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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일상]1.5: 아렌델 생활기(8). 탁상공론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9 23:37:57
조회 174 추천 11 댓글 11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만약 진우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초의 불빛에 라이더와 크리스토프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였더라면 그대로 그들 이마에 화살이 박혀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진우는 화들짝 놀라 활을 꺼내다 집어넣고 그들에게 핀잔을 줬다. 


"아, 좀! 방 안에 있으면 불이라도 좀 켜놓고 있던가!" 


하지만 그가 다른 불을 켜려던 것을 둘은 하지말라고 말린 뒤 그대로 옆의 의자에 앉혔다. 


"???"    "이래야 아이디어가 더 떠오르지!"    "맞아!"    


하는 수 없이 그는 카스와 케스를 소환한 뒤 차와 다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둘이 잔과 접시를 내려놓자 나머지 셋은 조용히 차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아이디어를 짜려고 이렇게 분위기까지 잡는건데?" 


라이더는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약간 숙였고,크리스토프는 라이더를 장난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라이더의 프러포즈 계획!!" 


진우는 커피를 마시다가 뿜어버렸고, 그대로 사레가 걸려 연신 기침을 했다. 

옆에 있던 케스가 화들짝 놀라며 그의 등을 두들겨 줬고, 카스는 언제 걸레를 가져왔는지 바닥을 닦고 있었다. 


사실 라이더가 줄리아라는 근처 지방에 살고 있는 처녀와 교제를 하고 있던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 집안이 대대로 근처 산에서 목수 일을 하고 있거니와, 사귀는 동안 노덜드라에 자주 오기도 해서 엘사랑 있었을 때 몇 번 얘기 한적은 있었다. 

단지 이렇게 갑자기 결혼을 할려는 소식을 그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프러포즈???"  

"응! 그녀의 기억에 영원히 기억에 남을만한 프러포즈를 할려고 하는데 문제는 나 혼자서는 생각을 못하겠어서 너희들을 부른거야." 


진우는 떨떠름한 얼굴로 테이블을 잠시 돌아봤다. 왜냐하면 지금 이 자리에는 


프러포즈 처음 하는 놈, 

프러포즈 타이밍 더럽게 못 맞추는 놈, 

연애를 글로만 본 놈 


뿐인데 과연 정말로 라이더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나 아이디어를 짜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거면 엘사나 안나한테도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걔네들이라도 부르는게 지금 이 조합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아니! 우리끼리 생각해서 성공해야 더 의미가 있지!!"

"맞아!" 

"그...그래" 


결국 진우는 이들의 흘러 넘치는 자신감에 점수를 주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해 둔 게 있는거야 아니면 지금 짜고 있는 중인거야?"


그 때, 둘의 눈빛이 빛나더니 종이 한 장을 펴보였다. 거기에는 삐뚤빼뚤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순록들이 많아 보였다.


"우선 들어봐. 내가 순록을 타고 줄리아의 집에 가서 태우고 노덜드라로 와." 

"그리고 그 중간에 갑자기 순록들이 화악 들어와. 그런데 거기에 팻말이 달려있는 거야!"

"<정말로 사랑해 줄리아!> 뭐 그런거 있잖아! 그런걸 단어별로 순록들에게 달아놓는 거지!" 

"그렇게 둘 다 노덜드라 전통 프러포즈 바위에 도착하는 거지! 줄리아를 먼저 그 바위에 세우거나 앉히고 나서 내가 준비한 대사를 막 읊는거야!" 

"그 때 거기서 순록들이 둘러싸면서 달리고!!" 

"내가 숨어 있다가 순록이 가지고 있던 바구니를 풀고!!" 

"그러면 거기서 나비와 꽃잎이 쫙 퍼지면서 순록들은 계속 빙빙 돌고!!!!" 

"순록들 목소리도 함께 하면서 WILL YOU MARRY ME!!!"


둘은 자신들의 계획에 취하기라도 한 듯 '캬아아아~~~'하는 표정으로 서로의 손을 잡으며 엄청난 만족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진우의 표정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방금 그의 목구멍에서 나올 말을 표현해 보자면, 


'아니 시방 이거 순록 없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렸나? 프러포즈가 둘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해달라고 부탁하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뭔 놈의 순록들이 이렇게 많이 나와? 줄리아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고 순록들만 주구장창이잖아? 왜애애? 이럴거면 아주 그냥 반지도 순록뿔로 만든 반지로 준 다음에 혼수도 가죽세트로 하지! 아니지, 또 이렇게 말하면 정말로 할 거 같다.하...미쳐돌겠네.나도 이런 건 할 줄 모르는데 이렇게 했다가는 수락은 커녕 보고 싶지도 않은 순록과의 결혼식을 보게 생겼어.'   


