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국인 이민자 실태를 알게 된 한국사람이라면 일본의 비중이 꽤 적다는 데서 한 번 놀라고, 베트남의 비중이 꽤 크다는 데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베트남 출신의 미국 이민자 수는 2019년 기준 약 150만명으로, 한국계 이민자 100만명보다 50%나 많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음식도 의외로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보다 본격적으로 베트남 오리지널 음식인 경우도 많습니다.
요리학교 입학하기 전, 뉴저지에서 공부할 때 베트남 청년들이 운영하는 쌀국수집을 뻔질나게 들락거리며 알게 된 사실이지요. (https://blog.naver.com/40075km/221239912235)
하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접하는 베트남 음식과 직접 만드는 베트남 음식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일단 산더미처럼 쌓인 마디풀(Rau ram), 응오가이(Sawleaf), 타이 바질, 고수, 박하잎부터가 다른 나라의 음식 만들 때는 보기 힘든 양입니다.
이번에 맡은 음식은 생선국수.
왠지 생선으로 국물을 내서 국수를 말아 먹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생선튀김을 사용합니다.
메기를 포 떠서 새우젓과 각종 향신료에 재워뒀다가 쌀가루를 입혀서 튀겨냅니다.
여러 채소들을 묶어서 샐러드 부케를 만들고, 쌀국수는 삶아서 물에 헹궈서 준비.
생선튀김은 식지 않게 히팅 램프 아래 두고, 각종 허브와 땅콩을 살짝 볶아서 준비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쌀국수와 느억맘(베트남 생선액젓) 소스, 허브, 땅콩을 재빨리 버무리고 생선튀김과 채소를 곁들여 내면 됩니다.
중국 요리 수업 때 "양고기는 꼬치구이 해 먹으면 안됩니까?"라는 물음에 "꼬치구이를 하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 실컷 하게 될 거다"라는 셰프의 답변을 들었는데, 베트남 요리 수업에 와서 그 뜻을 알게 됩니다.
숯불 깔아놓고 새우 완자와 고기 완자 꼬치구이를 주구장창 굽게 되니까요.
그냥 얹어두기만 하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바람을 불어줘야 하는데, 마침 제가 부채를 갖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됐지요.
다른 학생이 빌려갔다가 너무 열정적으로 부채질을 하는 바람에 불꽃이 크게 일어나서 부채 절반을 홀라당 태워먹긴 했지만요.
(보고있나, 니콜라스? 만 원 갚아라!)
새우와 고기를 갈아서 뭉친 후 숯불에 굽는거야 뭐 떡갈비 내지는 새우 동그랑땡 비슷한 느낌이라 크게 신기할 건 없는데
나무 작대기 대신 레몬그라스와 사탕수수를 잘라서 꼬치를 꿰는 게 신기합니다.
특히 사탕수수 꼬치는 고기 먹고 씹으면 단 맛이 나서 마음에 들더군요.
고기 꼬치구이, 새우 꼬치구이, 캐러멜 소스를 발라서 구운 돼지고기, 월남쌈, 망고 샐러드, 찹쌀밥, 느억맘이 함께 제공되는 기본 플래터.
하지만 밥 먹을 때는 요리사 특권을 남용해서 이 중에서 맛있는 것들만 골라서 몇 개씩 먹곤 하지요 ㅎㅎ
생선 튀김을 곁들인 쌀국수. 메뉴상에는 하노이식 생선 튀김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이거 의외로 입맛에 맞더군요. 메기 튀김이라고 하면 미국 남부식 요리의 대표주자 중 하나라서 그런지 미국 애들도 잘 먹는 메뉴였습니다.
강황가루가 들어가서인지 민물고기 비린내도 나지 않구요.
무엇보다도 쌀국수에 느억맘 조합이 왠지 한국에서 슥슥 만들어 먹던 간장국수 느낌이라 많이 먹었지요.
각종 채소를 넣어서 부쳐 내는 반쎄오. 그런데 미국에서는 사이공 크레페라고 부릅니다.
쌀가루와 코코넛 밀크 등을 반죽해서 채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부쳐냅니다.
원래는 고기를 넣기도 하는데, 전에도 언급했듯이 적어도 메뉴 한 개는 채식주의자용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라 이번에는 반쎄오가 당첨.
채식주의자 메뉴라고 하면 안 팔릴것 같은데, 그래도 의외로 꾸준히 팔리기는 합니다.
베트남 후에 지방 스타일로 만든 치킨 샐러드.
바나나잎 위에 쌀밥을 얹어서 닭고기 샐러드와 함께 제공됩니다.
뭐, 나쁘지는 않은데 고기를 먹자고 들면 쌀국수의 포스가 워낙 강해서 외면받았더랬지요.
그래도 힌두교 믿는 친구들은 많이 먹습니다.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와 쌀국수 포.
샌드위치는 예전에 다니던 식당에서 워낙 눈이 높아져서인지 좀 기대 이하.
속 재료야 큰 차이가 없는데 빵 퀄리티가 좀 떨어집니다.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기간이 길다보니 바게트를 기똥차게 굽거든요.
베트남 여행 갔을 때 아침마다 길거리 노점상들이 리어카에 바게트 쌓아놓고 팔았는데, 뭘 집어먹어도 맛있던 기억이 나네요.
거기에 비하면 공장빵 잘라서 만드는 반미는 아무래도 맛,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감이 부족하지요.
베이킹 클래스에서 구워서 보내주면 좋을텐데 그 동네는 또 자기 앞가림 하기도 바빠서 여력이 없나 봅니다.
탑 퀄리티 빵을 써야 하는 일부 수업을 제외하면 공장빵을 사용하는 안타까움이 있지요.
반면에 포는 맛있습니다. 물론 맛의 깊이는 좀 부족할 수 있는데, 그래도 육수 만들면서 기본에 충실한 데다가 소고기 왕창 넣었으니 어지간한 쌀국수 전문점 수준은 됩니다.
베트남 수업 내내 국수는 배터지게 먹었네요.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재료 알아맞추기 퀴즈.
그런데 웃긴 건, 음식이 워낙 많이 팔리는 바람에 재료가 다 떨어져서 몇 개는 실물이 없었다는 거.
뭐, 시험치는 입장에서는 가끔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도 있어야 좋지요.
이렇게 웃고 즐기며 다음 동네 - 태국과 말레이 반도 국가들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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