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은 계속해서 절름발이 선비가 낙심해 돌아왔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를 낙심하게 만들었는가?
그건, 그림이었다.
그림이라?
친우를 잃고 수십년간 슬픔에 빠져있던 그는 다시금 영감을 받아 온 힘을 다해 최후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지.
그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전엔 보지 못한 것.
어떻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서.
흠. 그게 흥미로운 부분이지. 누구나가 알다시피, 인간의 상상력이란 결국 보이는 것에 구속되기 마련이니까.
결국,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이가 있겠는가?
그 선비는 백지를 보며 열흘을 고민하더니 몸무게가 30여근이나 빠지고 말았네. 가뜩이나 다리를 절던 그는 더욱 못볼 꼴이 되었지.
유독 추운 겨울이 지나며 선비의 양식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고, 마을 사람들은 그의 몰골 때문에 가까이 가는 것을 꺼렸네.
어느 날까지도 절뚝거리는 선비는 몇 번이나 일어났지. 비록 팔다리엔 힘이 없었지만 머리만은 맑았다네.
선비는 스스로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지. 잠시 텅 빈 집을 둘러보던 그는 무아지경에 빠졌다네.
그의 눈에서 눈으로 뒤덮인 얼어붙은 대지가 점점 멀어져갔고, 창문에 바람이 부는 소리도 점점 잦아들었지.
눈 깜짝할 새에 책들이 사라지고, 먹, 종이, 벼루가 마치 덧없는 벼루처럼 사라지는 걸 본 그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네.
한순간, 그는 창밖에 쌓인 눈의 양, 자신을 비추는 달빛의 각도와 그를 가리는 구름의 진리를 깨달았네.
손을 뻗어 밤의 장막을 헤치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지만, 그것을 더 이상 발의 장애물이 될 수 없었지.
그는 땅으로 떨어졌지만,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어.
더는 아무것도 그의 상상을 가로막지 못했어ㅡ그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창조했으며, 그것들은 현실로 범람했다네.
늦은 그날 밤, 한 노인이 생전 처음 보는 형형색색의 빛과 처음 듣는 괴상한 소리에 용기를 내어 그 선비의 집을 들여다 보았지만ㅡ
ㅡ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지. 서둘러 달아나 집에서 잠을 청했으나, 오랫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네.
다음 날, 이웃들은 하나둘 선비의 집을 찾아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어. 문을 박차고 들어간 그들 앞엔 싸늘하게 식은 선비만이 누워있었고,
모두들 얼어죽었으려니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들을 제치고 시체를 살피던 이장은 서리로 뒤덮인 백지 한 장을 발견했다네.
사람들은 결국 선비가 과거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해 그림 앞에서 죽었다고 탄식했고, 누군가는 그가 병에 걸려 이성을 상실한 나머지 그런 기이한 일을 벌였다고도 했지.
진상을 알고 있는 이는 그것을 직접 본 늙은이 뿐이었어.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죽기 전에, 자기 아들에게만 이름마저 잊힌 그 선비만이 진정한 천고의 대가라 말했을 뿐이라네.
마을 주민 : 왜?
이야기꾼 : 그 선비는 그날 밤 확실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렸기 때문이지라네.
마을 주민 : 책에서 본 이야기랑은 다른 거 같은데.
이야기꾼 : 늙은이에게 말할 시간이 없었던,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그는 죽었으니 말이야.
이야기꾼 :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보통 선비가 죽은 것에서 끝나곤 하지.
이야기꾼 : 진실은 아마 아무도 모를걸세.
마을 주민 : 하지만 전에 보지 못한 걸 그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 내가 돌아가서 무언달 그린다면, 자넨 그걸 본 적 없을걸?
이야기꾼 : 이보시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네. 자네가 큰 호수를 본 적은 없다해도 물웅덩이를 본적은 있지 않은가? 그럼 난 호수를 아주 큰 물웅덩이라고 말할걸세. 보시게, 자네도 이미 보지 않았나?
이야기꾼 : 이게 그 선비가 그의 재능을 보여주는 부분이지.
마을 주민 : 그럼 그는 대체 무엇을 그렸을까?
이야기꾼 : 누가 알겠나?
마을 주민 : 이봐, 복잡한 이야기는 그쯤 해둬. 우린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다른 이야기는 언제쯤 들을 수 있는거야?
어린 아이 : 나는 저번의 "홀로 하늘에 올라, 쌍고검으로 천하를 가른다" 의 결말을 듣고싶어!
이야기꾼 : 해 주겠네, 해 주겠어. 내가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서, 이걸 다 말해주려면 100년을 살아도 모자랄걸세? 그래도 다 듣고 싶다면, 그건 좀 욕심이라네.
이야기꾼 :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듯 하니, 다음엔 다른 이야기를 해주겠네.
어린 아이 : 야호!
