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토키소바』

이어서 향한 어느 동아리방.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었다.

ㅡ읽기전에

라쿠고 란 반전이 들어가있으면서도 형식이 정해진 1인 만담이라고 합니다. 만담과는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고함

토키소바는 시(時)소바라는 뜻으로, 에피소드 내 라쿠고 제목입니다.

라쿠고 연구회 부실

손님A(라쿠고연구회원A)

"돈은 소액이라 상관없어? 그럼 손을 내밀어줘.

계산할게. 간다, 알았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소바가게, 지금 몇 시야?'

소바가게(라쿠고연구회원A)

아홉시입니다.

손님A(라쿠고연구회원A)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열넷, 열다섯, 열여섯……"

라쿠고연구회원A

네, '토키소바'였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야

오오~ 역시네요! 에도의 정경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았어요.

마야

계산을 한 푼씩 내다가 '여덟 개'까지 세는 단계에서

소바가게에 일부러 시간을 물어보고 '아홉시'라고 대답하게 해서

계산을 한 푼 속이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인 거죠.

카오루

아아. 그 후, 이 대화를 본 사람이 자신도 따라 소바가게에 시간을 물어도

그때의 시간은 네시라서. 반대로, 계산을 많이 지불해 버린다는 결말…

카오루

아아,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네.

하지만...마야가 라쿠고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는걸.

마야

예전부터 궁금했거든요.

혼자서 여러 배역을 연기한다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야

게다가, 무대장치도 조명도 배경음악도 없는데

말로만 이야기의 장면이 제대로 보이는 점이 재밌어요

카오루

후후후, 무대 뒤 사람다운 눈썰미가 있네.

라쿠고연구회원B

저기저기. 괜찮다면 말이야, 너희들도 고좌(高座)에 서보지 않을래?

마야

어? 고좌에 선다니…… 라쿠고를 연기한다는 건가요!?

저기, 포스터에는 "요세(전용극장)를 감상하는 활동 OK"라고 써 있던 것 같은...

라쿠고연구회원B

뭐 그렇긴 한데~ 물건은 써봐야한다고나 할까,

모처럼 체험하러 왔는데 해보지 않을래? 대본 들고 해도 되니까. 자

마야

에엣.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카오루

마야, 어쩌면 실제로 연기를 해보면 라쿠고를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더 그 훌륭함을 알게 될지도 몰라. 동아리 고르기에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마야

화, 확실히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모처럼의 기회이니, 해보겠습니다.

라쿠고연구회원A

좋아 좋아! 그러면 네, 이거 대본. 아까 내가 했던 토키소바.

초보자용으로 짧고 쉽게 만들었으니까,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그럼 고좌에 올라가서...

마야

자, 잠깐만요. 대본을 조금 읽고나서…!

마야

……기다리셨습니다. 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쿠고연구회원B

OK! 그럼 방석 위에 앉아 앉아~

마야

네, 넵. 잘부탁드립니다. ..........크흠

손님 A (마야)

오, 소바가게. 잠깐만 잠깐만. 뭘 할 수 있지?

하나마키에 싯포쿠라. 그럼 싯포쿠 하나 부탁할게. 으으, 하지만 춥네.'

소바가게 (마야)

"정말 춥네요."

손님 A (마야)

"나는 완전히 감기걸렸어.

뭐, 감기 같은 거 뜨거운 거 먹으면 낫지 않겠어. 뜨거운 거 하나 부탁해.

손님 B (마야)

그럼 계산할게. 간다, 알았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소바가게, 지금 몇 시야?'

소바가게 (마야)

"에에, 네 시예요"

손님 B (마야)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마야

...정말 감사합니다...!

카오루

아아 훌륭해, 마야…!

이 얼마나 덧없는 소바가게의 연기인가….

마야

네! 저도 연기하면서 왠지 소바가게의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마야

신기해요. 그렇게 긴장했는데 말을 하다 보니까 즐거워졌어요

카오루씨의 마음을, 조금은 알것같습니다.

카오루

후후, 마야도 배우의 심오함을 알아줘서 기뻐.

라쿠고연구회원A

응응 처음으로 고좌에 섰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대단한 배짱이었어!

마야

아하하....평소의 성과, 라는 녀석일지도 모릅니다.

라쿠고연구회원B

그럼 다음은 네 차례네. 자, 이거 대본

카오루

고마워. 하지만, 대본은 필요없어.

라쿠고연구회원B

엣? 하지만 대본이 없으면 대사가...

카오루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ㅡ잘부탁드립니다.

손님 A (카오루)

"아, 소바가게! 어찌하여 당신은 소바가게인가?

손님 A (카오루)

"아니, 소바 가게의 이름을 버려도, 소바 가게는 소바 가게…!

아아…미안하다. 무심코, 그 덧없는 요리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구나. 

어머, 하나마키에 싯포쿠가 있네. 싯포쿠 하나 부탁한다……'

손님 A (카오루)

"하지만…아, 오늘밤은 얼마나 추울까……

내 몸을 떨게 하는 이 바람에, 두들겨 맞을 것 같아!"

소바가게 (카오루)

"네…정말 춥습니다"

손님 A (카오루)

아아! 아아! 나는 완전히 감기에 걸려버렸다!

하지만 감기따위는 당신의 뜨거운 의지로 날려버릴거야!

소바 가게씨, 제발 하나만이라도 뜨거운 것을, 이 나에게 베풀어 주었으면 좋겠다…'

라쿠고연구회원A

괴, 굉장한 박력…! 꽤 개성적이고, 전혀 다른 느낌이 되어버렸지만

뭐랄까, 눈을 뗄 수 없어…!

마야

아하하하...카오루씨 셰익스피어가 묻어나왔군요.

마야

하지만...그걸로 보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다니

역시 카오루씨입니다!

손님 B (카오루)

자 각오는 되었나, 정해진 계산 시간이다. 가보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자 소바가게!

지금 운명의 시간은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소바가게 (카오루)

네 개입니다.

손님 B (카오루)

"네 개!? …그렇구나. 그럼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그렇다면 들어보아라! 내 계산을!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카오루

ㅡ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쿠고연구회원A

....최고였어!! 전혀 토키소바랑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훌륭했어!!!

마야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레인지는 꽤 강했습니다만, 열중해서 보고 말았습니다.

역시 카오루씨의 연기는 대단하네요!

카오루

마야가 그렇게 말해줘서 다행이야.

나로서도 흥미로웠어. 꼭 다시 연기해보고싶다.

라쿠고연구회원B

응응! 둘다 훌륭했어!

어리숙하지만, 그 상냥한 인품이 전해져 오는 야마토씨의 솔직한 말투…!!

라쿠고연구회원B

기교 가득한 입담으로 보는 사람을 매료시켜,

새로운 라쿠고 세계의 혁명을 느끼게 하는 세타씨의 말투…!

이 재능을 놓칠 수는 없어! 꼭 우리 동아리에 들어와 주세요!!

마야

자, 잠깐 진정하세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아직 동아리를 고르는 중이라서……

카오루

미안해, 나의 덧없는 연기로 사로잡아 버렸네...

아아, 이 얼마나 죄 많은 일인가

라쿠고연구회원A

그, 그렇구나.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라쿠고연구회는 둘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놀러와!

마야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