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출시된 울티마4의 대 성공으로 리차드 개리엇은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게 되.
커다란 집도 사고, 회사도 확장하고, 직원도 늘리고, 그리고는 다시 3년의 제작기간을 들여 후속작인
\'울티마 5 : 운명의 전사\'를 1988년 발매하게 되지.
울티마5는 애플 플랫폼으로 발매된 마지막 울티마 시리즈이자(지금 연재하고있는 글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애플2용으로 발매된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있음) 리차드 개리엇이 직접 프로그래밍에 참여한 마지막
작품이야. 이후 시리즈들부터는 개리엇은 게임 기획에만 관여하고,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일에서는 손을 떼게
돼. 아마, 이 사람은 애플2밖에 다룰줄 몰랐나봐... ㅡㅅㅡ
(5편부터 울티마 제작에 여러 다른사람들이 참가하는게 되는데, 이중 주목해야할만한 사람이 나중에 울티마언더월드,
시스템쇼크, 씨프, 데이어스엑스등으로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워렌 스펙터)
여담이지만, 사실 나중에 IBM PC 플랫폼으로 발매되게되는 울티마6편도 처음에는 애플2기반으로 만들어질
계획이었어. 하지만 이래저래 여러가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결국은 애플2 발매는 취소되게 되었는데, 그때 IBM
을 갖고있지 못했던 나는 거의 엉엉 울다시피 했던게 기억이 나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울티마6을 기다려오던
모든 애플2 유저들의 느낌이었을거임.
울티마 5편은 기본적으로는 전작인 울티마4의 엔진을 사용하고있었지만, 많은 면에서 엄청난 발전들이 있었어.
더욱더 풍부해진 대화와, 이벤트들, 더 많은 도시와 마을, 여러가지 다양한 탈것들의 추가 등 개선점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돋보였던것은, 시간의 변화와 그에 따른 NPC 스케쥴링이었을거야. 드디어, NPC들은 멍하니 제자리에서 플레이어
가 말걸기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라, 아침이면 집에서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식사시간이면 식사를 하고, 저녁이되면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는등 마치 실제 살아있는 사람처럼 행동할수 있게 된거지, 거기다가 4편과는 달리 주변의 수많은
오브젝트들과 기초적으로나마 상호작용을 할수 있게 되어서 거울을 들여다본다던지(이건, 게임 후반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중 하나로 사용되게 된다. 스포라 자세한건 비밀~) 식탁에 놓여있는 음식을 먹을수있다던지, 식량이 모자라면 밭에
나있는 채소를 뽑아서 식량을 충당시킬수있다던지, 악기를 연주한다던지,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지.
덕분에 4편과는 달리 5편의 브리타니아는 플레이어에게 훨씬 더 실제 살아 움직이는 세계처럼 느껴지도록 다가올수 있게 되었어.
아마도, 개리엇은 이때부터 실제 살아 움직이는것같은 세계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것 같아. 개리엇의 이러한 성향으로 그 뒤
울티마는 시리즈를 거듭해가며 게임속 세계의 자유도와 생동감의 표현에 중점을 기울이게되고, 이러한 경향은 울티마 온라인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지. 울티마5의 여러 자유도와 상호작용, 생동감있는 세계의 구현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기초적 이고 초라한 수준
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이는 엄청나게 놀라운 발전이었어.
한편, 게임 자체에 스며들어있는 철학적, 도덕적 사유는 전편에 비해선 상당히 줄어들었어. 기껏해야,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강력한 적들인 3인의 쉐도우로드들이 브리타니아의 3대 기본덕목인 진실, 사랑, 용기 의 반대개념인 기만, 증오, 비겁을 상징하고
있는것 정도였지. 하지만, 게임의 철학적 깊이는 줄어든 대신 게임내의 즐길거리나 게임 자체의 재미에는 전편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었어.