이야기꾼 : 규칙은 규칙이니, 내 입이 그리 가치가 있진 않네만, 차 마실 돈 정도는 형편껏 좀 내 주시게.
이야기꾼 : 오늘은 처음보는 얼굴들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에 좀 만족하셨나?
라바 : ...
크루스 : ...
Mr. 호드 :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이야기꾼 : 선비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도 전에 광석병에 걸려 우울증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라면, 나는 그게 사실이라고 확신한다네.
이야기꾼 : 하지만 양념을 좀 치지 않으면, 이야기가 재미 없지 않은가?
Mr. 호드 : ㄱㄹㄴ!
이야기꾼 : 고맙네.
이야기꾼 : 나는 단지, 이런 야사(野史)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대해 관심이 좀 있을 뿐일세.
이야기꾼 : 어쨌든, 내가 비록 제대로 된 이야기꾼도 아니고, 이 마을에서 좀 오랜 시간을 보냈을 뿐이지만, 내 헛소리를 들으러 와줬으면 좋겠네. 몇 사람 오지 않아서 말이야.
이야기꾼 : 자네들 셋은 좀 낯선데 말이야, 안그런가?
라바 : 에헴....( Mr. 호드에게 눈치를 준다. )
Mr. 호드 : 맞네, 맞아. 이 두 분께선 사람을 찾기 위해 먼 길을 오신 내 친구분들일세.
Mr. 호드 : 하지만 두 분은 염국 지리에 낯설어서 내가 가이드 역할 좀 했다네, 그럼, 자넨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야기꾼 : 나는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떠돌며 옛 이름을 버렸다네. 여행을 하며 문학에 손을 좀 댔고, 부끄럽긴 하지만 그때부터 날 "레이먼 주산"으로 칭해왔다네.
Mr. 호드 : 좋아, 좋아! 공교롭게 나도 고향을 떠나게 되었는데, 지금은 Mr. 호드라고 칭하고 있네. 편하게 호라고 부르는게 어떤가?
라바 : ( 방금 지은 이름이 아니라고 했으면서ㅡ?! )
크루스 : ( 쉿 )
라바 : ( 크루스? 무언가를 발견한거야? )
크루스 : ( 흠?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저 쟤가 뭔가를 꾸미려고 할때마다 재밌어서 말이야~ )
라바 : ( ... )
이야기꾼 : 그럼 우린 모두 방랑자들이지 않은가. 그래서, 자네가 찾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Mr. 호드 : 아, 옛말에 이르기를 만남은 운명이라고 더 이상은 우연일 수가 없네.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은 화가라네.
이야기꾼 : .... 화가? 이 작은 마을에서 화가가 있다는 건 못 들어봤네만. 어떻게 생겼는가?
Mr. 호드 : 어... 은인님? 이 분께 설명 좀 해주시게.
라바 : 우린 여자를 찾고 있어. 머리에 이상한 뿔이 달렸고, 이상한 아츠를 사용한대. 그리고... 그리고... 그녀는 화가야.
이야기꾼 : 그게 다인가?
라바 : ... 그래.
이야기꾼 : 내 기억엔 그런 이는 본 적이 없네만.
Mr. 호드 : 흠, 그거 이상하구만.... 혹시 찾는 이가 이미 마을을 떠난 건 아닐까?
이야기꾼 : 이 마을을 찾는 이는 드물지.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걸세.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Mr. 호드 : 괜찮네, 괜찮아. 더 이상 폐를 끼치진 않겠네. 우린ㅡ
Mr. 호드 : 우린...?
이야기꾼 : 호?
라바 : 야, 왜 그래?
Mr. 호드 : 아, 하하.. 우리가 어디서 왔지?
라바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린ㅡ
이야기꾼 : ㅡ정원을 나가려면 이 길을 따라가게.
이야기꾼 : 아마 자네들은 사람들을 쫓아 여기 오다 길을 잃었겠지? 하하, 내 정원은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아서 말일세, 아직도 길을 몰라서 하인에게 길을 묻는다네.
Mr. 호드 : 이봐... 내 끔찍한 기억 좀 봐, 내가 어떻게 잊었지?
이야기꾼 : 만약 화가에 관련된 일에 대한 단서를 찾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내게 도움을 청하게.
이야기꾼 : 난 해야할 일이 좀 있어서 말일세. 잘 가시게, 손님분들.
Mr. 호드 : 오, 고맙네, 고마워. 은인님, 어서 떠날까?
라바 : 기다려ㅡ
Mr. 호드 : 다음은 어디로 가실건가? 찻집, 역참, 정원까지 가봤는데, 어디 단서를 찾을 곳이 더 있을까?
라바 : ... 우리가 여기 온지 얼마나 됐지?
Mr. 호드 :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시는겐가? 음... 2~3일 쯤 되었네만.