정도였지만 왠지 이렇게 말하면 너무 직설적이고 상처가 됄 것 같아 진우는 억지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른드...지금 집중대상이 조금 잘 못 된거 같아." 

"집중대상?" 

"응. 지금 내가 너네들 계획에서 들린 건 순록들 밖에 었었거든? 그런데 라이더 너는 혹시 줄리아가 좋아하는 거라던지 아니면 분위기 같은 건 들어본 적 없어?" 


약간 정곡에 찔렸는지 라이더는 잠시 턱을 괴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크리스토프가 반박을 하려는 듯 손을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방법 아니야?" 

"아니, 나쁘다는 건 아닌데, 최소한 줄리아가 좋아하는 걸 추가하자는 거지. 지금 이건 사실상 순록으로 공연 보여주는 거 잖아? 이 정도면 공연료 받아도 될걸?" 


그제서야 크리스토프도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수용하는 태도에 안심이 된 진우는 종이를 꺼내 라이더에게 건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도 상관은 없을텐데 최소한 당사자가 좋아하는 걸 생각해 보고 추가를 해보자. 아, 순록비중도 좀 없애 보고." 


라이더가 몇 가지를 적어낸 후 줄리아가 좋아하는 선물과 장소를 선택해서 조금 더 자연스러운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것을 뺐고, 그 와중에 있던 순록들의 비중도 처음 계획보다는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특히나 진우는 마지막 단계 때 순록이고 나발이고 다 없애고 둘이만 있는 조용한 곳에서 진지하게 고백할 수 있도록 밀어붙인 것은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했다. 

별로 한 것은 없는 듯 싶었는데 그날 밤은 다 지나 아침이 되었고, 그들은 한 달 뒤에 진행할 그 계획에 앞서 10번 가까이 미리 예행연습을 했다. 


당일날 라이더는 노덜드라 정복을 입은 채 환한 얼굴로 엄지를 들었고, 크리스토프와 진우는 쾡한 얼굴로 같이 엄지를 들어줬다. 

라이더는 그렇게 순록을 타며 멀어져갔고, 덩그러니 남은 둘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이제 그들은 그의 중간 단계를 돕기 위해 또 다시 흩어져야 했다. 크리스토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돼야 할텐데..."

"그러게..." 


둘은 흩어져 최선을 다해 라이더를 도왔고, 그렇게 줄리아와 라이더는 반 년 뒤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  


***


프러포즈 며칠 뒤.


엘사, 진우 그리고 허니마린은 노덜드라의 행정 처리를 다 마치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계속 궁금증이 있었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묻기에는 실례가 될 것 같아 허니마린에게 질문을 찔러보기로 했다. 


"라이더가 잘했나 봐?" 

"뭐를?" 

"프러포즈 말이야. 그러니까 바로 수락한 거 아니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엘사와 허니마린은 서로 보며 자지러지며 웃기 시작했고, 거기에 당황한 진우 옆에서 엘사는 그의 어깨 옆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솔직히 말해줘. 그거 너랑 크리스토프한테만 상의한거지?"

"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너무 어색하다던데?" 

"에에엥?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도?" 

"거봐." 

"아..." 


진우는 자신의 얼굴을 감쌌고, 나머지는 더 신난 듯 웃기 시작했다. 


"라이더랑 줄리아가 얘기해 줬는데 마지막에 둘만 있으면서 한게 상당히 진지하고 진실되서 좋기는 했대. 다만 라이더 그 놈이 너무 떠는 바람에 줄리아도 웃음참느라 죽는줄 알았다 하더라고. 그런데 그것도 귀여웠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또 애초에 프러포즈 수락했으니까 됐지."
"그래..." 

"다만 순록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살짝 부담스러웠다고는 하더라." 

"라이더가 뭐래?" 

"아무 말 없던데?"

"그래? 그럼 나도 많이는 말 못하겠는데 최소한 그게 엄청 줄여놓은 거라고 말해줘." 


엘사와 허니마린은 그 말에 다시 웃기 시작했다. 진우는 그래도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

1

예밤도 있어서 그냥 내일 올릴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차이가 없어서 본 시간대에 올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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