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여문독후감]2. 기다려줘

서리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4 18:44:57
조회 126 추천 11 댓글 7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4b0d769e1d32ca73fec87fa11d0283168a8dd5d0373ee31e5f33784e62687779aef8a9e598c97f196ea9c851698e18633a52be809bc57970cabaea20740d18461


기다려줘

-독후감-




저희 집에는 작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웁니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기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산책과 목욕, 시시때때로 밥과 물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살펴 보아야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대도 놀아달라며 보채는 강아지에게 노즈워크며 터그놀이며 장단을 맞춰 주어야 하니까요. 일전에 강아지 발톱이 너무 길어서 커팅기로 깎이다가 물린 적이 있었습니다. 호되게 야단을 쳤는데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저는 발톱이 길어 강아지가 놀다 다칠까 깎아 주려 한 것인데 강아지는 그게 아프고 힘들었나 봅니다. 발톱 깎기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평소 이렇게 부대끼고 투닥거리기도 하고 이따금씩은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집에 오면 반갑다고 오두방정을 떠는 강아지를 보노라면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 새 눈 녹듯 사라지곤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을 어찌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비교할 수 있겠냐마는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공통점에서 저는 아득히 부모가 지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끔 상상해보고는 합니다. 어찌 보면 책임감은 영원한 우리 삶의 동반자이자 인간 삶의 지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부모나 선생이 그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광막한 사회에 던져진 이후에는 책임감이나 양심을 비롯한 정신적 가치의 경고를 받으며 살아가는 게 사람이니까요. 부모로서 책임감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다만 한 생명과 한 사람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여타 책임감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울 겁니다.



크리스토프가 아이를 갖기 두렵다는 점은 그러한 책임감에서 오는 두려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는 사람 부모가 없습니다. 클리프와 불다가 있다고는 하나 외견상 그들은 트롤이죠. 그들이 크리스토프에게 주었던 사랑은 사람에 비견되어 훨씬 뛰어나지만,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삶에 미친 그들의 사랑을 아이에게 되물림해 줄 자신이 없었을 겁니다. 그들의 사랑과 사람의 사랑이 같은 방식인지도 헷갈렸을 테고요.



글을 읽는 내내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휴 잭맨이 울버린으로 분한 ‘로건’이라는 영화입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엑스맨 활동에서 은퇴하여 살아가는 울버린이 실험체 여자아이 하나를 만나게 되고, 울버린이 여자아이의 보호자로서 그들을 생포하려는 실험 단체로부터 도망치며 아이와 부모-자식과 같은 긴밀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엑스맨 활동에서 은퇴하고 방황하던 울버린에게 실험체 여자아이는 새로운 삶의 목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자아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던 울버린은 마침내 엑스맨 단체의 닉네임 ‘울버린’이 아닌, 여자아이의 아버지인 인간 ‘로건’으로서 죽게 됩니다. 여자아이가 오히려 인간 로건의 삶을 변화시킨 겁니다.



책임감은 우리 삶의 목적이 되고 삶의 길에서 우리에게 경고해 줌으로써 삶 자체를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사랑에서 비롯된 책임감이면 그 영향이 더욱 클 겁니다. 제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더욱 쉽게 흔들리는 존재이니까요. 크리스토프는 이미 삶에서 사랑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비록 사람은 아닐지라도 불다와 클리프를 양부모로서 만나, 그는 아니라 생각할지라도 가슴 깊숙한 곳에는 그 역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살았습니다. 안나는 사람을 싫어하고 순록만 좋아하던 크리스토프로부터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깨웠지요. 엘사와 안나에 묻혀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이지, 겨울왕국 1~2를 살펴보면 엘사와 안나뿐 아니라 크리스토프도 사랑에 굉장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이젠 크리스토프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차례입니다. 



사랑을 줌으로써 크리스토프는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크리스토프는 위즐튼-서던 연합군으로부터 도망치며 그저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르니까요. 안나가 겔다와 매티어스에게 살해당함으로써 그는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도 짊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안나가 세상에 남긴 가장 진한 흔적, 안나와의 아이에 대한 책임감. 그 아이가 살아가게 될 미래를 위해 헌신해야겠다는 목표가 그를 계속 나아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시시각각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도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명예나 권력욕을 좇아 반역을 저지른 매티어스, 마찬가지로 아렌델에서 권력을 잡고자 움직이는 한스, 아들에 대한 뒤틀린 사랑으로 안나를 살해한 겔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크리스토프가 영웅적이고 이 이야기가 비극적이지만 아름답다고 느껴진 것은 그가 행한 모든 행동이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겨울왕국 1에서 순록밖에 모르면서 세상 만사 차갑고 안나에게 귀찮게 대하던 크리스토프와, 이 이야기에서 자신의 딸과 엘사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크리스토프를 보시면, 그가 사랑을 주고 받으며 얼마나 변화했는지 엿볼 수 있을 겁니다. 영화 ‘로건’의 로건처럼요.



