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사과문에서 "쇠파이프를 마구 휘두르는 폭력시위가 없었다면 이런 불행한 결과는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라고 한 것만 잘라왔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지. 무엇을 말하냐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아예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당시 사과문 전문을 가져와봄. 한번 읽어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시위도중 사망한 故 전용철, 홍덕표 두 분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이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어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번 더 다짐하고 또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이 사과에 대해서는, 시위대가 일상적으로 휘두르는 폭력 앞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힘들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의 사기와 안전을 걱정하는 분들의 불만과 우려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식을 전경으로 보내놓고 있는 부모님 중에 그런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또 공권력도 사람이 행사하는 일이라 자칫 감정이나 혼란에 빠지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인데, 폭력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이 이와 같은 원인된 상황을 스스로 조성한 것임에도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공직사회 모두에게 다시 한번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쇠파이프를 마구 휘두르는 폭력시위가 없었다면 이런 불행한 결과는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도 이전과는 다른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korea.kr/briefing/speechView.do?newsId=132012778
자, 간단한 국어 문제야. 이 담화문을 쓴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아무리 그래도 이건 공권력이 잘못한 게 맞지. 사과해야겠다.
② 폭력시위를 하니까 죽는 거 아냐? 누가 쇠파이프 휘두르라고 칼 들고 협박함?
쉽잖아. 이걸 ②번을 고르면 되겠니? 그러니까 공권력이 잘못했다고 앞에서 계속 말했고, 경찰 측 입장을 아예 생각 안 할 수는 없으니까 마지막에 폭력시위에 관한 얘기도 한 번 넣었는데, 그나마도 '폭력시위 하지 마!'가 아니라 '폭력시위 할 일이 안 생기도록 저희가 잘 해볼게요'에 가까운 말이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편집한 거야.
물론 참여정부 때 정부와 노동계가 갈등하면서 (그때는 시위하는 노조나 그걸 진합하는 경찰이나 지금만큼 세련되지 못했으니까) 죽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지. 이 사과를 하고 1년 뒤에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씨가 경찰 진압 중에 다쳐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으니까.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일이야. 근데, 최소한 노무현은 이런 사과를 하기라도 했잖아. 그 뒤에 있었던 용산 참사나, 쌍용차 사태나, 백남기 농민 때 윾머가 좋아하는 이명박, 박근혜는 이 비슷한 말을 하기라도 했냐고. 노무현 뒤에 나온 보수 성향 대통령들이 시위하는 사람을 테러리스트 취급하니까 노무현을 제대로 평가하려고 해도 자꾸 더 나은 면만 부각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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