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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장편] 겨울왕국 검은 화살 Ep.14

앙졸라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19 11:39:44
조회 1321 추천 20 댓글 5

전편 통합링크 : https://gall.dcinside.com/frozen/3079403


-아렌델, 섭정의 집무실


섭정의 집무실 앞을 지나던 다니엘 경이 별안간 이상한 기색을 느낀 듯 창문을 바라보고 잽싸게 몸을 숙였다.


'핑'


바로 다음 순간, 그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 검은 화살이 방금전까지 그의 몸통이 가리고 있던 벽에 박혀있었다. 다니엘 경은 벽에 박혀 있던 어설프게 검게 그을린 화살을 뽑아내며 중얼거렸다.


"이거 참, 농담이겠지."


-트롤들의 땅


"검은 화살..."


안나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크리스토프가 의아한 표정으로 안나를 돌아보았다.


"그게 뭔지 알아요?"


"아버지가 말씀해주신 적이... 있을 거에요, 아마. 아렌델 왕가에 내려오는, 공포스럽고 강력한 존재라고."


패비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가 패비 노인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두 번째, 두 번째 방법은요?"


"진정한 사랑의 행동입니다."


"네?"


안나의 반문에 패비노인이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그라바에 있다는 전능한 램프의 요정조차도 진정한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검은 화살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막강한 마법이지요. 사실 그렇기에 저희가 여왕폐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은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이라 하면, 뭐니뭐니해도 부모의 사랑이니, 가정에서 사랑받고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심장이 녹아내릴 줄 알았지요. 하지만... 뭔가가 크게 잘못된 모양입니다. 그리고 공주님의 말을 듣건데... 그것은 아마 검은 화살 때문일 겁니다."


"검은 화살 때문에 언니의 심장이 녹지 못했다고요?"


"아그나르 폐하는 검은 화살을 늘 곁에 두셨씁니다. 아렌델 왕가의 일원이 검은 화살을 곁에 두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 분은 그걸 쏘신 겁니다. '사랑'의 명목으로 말이죠. 진작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패비노인이 진심으로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나는 조바심넘치는 표정으로 트롤 노인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주님이 여왕 폐하의 공격에 피격당한 이후, 그 사건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수습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관해서, 아니 여왕 폐하의 마법에 관해서 아는 자는 모두 이 땅 위에서 사라져버렸지요. 어떻게 되었다고 보십니까?"


"...설마..."


"왕이 그들을 죽였군요. 그 화살을 이용해서."


입을 열기 힘들어하는 안나를 대신해서 크리스토프가 대답했다. 패비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고 이렇게 말했다.


"검은 화살의 힘은 진정한 사랑의 마법의 힘을 정면으로 깎아냅니다. 왕의 욕심이... 모든 것을 틀어지게 만든 셈이지요. 단순히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왕가 자신을 위해서도요."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과거네요. 하지만, 지금 신경쓸 문제는 아니에요. 미래를 만들어내야지 과거 또한 매듭지을 수 있으니까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어요."


안나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방금 전의 말을 듣고나자 그녀의 심장은 급속도로 차가워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에서 뭔가가 불타오르는 열정이 느껴졌다.


"한스에게 가야겠어요. 그의 사랑으로 내 심장을 먼저 녹이고 나서, 그 다음에 언니를 구원해야죠. 언니에게도... 죽을 수 있는 몸을 선물해주려면요."


-엘사의 얼음궁전 앞


한스는 몸을 재빨리 움직여 얼음 계단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에드버드경은 한스르 붙잡으려 했지만, 마시멜로가 몸을 재빨리 움직여 계단 위로 튀어올라가 한스와 에드버드 경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때다!"


한스가 칼을 강하게 바닥에 내질러 얼음 다리를 끊어버리며 외쳤다. 무작정 한스를 쫒던 마시멜로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렸고, 에드버드 경은 끊어진 다리 반대편에 남겨져 버렸다.


"미안하오, 에드버드 경. 하지만 우리의 길은 당신과는 다르오."


"진작에 짐작하고 있었지."


에드버드경은 이를 뿌득뿌득갈며 칼을 뽑아들고 한스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한스가 얼음궁전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본 에드버드 경은 즉시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저들로부터 여왕을 구할 수 없다면, 적어도 아렌델로는 먼저 돌아가서 권력을 장악해놔야 했다.


-얼음 성 안


"죽지 않아요, 저 괴물은..."


에릭이 이제 거의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여왕의 옷은 거의 피범벅이 되어있었지만, 그녀의 몸에 상처라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한스가 멍한 표정으로 피투성이의 엘사를 바라보는 사이, 엘사가 손에 마법을 모아 옷을 쓱 한 번 털어냈다. 그녀의 옷과 몸에 묻어있던 핏자국이 모두 다 사라져버리며 다시 여왕은 고귀하고 아름다움만을 지닌 마녀로 되돌아갔다.


"날 죽이러 온건가, 한스 왕자? 내가... 괴물이라서?"


엘사는 이제 거의 처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스는 허리춤의 칼집에 다시 칼을 집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여왕. 여름을 되찾기 위해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죽을 수 있는 몸이었다면, 내가 옛날에 이미 죽였어. 너흴 해치고 싶지 않다. 우선은 돌아가. 나도 내 나름대로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여왕의 말에는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씁쓸함이 묻어있었다. 한스는 여왕의 감정에 공감하지 않으려 애쓰며 에릭쪽으로 다가서서 속삭였다.


