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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문학) 어린 순록의 왕

투명병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31 00:09:44
조회 1591 추천 62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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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델에 눈이 내렸다.

눈은커녕, 겨울이 오기도 쉽지 않은 이 곳에 혹한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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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아.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얼음장수들뿐.

하지만 그들도 나를 챙겨주지 않아.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외톨이.

나는 혼자.

눈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하얗게 눈덮인 산 위에 발자국은 하나뿐.

나는 이 산의 고독한 왕.

 

모닥불을 피우고 불가에 앉았다.

먹을 것이라고는 밭에서 서리한 자루 속의 당근 몇 개.

이 추운 겨울,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 때 모닥불 너머로 차가운 눈빛 하나가 보였다.

 

아뿔싸. 밤에는 불을 피우지 말라고 했었는데.

 

후회는 늦었다. 모닥불은 이제와서 꺼봐야 무소용이다. 재빠르게 횃불을 만들어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짐승은 나를 덮치지 않았다.

외떨어진 늑대인줄만 알았는데 언뜻 보이는 그림자는 그리 보이지 않았다.

먼저 다가가보았다.

 

다행이다. 순록 새끼잖아.”

 

놈은 내가 다가가도 뒷걸음치지 않았다. 하지만 다가오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혼자였을까. 눈빛이 익숙하다.

무리에서 낙오된 것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무리에서 이탈했는지, 많이 굶주려 보인다.

놈이 모닥불로 다가온 것은 자포자기의 심정은 아니었을까.

문득 측은해졌다.

 

너는 나와 같구나.

 

자루에서 당근을 하나 꺼었다.

그리고는 반으로 나누어 하나를 던져주었다.

 

.

 

저 앞에 먹을 것이 떨어졌음에도, 순록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

 

손에 들린 당근 반쪽을 깨물어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뒷걸음질로 나무 뒤에 숨었다.

사실은 녀석도 어지간히 배가 고팠는지 내가 숨자마자 게눈 감추듯이 당근을 먹어치웠다.

입맛을 다시는게 아직 배가 고픈 모양이다.

자루 속에서 당근을 하나 더 꺼내었다.

그리고는 한 입 깨물었다.

 

아삭.

 

남은 부분은 순록에게 내밀었다.

 

먹어

 

역시 순록은 다가오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흥미가 일었다.

나는 당근을 왼손에 들고서 순록에게 다가갔다.

 

“!”

 

흠칫 놀라는 모양새지만 녀석은 도망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당근을 깨물었다.

 

아삭.

 

그리고는 남은 부분을 녀석에게 내밀었다.

순록은 망설이며 당근에 코를 대어 냄새를 맡았다.

 

아삭.

 

이윽고 순록은 당근을 깨물었다.

순록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쓰다듬어보았다.

 

이런게 부드럽다는 거구나.

 

순록은 당근을 다 먹었음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녀석은 언제 경계했었냐는듯이 불가에 자리를 잡고 편한 자세를 잡았다.

나도 불가에 누워 잠들기로 했다.

 

밤에 나타나는 늑대가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죽는 것이 사는 것과 같을 진데.

땅에 누우니 하늘이 보였다.

하늘은 신기한 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잠을 깬듯이.

일렁이는 빛을 보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으으..."

얼어붙는 추위에 잠이 깨었다.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지켜주던 모닥불은 어느샌가 다 타서 재만 남아있었다.

입을 열어 신음소리를 낼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서렸다.

이대로라면 얼어죽을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추위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다.

 

어차피 이렇게 홀로 사는 것은 분명 죽는 것보다 괴로울터이니.

무엇을 걱정했던가.

 

떨림이 멈추었다.

입으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차가운 냉기가 몸 안에 스며들었다.

심장 박동은 점차 줄어들었다.

 

점점 정신이 멍해져갔다.

주마등은 없었다.

보고싶은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 때 따스함 한 줄기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얼어붙어 굳어가는 목줄기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그 순록새끼였다.

녀석은 낑낑대며 발버둥쳤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있었다.

 

의아했다.

너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지?

 

순록새끼는 완전히 나에게 달라붙어있었다.

살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

 

순간 심장이 한차례 강하게 뛰었다.

얼어가던 온 몸에 뜨거운 피가 돌기 시작했다.

 

분했다.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순록 새끼마저도 이렇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왜 포기했을까.

 

 

 

 

 

 

 

햇빛이 보였다.

어느새 밤이 지나버린 모양이다.

훈훈한 따스함이 온 몸을 투과한다.

잠이 깰때마다 열받았던 여느 아침과는 다르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추위에 굳어버린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순록은 여전히 옆구리에 붙어있었다.

녀석의 털을 쓰다듬어보았다. 여전히 부드러웠다.

 

"넌 용감하구나"

 

순록의 귀가 파들거렸다. 잠이 깬 모양이다.

녀석도 몸이 굳었는지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스벤."

 

녀석은 여전히 눈만 껌뻑였다.

 

"네 이름이야. 젊은이라는 뜻이지."

 

녀석은 여전히 눈을 껌뻑였다.

픽하고 웃음이 나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역시 부드러웠다.

 

 

 

몸을 일으켜 하늘에 오른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햇빛을 기분좋게 쐰적이 언제였던가.

 

 

 

 

 

 

 

 

스벤은 젊은이, 젊은 전사 정도로 번역된대.

프갤문학 프로젝트에 삘받아서 병풍이 스벤이랑 어떻게 만났을까 하는 데에서 시작해봄.

병풍문학이니만큼 병풍이름은 작중에서 언급 안 하는게 목표.

포인트만 잡는게 일상이다보니 조금만 길어지니까 필력이 모자라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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