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마차와 관련 없는 단편으로 봐주십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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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들 할얘기 없으세요? 다들 궁궐에서 자라셔서인지 향간의 재밌는 얘기에 대해선 약하신가보네~”
크리스토프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놀리는 듯 던지는 넋살에 여왕과 공주는 말이 없었다.
엘사와 안나, 올라프, 그리고 말을 하고있는 크리스토프까지 세명의 사람과 한명의 눈사람이 탄 마차는 북부 어느 깊은 숲의 능성이를 따라 가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마차 바퀴가 무겁게 삐걱대는 소리, 눈바닥을 내려밟는 순록 발굽소리와 늙은 스벤이 이따금 내쉬는 거친 숨소리 뿐.
뜻밖의 손님들의 방문에 놀란 작은 겨울새들이 둥지에서 포르르 날아오르며 떨어트린 눈 몇송이가 올라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건 얼음장수들 사이에서 떠도는 짧은 이야기인데, 안전 수칙같은 거기도 하고...그냥 들어만 보세요.”
“얼음장수, 트롤, 또 얼음장수, 그다음에 또 트롤...크리스토프의 좁은 인간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출처들이네요.”
실눈을 뜨고 비아냥대는 올라프의 말에, 마차 안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리스토프만 빼고.
“뭐 정 듣기 싫으시면 그만 둘게요. 사실 세살짜리 눈사람에겐 너무 충격적일 수 있으니까~”
기분이 정말로 상한건지, 너스레를 떠는건지 모를 크리스토프를 안나가 황급히 변호했다.
“아까 얘기도 얼음장수 얘기였는데 흥미로웠잖아. 이번 것도 분명 재미있을거야 올라프.”
"여행중에 상식얘기 계속하면 정신병 걸린다면서요. 옛날얘기도 마찬가지예요."
올라프는 탐탁치 못한 표정을 지으며 멋쩍은 듯 스벤의 등을 쓰다듬었다. 늙은 순록이 목을 쭉 빼며 화답하듯 길게 울었다.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나도, 안나."
아렌델의 기둥인 두 자매가 크리스토프의 편을 들자 올라프는 한결 더 기운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럼 만장일치네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덩치좋은 금발의 남자가 기분좋은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얼음장수들은 며칠밤을 혼자 다니는 경우가 흔하죠. 그래서 누굴 마주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아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크리스토프가 말을 이었다.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많아요. 추위에 떠는 길잃은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죠. 마치 첫 여행에서의 당신처럼요 안나. 하지만 이 숲에서 한겨울 밤중에 태워달라 부탁하는 젊은 여자를 보면 도망치라고 해요.”
“아니, 그런 법이 어디있어요? 그럼 나도 그 때 얼어죽을 뻔 한거예요?”
안나가 객사할 뻔 한 것이 자신 때문인 것 마냥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침착하려 하는 엘사를 맞은편에 두고 남자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해 보였다.
“나를 못 만났다면 그랬을수도 있고요. 어쨌든 불친절한 얼음꾼이 있었대요. 일도 잘하고 길도 척척인데다 외모도 훤칠한데 더할 데 없이 이기적이고, 동정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구제 불능의 악당이었죠.”
기분나쁜 단어를 들은 듯, 안나의 얇은 눈썹이 두어 번 꿈틀했다.
“어쨌든 그자가 북쪽 산에서 수레 한가득 얼음을 싣고 시내 외곽의 얼음창고로 향하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산등성이에서 소나무들 사이 뭔가 불쑥하고 튀어나왔다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 그건 계절에 맞지 않게 얇은 옷을 입은 젊은 여자였대요. 이것도 당신이랑 똑같죠, 그죠?”
안나는 자신을 돌아보는 크리스토프를 향해 불안함인지 불쾌함인지 모를 표정을 내비치며 미간을 살짝 주름지었다.
“너 그때 여름옷을 입고 나를 찾으러...?”
엘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안나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 그건 궁에 도착해서 설명할게. 얘기하면 너무 길어져서...미안 언니.”
“나 계속 해도 되는거 맞죠? 자매싸움에 끼어드는 것 같은데...”
고래싸움에 입장이 난처해진 그가 조심스레 좌중을 떠보았다. 누군가 계속해달라고 말해주길 바라듯이.
마차 안은 겨울 숲같은 적막이 흘렀다. 엘사가 조용히 날숨인지 한숨인지를 내쉬는 소리가 어색한 침묵의 자락을 찢었다.