게임의 배경 스토리는 4편에 비해 훨씬 간단명료하고 명확해졌어. 브리타니아의 지배자 로드 브리티쉬는 지하세계를 탐험중
행방불명되게 되고(아니... 한 나라의 왕이란 사람이... ㅡ,.ㅡ) 그의 부재를 대신하여 섭정을 맡게 된 로드 블랙쏜은 잔악한
압정을 펼쳐 브리타니아를 신음하게 만들어. 거기다가 수수께끼의 존재인 쉐도우로드들마저 출몰하여 브리타니아는 크나큰
혼란에 빠지게되지. 아바타는 사라진 로드 브리티쉬를 찾아내고 다시 브리타니아에 평화를 가져와야되. 4편보다는 뭔가 목적이
훨씬 직관적이고 단순해졌지?
게임의 배경 세계는 4편에서 정립된 세계관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전반적인 지형이나 도시나 던전등 주요 장소의 위치는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돼. 대신에 자그마한 마을들이 추가되었다던지. 동일한 지역이더라도 훨씬 크기가 넓어졌다든지 개선점이
많아. 그리고, 마굿간이라던지 항구, 등대등 여러가지 흥미로운 장소들도 생겨났고. 그 외에도 게임적으로 재미있는게 여러가지
추가되었어. 평범한 양탄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날으는 양탄자라던지, 원래는 정상적으로는 죽일수 없는 적인 쉐도우로드를
포함한 그 어떤 적도 일격사시킬수있는, 그러나 한번 사용하면 산산조각 깨어져버리는 유리의 검이라던지, 블랙쏜에게 잡히면
파티원중 한명이 단두대로 처형되어 게임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던지. 항구에 배를 정박시키거나, 말을 마굿간에 매어놓지않으면
배나 말이 사라진다던지. 산악장비가 있으면 험한 산을 타고 넘을수 있다던지. 아까 말한 3악덕의 화신 쉐도우로드가 각 도시에 랜덤
하게 출몰할때가 있는데, 그렇게되면 도시의 주민들이 쉐도우로드의 정신지배를 당해 그 쉐도우로드의 성향에따른 행동을 취하게되는데,
기만의 쉐도우로드가 나타나면, 아바타일행에게서 물건을 훔치려하고, 증오의 쉐도우로드가 나타나면 파티를 공격하려하고, 비겁의
쉐도우로드가 나타나면 혼비백산해 마구 뿔뿔이 흩어져 도망을 다닌다던지.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었어.
그리고, 당시로서는 놀라운 용량인 디스켓 6장의 용량이라던지, 당시로선 최신 OS였던 ProDos를 사용했다던지, 당시 게임으로서는
정말 드물게, 머킹보드나 미디를 이용한 음악 출력이 가능했다던지, 오리진의 하이엔드 지향 방식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게
맞을거야. 울티마시리즈의 명곡 \'Stones\'가 처음 등장한것도 5편이지. 고갤에서 \'678 987 8767653\' 이란 숫자의 의미를 알고있는 횽아가
혹시 있을까? ^^;
5편은 게임 자체의 깊이는 4편보다 얕아졌지만, 더욱 생동감있는 세계를 만들어내고, 높은 자유도가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울티마의 후속시리즈들의 기초를 닦았다고 볼수있어. 게임사상 최고의 자유도를 보여주는 울티마 온라인의 기본 개념의 시작은 따지고
보면 이 5편부터 시작됐다고 볼수있지. 그리고, 솔직히 게임적인 재미로도 4편보다는 5편이 훨씬 재미있어.
그럼 울티마 5편에 대한 이야기는 이걸로 마치고, 다음엔 애플2 중후반기에 등장했던 다른 RPG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P.S. 그런데, 당시 울티마5는 일부 리뷰나 유저들의 평가에서 같이 발매되었던 바즈테일3에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그래픽에 혹하는건 똑같은듯... ㅡㅅㅡ 아, 물론 바즈테일3도 훌륭한 게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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