터가 ‘왕실 외과 주치의’이니 말이다. 주치의가 소리를 지르는 것도 환자가 말을 안 들어서 걱정이 되어서지 별 이유 없이 화를 내는 건 아니었는데, 의학에는 문외한인 잉리드가 보기에도 중환자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이 상처가 그렇게 화를 낼만한 종류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일단, 어서 가죠!”


그래도 늑장을 부리면 더 큰 불호령이 떨어진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잉리드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

“잉리드 양!”


찔끔하면서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잉리드가 방문을 엶과 동시에 벼락이 떨어졌다. 주치의는 대체 언제 오나 하면서 방안을 서성이고 있던 모양이었고, 그 옆에는 시녀 한 명이 어쩔 줄 몰라하면서 서있었다. 난로 옆의 의자에는 유진이 앉아 손가락을 까딱이고 있었다.


“대체 어딜 갔다 온 건가요!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고 분명 라푼젤 공주님이 전하셨잖아요!”

“그건 그런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 상황에 잉리드 양이 하긴 뭘 해요?”

“저 그래도 내무공소관인데...”

“그건 사지 멀쩡한 다른 대신들이 할 일이죠! 잉리드 양은 상처가 커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요!”


분명히 직위 상으로는 잉리드가 한참 위에 있건만, 당최 잉리드는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주치의 앞에서는 기를 펼 수가 없었다. 새끼 때 말뚝을 뽑으려고 하다가 힘이 달려 포기한 코끼리는 충분히 그 말뚝을 뽑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성체가 되고서도 말뚝을 뽑지 않고 단념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유였다. 잉리드가 할 수 있는 건 소심하게 반론을 펴는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그나마도 내무공소관이 되어 다시 왕궁에 들어온 뒤부터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저... 절대 안정을 취해야하는 환자에게는 소리를 질러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잉리드 양이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잖아요!”


애써 반론을 해봤지만 다시 날아든 벼락같은 호통에 잉리드는 도로 몸을 움츠렸다.


“내가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고 대체 몇 년을,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요? 이 정도 큰일을 당했으면 좀 얌전해지려나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또! 대체 언제 철들래요? 네?”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잉리드는 애써 반성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쪽이 그나마 혼이 덜나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 취하게 된 생존책이었다.


“저기, 의사 선생. 화가 난 건 알겠는데, 그래도 얼른 상처부터 봐야하지 않을까? 오래 돌아다니면 큰일이 날 거라고 했잖아.”


잉리드에게는 고맙게도 유진이 옆에서 주치의의 호령을 막아주었다. 그래, 환자에게 소리를 지르면 안 되지 하면서 잉리드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라푼젤이 허락한다면 유진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으흠! 어서 와서 외투 벗고 누워요! 상처가 얼마나 벌어졌나 봐야하니까.”

“아물었나가 아니고 벌어졌나인가요...”

“그럼 그렇게 돌아다녀놓고 상처가 아물었기를 바래요?”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정말 5년 전에 선왕께서 뒤집어쓰셨다는 불벼락을 직접 체험하게 될 것 같아 잉리드는 입을 다물고 외투를 벗어 걸쳐놓고 침대에 누웠다. 상처와 그 주변의 맨살을 드러내게 될 것을 의식했는지, 유진은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주치의가 상처를 살피기 위해 잉리드의 셔츠에 손을 대자, 절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아아, 아파요!”

“이 상처를 안고 돌아다녔으면서 만질 때 아픈 걸로 끝나면 천만다행이죠!”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치의가 잉리드의 셔츠를 걷어올리자 피에 젖어 시뻘겋게 된 붕대가 훤히 드러났다. 주치의는 잉리드를 살짝 일으키고는 붕대를 풀기 시작한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런, 상처로, 돌아다닐, 생각을, 했단, 말이,”


화를 있는 대로 내면서 붕대를 풀던 주치의의 손이 상처부위가 드러난 순간 별안간 멈췄다. 주치의의 얼굴에 스쳐간 당황의 기색을 잉리드는 놓치지 않았다.


“...어?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주치의는 눈을 비비고 상처 자리를 다시 보았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궁금해진 잉리드는 상처 부위를 내려다본다. 놀랍게도, 상처는 거의 아물어있다. 적어도 저 자리에 얼음 송곳이 박혔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럴 리가... 말도 안 돼. 지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죠?”


잉리드는 고개를 들어 라푼젤과 시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시녀도 굉장히 놀란 표정이었고, 라푼젤은 아예 입을 오른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잉리드가 다시 봐도, 저 상처는 자신이 외투로 묶었던 때와는 차이가 있었다.


“저... 이 상처에서 피가 그렇게 나온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어제만해도 뻥 뚫려서 피를 쏟아내던 상처가 이렇게 아물었을 리가 없는데... 내가 꿰맨 실은 또 어디 갔지?”


주치의가 잉리드의 상처에 또 손을 대었다. 다시 비명이 튀어나왔다.