“안나 너도 사정이 있었겠지. 계속해요 크리스토프. 점점 재미있어지려 했는데.”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은채 자주색 드레스의 주름을 가다듬는 엘사를 바라보며 크리스토프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 여하튼...그래서 그 아가씨가 그 못된 놈한테, 부탁이니 가까운 거리까지만 태워달라고 요청을 했대요. 길을 잃은채 이 밤길을 혼자 가는건 무리고. 길동무가 필요하다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 나쁜 인간은 당연히 거절했어요. 길동무로 아가씨를 태우려면 목숨만큼 소중한 자기 얼음을 내려놓아야 하니까요.”
“아니 무슨 그런 인간이 다있어요? 얼음장수들은 처음보는 여자한테 다들 그리 불친절한가?”
더이상 못 참겠다는듯 꾸짖는 성난 안나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마차 밖으로 세어나가 어두운 숲속을 헤집었다. 그 서슬에 깜짝 놀란 다람쥐들이 서둘러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어..다들 이라니 누구 이야기인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여튼 그 여자가 그럼 따뜻한 물이라도 한 잔 달라하자, 그 뒤가 가관이에요. 그 남자가 자기 얼음을 곡괭이로 찍더니 한조각 떼어 주면서 녹여 먹으라 했대요.”
“저런!”
평소의 창백함보다 훨씬 파리하게 질린 엘사가, 긴장한 탓인지 갈라지는 입술로 간신히 신음하듯 탄식을 내뱉었다.
“여왕님은 그게 얼마나 무서운 지 아시나 보군요. 겨울에 목마르다고 얼음을 먹는건 자살행위에요. 순식간에 체온을 뺏겨 동사하기 딱 좋거든요. 그놈 딴엔 소중한 자기 상품을 훼손해서 베푼 호의겠지만 말이에요.
그 여자도 그걸 알았나봐요. 남자가 얼음을 건네는 손 위의 작은 얼음조각을 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여자는 이제 울며불며 팔을 잡고 늘어졌다는 거예요. 팔이 부러지듯 꽉!”
말을 끝내기도 전 크리스토프가 허겁지겁 올라프의 팔을 잡는 척 하자, 펄쩍 뛰어오르는 올라프와 함께 그의 팔이 몸에서 쑥 빠져나갔다.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은 눈사람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람이 죽을 위기가 되면 초인적인 힘이 나온다는게 사실인지, 가녀린 여자 힘 치고는 너무 셌다는 거예요. 당황한 남자는 온 힘을 다해 여자를 떼어내려고 애썼죠.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손아귀에서 벗어난 그는 전속력으로 수레를 몰아 줄행랑을 쳤고요.
점점 멀어져가는 여자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달리고 또 달리고....밤낮을 새서 미친듯이 숲을 질주한 그의 썰매는 해뜰 녘이 되어서야 성문 앞에 도착해 문지기들과 마주할 수 있었죠.”
“역시 괴물이나 유령보다 무서운건 사람이군요. 역시.....”
올라프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엘사와 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보초들이 그의 마차에서 발견한 건 뭘까, 올라프? 응?”
기괴하게 한쪽 얼굴만 일그러트린 크리스토프의 머리가 바들대며 떨고있는 올라프의 눈 앞으로 숙여졌다.
“그만해요, 크리스토프! 내가 아는 다정한 크리스토프가 아닌 것 같아요!”
"그 여자가 남긴 흔적이나 이런건가요...?"
걱정에 빠진 채 아름다운 눈썹을 세모로 축 늘어트린 엘사가 물었다.
“짜잔! 수레엔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어요. 문지기 병사들은 놀랜 얼음장수를 진정시키기 시작했죠. 그러다 그의 왼 팔목에 길다랗고 반쯤 투명한 무언가가 다닥다닥 박힌 것을 봤다고 해요. 직접 본 사람 말론 사람 손톱 같았다고 하던데,
그를 치료한 의사와 당사자 모두 이리의 발톱이라고 말했다니 기가막힐 노릇이죠. 한참 뒤 봄에 왼손 손톱이 몽땅 빠지고, 무언가 딱딱한걸 씹다가 이가 다 부러져버린 젊은 여자 시신이 나왔다곤 하던데....다 소문일 뿐이래요. 하하.”
마차 안은 두 자매와 한명의 눈사람이 침삼키는 소리가 또렷이 들릴만큼 조용해졌다.
“근데 깨문 흔적이 있는 딱딱한 물건이 주변엔 없었대요. 돌멩이 조차도요. 아마 남자가 준 얼음덩이를 미친듯이 깨물어 먹다가 이가 부러진거고, 얼음은 녹아 사라진 거겠죠?”