오롯이 크리스토프만의 이야기를 담은 앞의 세 문학은 모두 크리스토프가 성인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유의 따스한 문체와 여린 주인공이 거친 현실 앞에 서서 몹시 비참한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작가의 그러한 능력은 크리스토프가 성인이 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 문학에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너무나 여린 존재인 아기를 안고 타국의 군대가 장악한 망국에서 도피 생활을 해야 하는 이야기인지라, 크리스토프가 아기가 다칠까 노심초사하는 만큼 저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며 읽었습니다. 크리스토프가 아기를 돌보는 부분이나 헐떡이며 트라우마에 사로잡히는 장면에서 특히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데 두 장면의 대비가 너무 강렬하여 이곳저곳에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던 문학입니다. 특히 아기를 돌보는 묘사는 무척 세밀해서 작가가 한 아이의 부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혹은 그만큼 치밀한 준비를 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초반 한스가 안나와 춤을 추는 장면이었는데, 뱀처럼 미끈거리고 소름 끼치는 악당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장면이자 꺼림칙한 음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고 있다는 긴장감을 북돋아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많이 언급하셨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을 잠깐 적어 보자면 매티어스에 대한 심리묘사가 초반에 조금 더 동반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심리묘사가 아니더라도 배신에 대한 자그마한 계기를 중간중간에 몇 번 남겨 준다거나 하는 식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한스처럼 매티어스에게도 수상쩍은 기색이 느껴진다는 식으로 툭툭 언질을 주어 초반 긴장감을 높이는 방법도 있겠지요.



거친 현실 묘사 속에서 온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거리다 마지막에는 희생적인 사랑에 눈물짓게 하는 따뜻한 문학이었습니다. 좋은 문학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비추천

11

고정닉 7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9551 3816
5489183 인스타에 김하루 이 분은 존함부터 이쁘신 [1] ㅇㅇ(221.152) 01:11 31 0
5489182 지각 엘-시 ㅇㅇ(183.107) 00:23 15 0
5489181 인생이 영화네요 프로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0 16 0
5489180 내 인생을 어떡하면 좋겠냐?.txt [2] ㅇㅇ(106.101) 00:11 46 0
5489179 방금 사바하 봤다 큰일이다 ㅇㅇ(118.235) 05.12 23 0
5489178 전손블루 맨들맨들 광빨 뒤진다에~~~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17 0
5489177 오늘 2연패하고 걍 끔 ㅇㅇ(221.152) 05.12 21 0
5489176 코성탈출 ㅅㅂ 좆도 내용도 없는 프롤로그 ㅈㄴ 오래보여줌 ㅋㅋ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9 0
54891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18.235) 05.12 21 0
5489174 제가 저런걸 쓰겠나요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2 0
5489173 안진짜 ㅇㅇ(222.107) 05.12 20 0
5489172 늦 안-시 ㅇㅇ(183.107) 05.12 18 0
5489171 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16 0
5489170 대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14 0
5489169 이새끼 천효식아님 ㅅㅂ? [6]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68 0
548916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5]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5 0
5489167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6 0
5489166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20 0
5489165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18 0
5489164 와씹 AI 접으려고 하니까 시비타이 개선되네 [2] ㅇㅇ(222.107) 05.12 64 0
5489163 대 안 시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2 1
5489162 안시ㅋㅋㅋㅋ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4 1
5489161 퀸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3 1
5489160 목말라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8 0
5489159 잠이 안온다 푸갤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5 0
5489158 가짜 [1] ㅇㅇ(121.158) 05.12 47 0
5489157 진짜 [2] ㅇㅇ(222.107) 05.12 59 0
5489156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5 1
5489155 엘-시 ㅇㅇ(183.107) 05.12 26 0
5489154 엘시이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4 1
5489153 피어노 [3] ldu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45 0
5489152 6974분 뒤에 삭제 Moda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53 0
5489149 대전온김에 성심당 [1] ㅌㄱㅎ.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41 0
548914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1 0
5489147 블루아카이브는 좀 패야하는게 맞음 [3] ㅇㅇ(175.199) 05.11 57 0
5489146 일페사태 커져서 성인단체모임 이런거 금지되면 ㅇㅇ(222.107) 05.11 46 0
5489145 안시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32 2
5489144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8 0
5489143 와 진짜 에어컨 트니까 바로 사오ㅓㄴ하네 [2] ㅇㅇ(175.199) 05.11 41 0
5489142 아는 사람 결혼식 낼 부산에서 하는데 [2] ㅇㅇ(121.156) 05.11 58 0
5489141 파마하러 미용실 왔다 [1] ㅇㅇ(121.156) 05.11 40 0
5489140 쇼군 보면서 왜 안나 생각났나 했더니 [1] ㅇㅇ(222.107) 05.11 57 0
5489139 베이컨 우마이 [1] ㅇㅇ(221.152) 05.11 40 0
5489138 늦 엘-시 [1] ㅇㅇ(183.107) 05.11 35 0
5489137 오늘 KFC 갈 예정 [3]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46 0
5489136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듦 [10]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73 0
5489135 도착했다 [1] ㅇㅇ(118.235) 05.11 34 0
5489134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까지 병원 가야하는데 [1] ㅇㅇ(118.235) 05.11 45 0
5489133 엘시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42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