라바 : 진짜?
Mr. 호드 : 아하,하, 어제 잠을 못자서 그런가 좀 헷갈리네.
크루스 : 꼬마 라바.
라바 : 흠... 느꼈는데... 근데 너무 희미해... 아마....
크루스 : 이럴 땐 니 직감을 믿어야 해.
라바 : 내 감은 우리가 끔찍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하고 있어.
크루스 : 일종의 정신적인 아츠 같은거....?
라바 : 흠... 아츠...
Mr. 호드 : 은인님들, 뭘 그렇게 속닥거리시나? 서두르지 않으면 해가 져버린다네.
라바 : 무슨 소리야, 하늘은 아직ㅡ
라바 : ㅡ
라바 : ㅡ하... 늘?
크루스 : 우린 한번도 하늘을 본 적이 없는데...? 그냥 올려다봤으면 눈치챘을 텐데... 이상하네에.
Mr. 호드 : ㅇ, 은인님, 이게 무슨 일인가?! 저길 보시게, 마치... 달이 뜨는 것 같네만?!
Mr. 호드 : 하지만 지금은 대낮 아닌가? 왜 다리 건너편에 불이?
라바 : 니 뒤를 봐...
Mr. 호드 : 어?
라바 : ... 반대편 지평선엔... 태양?
크루스 :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면 하룻밤을 "걸어온" 거 아닐까아~?
라바 : 이건... 새로워. 니엔한테 염국엔 온갖 것이 다 있다고 듣긴 했지만... 이런 풍경이 존재한다고?
라바 : 잠깐, 내 주머니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라바 : 이건, 니엔이 준 부적...?
라바 : 잠깐, 잠깐! 뭔가 이상해!
라바 : "풍경" 이라니, 난 무슨 생각을...!
크루스 : 아...
라바 : Mr. 호드!
Mr. 호드 : 어ㅡ? 나 여깄네! 나 여깄어!
라바 : 여기 니웡 마을 맞아!?
Mr. 호드 : 그건... 내가 말할 필요가 있겠나... 어...
Mr. 호드 : 아, 아닌 것 같지만, 이 근처엔 다른 마을이 없네!
라바 : ... 뭔가 잘못되었어, 잘못되었다니까.
라바 : 크루스, 우린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나 고우 시에 도착했고, 다음날 정오에 출발했어.
라바 : 그리고 나서 우리는 후이치 산으로 가는 들판에서 박살난 차를 봤지ㅡ
Mr. 호드 : ㅡ그리고 은인님들이 날 그 괴물들로 부터 구해주셨고?
크루스 : 그냥 새 보금자리를 찾아 줬을 뿐이야~. 걔들도 살기 힘들걸~?
라바 : 그리고 나서?
Mr. 호드 : 그리고 나서 우린...?
크루스 : 으음, 그리고 우린 후이치 산을 올라서 낡은 오두막을 발견했지이.
라바 : 난 그걸 밀어서 열고...
라바 : ... 문?
라바 : 종소리? 이 소리는 어디서 나는거지?
마을 주민 : 종이 울렸다고? 그게 울렸어! 빨리 모두를 모아! 움직이라고!
마을 주민 : 무슨 일이야! 오랫동안 그러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
라바 : 이봐...! 무슨 일인데!?
마을 주민 : 너, 너 외지인이야? 종이 울리는 건 서쪽 산에서 괴물들이 온다는 거라고!
마을 주민 : 저 괴물들은 빛을 견디지 못해. 저 햇빛이 비추는 곳으로만 도망가면 안전할거야!
Mr. 호드 : ㄱ-괴물? 어떤 종류의 괴물인가?
마을 주민 : 아이고, 설명할 시간 없어! 막지 마, 내 아내를 데려와야 한다고!
어린 아이 : 엄마! 엄마!
마을 주민 : 모두 여기 있는거 맞아? 없어진 사람 확인해! 그들을 찾아야 한다!
Mr. 호드 : 은인님, 은인님, 우리도 어서 피난처를 찾아야 하네!
Mr. 호드 : 그 남자가 말하길 햇빛이 내려쬐는 곳은 안전하다고 했네, 도망치세ㅡ은인님?
라바 : ... 크루스.
크루스 : 난 준비 됐어~
라바 : 좋아.
Mr. 호드 : ㅡ은인님!? 농담하지 마시게, 우리도 지금 엉망이니까 일단은 숨고 나중에 생각하세!
Mr. 호드 : 이보시게! 이봐이봐! 이건 왜 나한테 달려드는거야! 은인님들ㅡ기, 기다리시게!
저번에 Arts랑 art랑 헷갈려서
아츠를 금속공예로 번역함 ㅎㅎ ㅈㅅ;;
재미는 있는데 한편한편 진짜 드럽게 길다
라바 크루스 호드짤 고화질은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