"그녀 본인의 힘이라면, 당해버리겠지."


"음?"


그 순간 한스가 잽싸게 에릭의 활과 화살을 빼앗은 다음 하늘에 떠있는 샹들리에를 겨누었다. 한스의 손에서 나아간 화살이 샹들리에에 명중하는 순간, 엘사는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게... 날 죽일 수 있을까?"


엘사가 체념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얼음 조각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잠시 뒤, 바닥에 얼음 파편을 튀기며 떨어진 샹들리에 아래로 여왕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북쪽산 하산 루트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스벤의 뒤쪽에 태우고 맹렬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올라프는 크리스토프의 앞에 탄 채 천진한 표정으로 양 팔을 벌리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달려! 달려! 달려 스-"


그 순간, 스벤이 무언가에 걸려서 넘어져버렸다. 눈바닥에 뒹굴던 크리스토프는 황급히 안나를 일으켜 세운 다음 스벤을 넘어지게 한 물체를 조사했다.


사람 시체였다.


"사이먼...경?"


안나가 눈 위에 엎어져 있는 시신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목에 검은 화살이 박힌 채 쓰러져 있는 가신의 시신을 보자 그녀의 심장이 더욱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는 사람이에요?"


"아렌델의 가신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검은 화살... 그게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 안나. 아렌델은 위험할지도 몰라요."


크리스토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나를 쳐다보았지만, 대답 없는 그녀의 표정은 세상 그 어느 사람보다도 결연했다.


"알겠어요. 속도를 높이죠. "


크리스토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것을 종결로 가져갈 위태위태한 레이스가 이 자리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잠시 뒤, 아렌델 국왕의 회의실


길이 끊겨버리는 바람에 홀로 내려와야했던 에드버드 경보다는 정석적인 루트를 타고 산을 내려온 한스가 한결 더 빨랐다. 여왕을 훌륭하게 체포하고 돌아온 한스는 당당하게 왕권 대리권자의 위치에 앉아 외국의 사절들을 앉히고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안나 공주는 발견하지 못했소."


한스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진심에서 우러난 착잡함이기도 했지만, 그의 계획에 꼭 필요한 공주가 돌아오지 않은 데에 대한 착잡함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선은 여왕을 지하 감옥에 수감하고 최대한 빠른 사건의 해결을 촉구했소."


"여왕이 고의로 그런 것이오?"


종종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곤 했던 코로나의 부마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건... 아닐 것이오만."


"그런데 무작정 지하감옥에 수감시킨 겁니까? 그래도... 당신보다도 우선권을 가진 왕가의 일원입니다!"


"고의가 아니라고 해서 죄가 아닌 것은 아니지요."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이곳에는 외국인들밖에 없는 겁니까? 아렌델의 가신들, 예를 들면 다니엘 경과 세바스찬 경, 사이먼 경은 어디로 갔지요?"


코로나의 사절의 날카로운 질문에 한스가 할 말을 잃고 버벅거리는 사이 위즐튼의 공작이 끼어들었다.


"세바스찬 경은 병영에서 토마스 경 사건의 일을 조사하고 있을 것이고, 다니엘 경도 국정을 돌보고 있겠지. 사이먼 경은 홀로 북쪽산으로 올라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그럼 그들의 행방을 모두 알면서 이 회의장에 부르지 않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우리들만 불러놓고 이런 중대한 회의를 하려 한 것이로군. 필시 저 외국 출신 왕자의 권력장악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한 용도였겠지."


유진이 경직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는 외국 사절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내 그는 그의 옆에 앉아있던 단발머리 미녀를 일으켜 세우고는 선언했다.


"코로나 왕국은 이런 회의는 인정할 수 없소. 나가죠, 라푼젤. 차라리 세바스찬 경이나 만나러 가 봅시다."


-아렌델, 병영


"한스 왕자와 에릭이 모두 돌아왔는데 에드버드 경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지요."


세바스찬 경이 카이에게 은밀하게 속삭였다. 카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가... 불안에 빠졌습니다. 여론은 한스 왕자를 지지하고 있고, 여왕 폐하는... 가련한 우리 폐하는..."


"내가 지킬 것이오. 그러니 나를 도와주시지 않겠소?"


"말씀만 하십시오."


"이곳에서 나를 따르는 병사들을 모두 모아 아렌델 왕국 앞에 집결시켜주시오. 내가 준비를 마치고 도착하면, 왕궁으로 밀고들어가 반역자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지하감옥을 공격해 폐하를 구출해낼 것이오."


카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세바스찬 경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나라가 절반으로 쪼개집니다."


"나라 전체를 불의에 넘겨주느니 정의로운 절반이라도 지켜내겠소."


"내가 도와주리다. 지금 한스 왕자의 행동은 이상한 곳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정의를 따르려면, 당신을 따라야 할 것 같소."


세바스찬 경의 뒤에서 나타난 코로나 왕국의 유진이 세바스찬 경의 어께를 붙잡으며 말했다.


"...플린 라이더. 그 명성은 익히 들었지. 그럼 부탁드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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