“만지시면 아프다니까요!”


하지만 주치의는 잉리드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듯 계속 상처를 살피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상해...”

“아물었어도 상처는 상처인데 아픈 게 당연하죠!”


잉리드의 항변에 주치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에요. 이건 아문 상처가 아냐... 잉리드 양, 이 붕대 풀었던 적 없죠?”


잉리드도 방금 주치의가 했던 것처럼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제 다쳤을 때 얼마나 깊게 찔렸는지 기억나요?”

“어...”


잉리드는 눈을 감고 어제 엘사가 도망가던 순간을 떠올렸다. 뒤에서 위즐튼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고, 공작의 부하들이 잉리드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잉리드는 다시 달리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했다. 그 순간, 발목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접질린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달려야했다. 잉리드는 아픔을 누르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때, 잉리드 쪽으로 달려온 공작의 부하가 잉리드를 세차게 밀쳤다. 균형을 잃은 잉리드는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재빨리 방금 잡았던 커다란 송곳을 다시 잡았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 푹!


“아윽...”


다시 떠올리니 그때도 안 나왔던 신음이 새어나왔다. 신음을 억누르며 잉리드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를 벌려 주치의에게 보여주었다.


“대략 이 정도요?”

“피도 얼마나 났는지 감은 잡히고요?”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송곳을 뽑자마자 피가 흘러 셔츠를 흥건히 적셨던 것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장을 안 다친 게 다행이었어요. 그러면 정말 손 쓰기 힘들었을 테니까. 게다가 잉리드 양이 무리해서 움직였던 바람에 상처가 벌어져서, 그거 지혈하고 봉합하느라 나도 고생깨나 했고요.”


주치의는 이 부분은 화를 내도 어쩔 수 없으니 혼내기를 포기한 듯 덤덤히 말했다.


“죄송해요...”

“나한테 미안할 게 아니라 잉리드 양 자신한테 미안해야죠.”


주치의의 지적에 잉리드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주치의는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튼, 그런데 지금 이 상태는 그 상처가 아물어서 된 거라고는 보기 힘들어요. 다른 건 제쳐두고, 아문 상처라면 어제 내가 꿰맨 실은 남아있어야죠. 그런데 상처가 얕아진 건 물론이고 내가 꿰맸던 실도 사라졌어요. 그리고 이건 꼭 아문 게 아니라... 찔리다가 만 것 같은 모습이에요. 송곳이 피부를 뚫기 직전에 멈춘 상처. 자상이 이렇게 빨리, 그것도 이렇게 시간을 거스른 것 같은 모습으로 아물었다는 보고는 들어본 적 없어요. 오늘 눈 뜰 때부터 이랬어요?”


거기에도 잉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렇게 돌아다닌 것도 이해는 가네... 그 상처로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주치의는 잉리드의 눈을 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처가 왜 이렇게 된 건지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 의학 안에서는 설명이 안 돼요.”

“그럼 어떻게 하죠?”

“어쩌긴요. 일단 내가 아는 선에서 손을 써야죠. 이렇게 된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 자체는 찔리다가 만 자상 정도니까, 일단 새로운 상처라고 생각을 하고 처치를 할게요. 이 정도 상처라면 조금 움직여도 상관은 없겠네요.”

“저기, 그러면...”


막 처치를 시작하려는 주치의를 잉리드가 막았다. 아무래도 지금 말을 해야할 것 같았다.


“뭔가요?”

“붕대를 감기 전에 좀 씻고 와도 될까요? 붕대 감으면 씻을 수가 없으니까...”


일어난 직후에 씻으려다가 드레싱 때문에 포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제 입은 상처와 눌어붙은 피, 악몽을 꾸면서 흘린 진땀으로 온몸이 끈적끈적했다. 찬물이라도 좋으니 한 번 물을 뒤집어써서 이것들을 전부 흘려보내고 싶었다. 사우나로 땀을 뺄 수 있다면 더 좋고. 하지만 주치의는 칼같이 선을 그었다.


“사용인용 사우나는 안 돼요. 혹시나 감염이라도 되면 큰일 나니까요.”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잉리드는 더더욱 풀이 죽었다. 잉리드가 울상이 되는 걸 본 주치의가 말을 덧붙였다.


“대신, 샤워 정도라면 오히려 위생 면에서 바람직하겠네요. 시녀를 시켜서 준비를 해줄까요?”


그 한마디에 잉리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방금 전까지 풀이 죽어있던 게 거짓말처럼 눈도 초롱초롱해졌다.


“아뇨, 그냥 혼자 갈게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잉리드는 잽싸게 침대에서 일어나 셔츠 단추를 잠그고 세면용구 가방과 여분의 옷을 챙겼다. 제복을 입기 전에 드레싱을 해야하니, 샤워를 하고 돌아올 때 간단하게 입을 옷으로 충분했다.


