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줄거리만 들어도 재미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페인트리스'라 불리는 거대한 여인이 깨어나 거석 위에 숫자를 그립니다. 그 숫자는 나이를 의미하는데, 그 나이대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져 버리는 저주가 발동합니다. 이를 '고마주'라고 부릅니다. 이미 많은 원정대가 출발해 '페인트리스'를 토벌하고자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100이란 숫자에서 시작된 이 저주를 두고 그렇게 시간은 하릴 없이 흘러 지금의 숫자는 34, 게임 시작 시점에서 33으로 바뀌며 플레이어는 이 끔찍한 '고마주'를 목도하게 되면서 긴장감이 배가 됩니다. 그리고 인류 최후의 도시 '뤼미에르'에서 '페인트리스'의 저주를 저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원정대, '33 원정대'가 출진합니다.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여러 게임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좋은 게임을 소개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죠. 또, 자신있게 좋은 게임이라 말할 수 있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오늘 소개할 이 게임이 바로 딱 이러합니다.
워낙 최근에 커뮤니티에서 기대작으로 언급이 많았어서 무슨 게임인지는 몰라도 이 독특한 어감의 제목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입니다. PC 스팀, 스토브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아한 벨 에포크 시대, '나이 저주'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뤘습니다. 또 그 소재를 모르고 시작하더라도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은 두려움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매우 탁월한 오프닝이 플레이어를 반깁니다. 짧은 30여분만으로도 '뤼미에르' 사람들과 주인공 '구스타브'의 좌절과 분노가 십분 이해가 갈 정도이며 게임 세계관에 깊게 파고들기 전에는 '페인트리스'나 '네브론', 혹은 원정대가 마주치는 미지의 존재들을 보고 있자면 아주 약간은 코스믹 호러적인 압도감까지 줍니다.
미지의 존재와 조우했을 때의 두려움이 미친듯이 전달된다.
겅중거리는 움직임에 살짝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게임은 맛은 하이 퀄리티의 그래픽과 부드러운 셰이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래픽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모델링 자체에 대한 찬사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표현한 등장 인물들의 표정 변화입니다. 덕분에 얼핏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이 시대,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하듯 사운드조차 이루 말할 수 없이 몽환적이며 아름답습니다. 아무래도 슬픔, 숙연의 감정을 더 많이 전달해 줘야 하는 소재다 보니 비극적이면서도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 위에 더해 어쩌면 음울하고도, 어쩌면 서글픈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아카데미급 성우 분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겠네요.

집요할 정도의 감정 표현과 성우들의 연기
전투로 얘기하자면 장르는 필드 어드벤처에서 적과 인카운터 후 전투 모드에 돌입하는 방식이며, '턴제 전투'에 실시간 반응형 액션을 더했습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하면 전투 자체는 캐릭터들의 속도에 따른 턴제 전투로 이루어지되 적의 공격 턴에서 '패링' 혹은 '이베이드'를 타이밍 맞춰 사용하는 것으로 전투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쉽기야 판정 좋은 '이베이드'가 쉽지만 카운터 및 부가 효과 생각하면 결국 칼 같은 '패링'이 더 좋겠으며, 어떤 공격은 '점프' 모션으로 피해지는 등 방어 액션의 중요도가 상당합니다. 특히, 카운터 성공 시의 연출은 할 때마다 새롭고 짜릿하죠.
덕분에 일반적인 턴제 전투 하에서는 절대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의 적도, 매의 눈과 발톱 같은 손으로 타이밍 맞춰 척척 대응해내면 무사히 쓰러뜨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적들도 쉽게 자기 패턴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예상하기 힘든 온갖 엇박에 희한한 자세로 툭툭 건드려대서 패턴 파악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에 조준 사격을 통해 약점을 공격한다거나, 기술 연계, 일일히 기억하는 것이 힘들 정도의 상태 이상들을 활용해 더 전략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습니다. 캐릭터별 주어진 기술 능력과 일종의 마법 장비라 할 수 있는 '픽토스' 연계로 다양한 변수를 창출해낼 수도 있습니다.
공격 전략과 방어 액션을 잘 조합하는 것이 이 게임의 재미를 120% 즐기는 방법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전투 시스템 자체는 오히려 간단합니다. 원정대원들의 스킬 개성과 사용법에만 익숙해진다면 이후로는 숙련의 문제가 됩니다. 애초에 게임 자체적으로 가장 쉬운 난이도인 '이야기 모드'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을 영리하게 자극한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앞서 소개한 반응형 턴제 전투입니다. 턴제 전투가 얼마나 실감나고 재미있을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색다른 맛으로 보여줬습니다. 또, 독특한 소재와 이 소재를 풀어내는 걸출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인물들의 처절함을 표현해 내는 능력입니다. AAA급 화려함은 보여줄 수 없을 지언정 한정된 자원 내에서의 디테일한 표현력에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더 좋게 보이는 것은 이것이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며, 고집의 흔적, 즉,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끝끝내 만들어낸 과감함이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RPG가 이야기가 재미있고, 전투가 재미있다면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비극을 조명하는 연출의 힘
개발/배급 샌드폴 인터랙티브 / 케플러 인터랙티브
플랫폼 스팀 / 스토브 / PS 5 / 엑스박스 시리즈
장르 어드벤처 턴제 RPG
출시일 2025년 4월 24일
게임특징
- 턴제 전투 이상의 턴제 전투와 폭발시키듯 쏟아내는 스토리 연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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