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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29 12: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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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소개는 따분했다. 덕분에 이력서를 올려놓고 멍청한 질문을 하며 애쓰는 자리가 됐다. 탁자 위에 떠다니는 정보로도 서로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겨우 찾아낸 공통점이 그의 호감도를 올려주었지만 작은 얼음 알갱이에 불과했다. 우린 그것마저 비웠을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시방에서 10시 넘으면 하는 신분증 검사. 차라리 그런 편이 좋지 않았을까. 아주 간단하고 얄팍하게, 또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도 않고. 우리가 언제, 어디서 왔는가에 맞춰진 대화. 사실 게임을 할 때 전화가 와도 반가웠던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비가 오면 덜 아끼는 신발을 알게 된다. 내가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적었다는 씁쓸함과 함께. 누군가의 반경 안에 들어가 모서리를 긁는 일이 아마 죽을 때까지 반복되지 않을까 두렵다. 분명 재미로 느끼던 순간도 있었지만.

상처받은 사람들은 조금 무섭다. 상대를 아프게 하는 방법을 아니까.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동시에 동질감도 느끼지만 결국 서로에게 득이 될 순 없다. 다듬을수록 뾰족해지는 날을 보는 기분이 들어서. 흙탕물을 흔들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불순물이 침전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수면 위에서만 떠다녔다.

내가 가진 '앎'에 대한 기준은 엄격했다. 상대의 이름, 사는 곳, 혈액형, 좋아하는 것에서 더 깊이 들어가 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 내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 지금까지 보내온 낮과 미완의 새벽, 기분에 따른 미세한 표정 변화 등. 사람을 안다고 말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이런 나를 보고 그럼 너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냐고 물었다ㅡ 나는 당신밖에 없다는 말을 고개를 숙이는 몸짓으로 대체했고 그는 내게 만년필을 선물해줬다. 잃어버려도 좋으니 내 이름을 많이 쓰면서 다니라고 했다. 그는 내 첫 서명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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