“정말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라푼젤이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물었지만, 잉리드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생각할 것도 좀 있고. 그럼 다녀올게요.”


잉리드가 즐거워죽겠다는 듯 활짝 웃으며 나가는 것을 보며 주치의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솔직하지 못하게...”



왕궁 사용인용 샤워실.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상수도를 타고 온 찬물이 벽에 달린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린다. 보통은 샤워를 하려면 근처 물을 뒤집어쓰거나 통처럼 생긴 샤워부스를 써야 하지만, 상수도를 시범 설치한 왕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왕궁과 몇몇 여관에서의 상수도 시범 설치가 성공적이었기에 곧 있으면 아렌델을 가로지르는 상수도가 설치되고, 각 가정에서 이런 샤워기를 쓸 수 있게 될 터였다. 어제의 그 사건만 없었더라면.


날이 추워져서인지 평소보다 물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허리까지 늘어진 금빛 머리카락이 그대로 얼어붙는 것 같고, 아랫배에 난 상처도 다시 얼음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쓰라리다. 하지만 물을 데울 생각은 없다. 온 아렌델이 얼어붙어 난방 대책을 고민해야하는 참이다. 데운 물 따위는 사치다. 몸에 묻은 오물을 씻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대로 내가 지은 잘못까지 씻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도 든다.


찬물을 맞으며 머리를 식히고 찬찬히 어제부터 있었던 일을 정리해본다. 새 여왕의 즉위 이후 3년동안 평화로웠던 아렌델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여왕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마법을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여왕은 온 나라를 겨울로 만들어버린 채 모습을 감춰버린다. 여왕을 대신에 나라를 돌봐야하는 공주도 외국의 왕자에게 왕권을 넘겨버리고 그 뒤를 따라 사라진다. 나라에는 갑자기 겨울이 찾아왔고, 눈은 멎었지만 월동 준비 없이 겨울을 나야하는 상황이 된다.


새벽이 한 번 지나갔지만, 아직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있을 것이다. 왕권은 외국의 왕자에게 넘어갔다. 스스로 승인해준 일지만, 과연 잘 한 일인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건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안정을 되찾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구제책을 펼침과 동시에 사라진 엘사와 안나를 찾기 위한 수색대도 파견해야한다. 되도록 두 사람을 함께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대략적인 추측으로는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향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색대의 분리는 피할 수 없다. 여왕의 부재로 인한 혼란을 안정시킨다해도 이 겨울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엘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색대는 엘사의 수색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안나의 수색을 소홀히 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난국 속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내내 누워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상처는 아물었다. 아직도 찬물이 상처를 때릴 때마다 상처가 아파오지만, 격하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활동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내무공소관은 아렌델에 가장 충성해야하고, 그 다음에 여왕에게 충성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여왕 폐하를 섬기고 왕국에 봉사할 것’이라는 맹세는, ‘국가의 대리인으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이 왕국과 백성들을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짊어지기에 한 것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아렌델을 위해서, 여왕을 찾아야한다. 답은 명백하다. 아렌델을 위해서, 지금 왕권을 쥔 한스 웨스터가드를 전력으로 뒷받침하여 상황을 안정시킨다. 그리고 여왕을 찾아 모셔온다. 괴물이라는 비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람들에게 엘사의 능력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일단 엘사를 데려온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엘사를 찾지 못하면 그 뒤의 어떤 가정도 의미가 없으니까.


마음을 다잡는다.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엘사와 안나의 친구 잉리드가 아니라, 아렌델 왕국의 내무공소관 잉리드. 속마음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지난 새벽의 회의에서처럼 감정에 휩쓸려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수압이 점차 약해져간다. 너무 오래 있었나. 결심과 함께 물을 잠근다. 물과 함께 마음도 잠기는 듯하다. 어제 카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른다. 법리의 적용을 뒤로 하고 논점에서 어긋난 부분을 파고 들었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른다. 뒷목에 떨어지는 한 방울 물방울의 냉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그 기억마저 잠가버린다.


내무공소관 잉리드로서 실수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


대충 이쯤에서 중간정리, 라는 느낌입니다. 공소관이 연달아 2개 올라오는 걸 보니 지구가 멸망할 때가 된 것 같네요. 근데 밖에 보니까 진짜 지구 멸망할 거 같은 날씨인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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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까지 몇 시간 안남았다 으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마감을 위하여 미친듯이 달리는 중이고, 수량조사 계속 진행중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수량조사 링크


※ 일러러 님이 바뀌었는데, 새 일러스트에 대한 좋은 평이 많아서 기존 일러러 분께 양해를 구하고 제1막도 B6/새 일러스트로 리뉴얼 할 예정입니다. 리뉴얼 되기 전에 수령하신 분들은 리뉴얼 한 제1막을 택배비 외의 별도 비용 없이 수령하실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덧글은 언제나 글쟁이의 힘이 되고, 피드백은 글쟁이의 양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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