“음...생각보다 기막힌 반전이 있거나 그렇진 않네요 크리스토프? 내심 기대했는데...”
안나가 실망과 안도를 반씩 섞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당신은 겁이 없군요, 용감한 빨간머리 내 사랑. 문제는 그 이후에도 손톱과 이빨이 몽땅 없는 여자가 그 숲에서 행인들을 공격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해 숱하게 죽어갔대요. 어떤 사람 말론 어둑한 곳에서 지옥에서 온 몰골을 한 여자가 쫓아오더니, 자기 후드를 벗겨보곤 ‘아니다’라고 중얼거리며 사라다고도 하고요.”
“'뭐라구요....?”
어떤 말이 뒤이어 나올까 불안 한 듯, 아렌델의 여왕이 작고 고운 손의 손톱을 깨물며 물었다.
“모르죠. 이 놈이 아니다 라는 뜻이거나...그것도 아니면 너는 내 길동무감이 아니다 라는 뜻이던지.”
"으으으..."
올라프가 고개를 움츠리며 신음했다. 나이가 더 들면 이 모든게 무섭지 않으리라고 헛된 기대를 하는듯.
“더 무서운건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이 숲이 바로 그 숲이라는 거고요. 제일 무서운건 자기를 쫓아다니는 시체의 길동무를 만들어주려고 그놈이 똑같은 숲에 젊은 여자들을 버리고 다녔다는 소문까지 있는거죠.
워낙 실종자도 많은 곳이라 시신이 나와도 그놈한테 유기당한건지, 여행중에 길을 잃은 불쌍한 사람인지 알 방도가 없다나....주위를 잘 봐줘요. 손톱과 이가 없는 시체가 튀어나오면 도망쳐야 하니까.”
여전히 태연한 크리스토프는 마차 밖으로 반쯤 몸을 기댄 채 말을 마쳤다.
“이거봐요! 사람이 제일 무섭다니까요! 제 이론은 틀리지 않아요!”
올라프가 팔을 휘저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충격적인 내용에 비하면 그리 호들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무섭다기보단 찜찜하고 충격적인 얘기네 언니. 세살짜리 눈사람한테 들려주고 싶진 않아.”
씁쓸한 표정의 안나가 동의를 구하듯 엘사를 돌아보았다. 엘사는 몹시 큰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 거의 반쯤 누운 듯 한 자세로 창밖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지금껏 이 숲에서 사라진 아렌델 사람들도...어릴때 들었던 북쪽 숲의 괴물에 대한 얘기도 모두 그 남자가 벌인 실화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쵸 크리스토프? 실종자 보고가 들어와도 워낙 길이 험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세상에...”
엘사가 어지러운 듯 턱을 괸채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여왕으로서 백성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에 무관심했던 것과, 지금껏 발생했던 객사자들에 대한 통치자로서의 죄책감이 한순간에 물밀듯 몰려왔기 때문이리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이 숲이 그렇게 무서운 곳이래요, 글쎄. 말씀드리는 새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금방이죠?”
크리스토프가 마부석에서 일행을 향해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겐 아무런 문제도 없어보였다. 그가 목적지라고 한 이곳이 북쪽숲 한가운데라는 것만 빼면 말이었다.
"도착이라뇨? 아직 궁궐까진 한참 멀었는데요?"
기진맥진한 언니를 감싸안으려던 안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영차..."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말을 듣지도 못한 양, 옆자리에 올려져있던 손도끼와 굵은 밧줄을 들고 팔목을 걷어부쳤다.
그의 왼쪽 팔목엔 무언가 거친것에 찔린 것 같기도, 긁힌 것 같기도 한 갈색의 깊은 흉터 네 개가 있었다.
"말했잖아요. 내가 얘기하던 그 숲이 바로 여기라고."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충격에 휩싸여 있는 엘사를 향해 크리스토프는 손도끼를 던졌다. 턱을 괴고 있던 여왕의 가느다란 팔이 힘없이 바닥을 향해 툭 떨어졌다.
“오늘은 그 여자에게 길동무가 둘이나 생기겠네요.”
스벤이 신이 난 듯 길게 울었다. 돌아가는 길엔 가벼운 마차를 끌 생각에 신이 나기라도 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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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이라 집에 갇혀있어서 할게 프갤질밖에없음
창작러들이 더 많이많이 생겼으면 좋겠읍니다 심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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