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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쿠로가 말했어.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9 10:43:02
조회 1597 추천 85 댓글 1
														



언젠가부터 본가에서 혼자 지내시는 엄마가 카톡으로 우리집 강아지가 말을 한다고 하기 시작했다.


"쿠로가 오늘 그렇게 배고프다고 떼를 쓰는거 있지?"


"아, 막 낑낑댔나보네."


"아니. 진짜 배고프다고 말하길래 밥 챙겨줬지."


"엥? 뭔소리야?"


"하하."


이런 식으로 항상 알 수 없는 소리를 하시고는 자세히 물어본다 싶으면 대충 얼버무리고 다른 이야기를 해버리신다.


난 뭔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당장 일이 너무 바빠서 그냥 넘어갔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쿠로가 내일은 산책 건너뛰자고 하네? 흐흐"


"쿠로가 아빠 보고싶다고 하네. 엄마돈데."


"쿠로가 너 언제 올거냐고 묻는다~ 언제 시간되면 와~"


점점 내용이 이상해지는 것 같고, 혹시 나한테 어떤 메세지를 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바로 본가로 내려갔다.


본가까지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라는 확신이 들자 손이 덜덜 떨리며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본가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괜찮아?"


"응, 전화했었네? 무슨 일 있어?"


"아니, 전화를 왜 안 받아?!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으응~ 쿠로랑 산책다녀왔는데 폰은 두고 나갔었어. 쿠로가 오늘은 산책을 꼭 다녀와야 된다길래. 무슨 일이니?"


"아니... 쿠로가 산책 다녀와야 된다고 직접 말했어?"


"응. 그럼 말로 하지 뭐로 하니?"


"아니이! 개가 무슨 말을 한다고 직접 말을 했다는 건데!"


"얘, 엄마한테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니...응? 정말? 쿠로가 그러는데, 너 지금 집 내려오는 중이니?"


확신이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일단 갈게."


전화를 끊고 나는 아무런 말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집으로 내려갔다.



**

현관문 앞에 섰을 땐,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다행히 현관 비밀번호는 예전 그대로였다.


삑삑-삐비빅.


문이 열리는 소리에 쿠로가 짖던 소리도, 달려오던 발소리도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에 들어갔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부엌엔 먹지 않은 사료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TV 소리도, 사람 소리도 없었다.


"...엄마?"


대답이 없었다.


조금 더 걸어가다 침실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문 틈 사이로 무언가 사람 말 같기도, 동물 소리 같기도 한 웅얼거림이 들려왔다.


귓속에서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침실 문을 밀었다.


침실에서는 엄마가 어두운 방 안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앞에 두고 있었다.


작은, 무언가.


"엄마...?"


엄마는 내 목소리가 들리자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대답했다.


"쿠로가 너 왔다고 하네."


"엄마, 쿠로는...어딨어?"


엄마가 등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활짝, 아주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쿠로가...네가 안 믿을까봐 걱정 많이 했대."


엄마는 앞에 놓인 작은 무언가를 들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쿠로가 말하네. 넌 말을 참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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