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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괴담] 망각은 배려다 - 소망원에 들어가는 날

저런(59.6) 2025.06.20 14:54:32
조회 3018 추천 2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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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소망원이란다. 


-


아니, 너희 아버지는 너를 버리지 않았어. 분명히 다시 찾아오실거야. 


-


궁금한 건 나중에 물어보고, 소망원에서 지내는 동안 지켜야 할 규칙을 알려줄게.


아, 아가는 생일이 어떻게 됐지?


-


그래, 2008년.. 1월 29일.. 겨울에 태어났구나! 


이 곳의 겨울도 참 아름다운데, 눈이 피는 걸 보고 가면 좋겠네. 




아 참,


아가야, 원장 선생님께서 아가에게 편지를 하나 남겨주셨어. 


다 읽고, 신발이랑 짐을 정리하고 선생님 방으로 오렴. 


입구 바로 오른쪽에 있단다!


소망원에 온 걸 환영한단다


아가, 


소망원에 온 걸 환영한단다. 


입소에 앞서서, 아가가 이 곳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간단하게 말해주고자 한단다.

생활관이나, 놀이터, 기숙사에서의 세부적인 규칙들은 선생님들이 다시 한 번 알려줄 거란다.

아가가 소망원에서 '배려'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이니, 꼭 숙지하기를 바란단다.



이 곳 소망원에서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단다.

아가들은 밖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한단다.

아가들을 '배려'하는 거야 말로, 소망원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란다.



이 곳에서는 모두가 '아가'란다.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모두를 '아가'라고 부를 거고, 아가도 친구들을 부를 때 그렇게 불러야 한단다.



아가는 소망원에서 아가의 나이 만큼 지내게 될 거란다.

아가가 열세살이니, 1년 하고도 한 달을 여기서 보내게 되겠구나.



아가가 순수해졌을 때, 소망원을 졸업하게 될 거란다.

아가에게도, 아가의 새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아가가 기억하기 싫은 누군가에게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인 '배려'를 전해주게 될 거란다.



소망원에는 씨앗반, 새싹반, 줄기반, 그리고 꽃잎반이 있단다.

아가는 꽃잎반에서 시작해서, 한 반씩 올라가게 되겠지.


아가가 꽃잎반에 있는 동안에는, 소망원 밖에서 좋아했던 활동들을 즐기며 행복한 생활을 보낼거란다.

아가는 어떤 활동을 좋아했니?


아, 최근 졸업한 아가는 커피 만드는 걸 좋아했고, 바리스타 아빠에게 '행복'이 되었단다.

아가도 분명 남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착한 아가가 될 수 있을 거야. 



이 곳에서는 행복하게, 자유롭게 지내도 괜찮단다. 밖과는 다르지?

다만, 몇 가지 규칙은 꼭 지켜줬으면 한단다.



우선 가장 중요하게도,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서의 일을 이 안에서 말하지 마려무나.

한 두 번 정도는 선생님들도 웃으면서 넘어가겠지만, 선생님들의 배려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단다.



또, 이 안에서는 색깔이 있는 걸 피해야 한단다. 

색깔이 있는 것들은 순수하지 않단다. 네가 반을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거야.

하얀 것이 가장 순수하다는 걸, 이 선생님은 굳게 믿고 있단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폭력과 싸움은 하면 안 되겠지?

이 곳에는 순수하지 않은 아가는 필요하지 않단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아가는,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구나.


당연하게도, 말로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것도 안 되겠지? 

똑똑한 꽃잎반의 아가라면, 잘 이해하리라 믿는단다. 



마지막으로, 졸업하기 전 아가의 아버지가 다시 아가를 찾아올 수도 있단다. 

아가가 '배려'받지 못한 것에 대해 선생님이 미안하구나. 



비록 소망원에서 만큼 행복하지는 않아도, 순수해진 아가라면 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선생님은, 아가가 '배려'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단다.



이 정도, 가장 중요한 규칙들을 알면 소망원에서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거란다.



많이 힘들었지 아가,

소망원에서 함께 행복해지자꾸나.



원장 선생님이



편지를 다 읽고, 선생님 방으로 가는 길

신발장 사이에 꾸깃꾸깃 접힌 종이가 한 장 있다.



아가친구 안녕!


나는고양이 아가야! 이름은 이제 기억 안나!


아가친구들이 나를 고양이아가라고 불러! 냐옹이는 거짓말 안 해 ฅ^•+•^ฅ



나는 소망원에 1➆살에 들어왓어!


물놀이도하고 단풍놀이도하니 이제 나는 줄기반이야


그래도 줄기반에서 내가 제일 글씨를 잘쓴대! 



꽂입반애잇을떼는 컴퓨터게임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블럭놀이밖에 못하게해 


그래도 고양이인형놀이는 아직 할 수 있어서 좋아


새싹반에 들어가면 고양이인형놀이는 못한대 


고양이탈 쓴 술래는 도만쳐고 나머지는 술래 잡는거야


이제 내가 ➈살이니까 두달밖에 안남은 놀이야 슬퍼



처음 왔을때 선생님이 시간이 지나면 행복해진다고 했는데


진짜로 졈졈 행복해져가! ฅ 아빠만 오면 더 행복할텐데


선생님이 아빠얘기 하는거 싫어해



그래도 치킨을 못먹는건 싫어


생명은 중요한거라서 여기서는 고기는 못먹는데


꽃잎반이였을때는 돈까스도 줬는데 슬퍼


그래도 나보다 먼저 왔던 아가언니는 이제 쪽쪽이만 먹던데


그래도 쪽쪽이보단 떡볶이나 된장국이 더 맛있어서 좋아!


아가언니는 무슨 음식 좋아했더라?? 기어기 안나  ㅜㅜ



아 참!!!! 


절대로 여기서 사람들 때리지마!


지난번에 우리 괴롭히는 아가친구 선생님한테 말했는데


무서운 선생님 와서 씨앗반으로 데려갔어


그래도 그친구는 행복하게 잘있대! 

만약에 내가 졸업하기 전에 너네아빠가 데리러온다면

우리 아빠한테 나 언제 데리러오냐고 물어봐줘

그리고 사랑한다고 전해줘 

빨리 졸업하고 싶다  ฅฅ ฅฅ

이건 걸리면 혼나니까 지워야지  


다른반끼리는 못놀지만 나랑 같은반 되면 같이 놀자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종이 공간이 사라저간당 ㅜㅜ •+•


나중에 줄기반 놀러와서 나랑 놀자!


너가 줄기반이면 좋겟다 아니라도 우리 친구하자!


그럼 또 보자! 친구 야! . ⋆⁺⋆。₊⋆°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혀있다. 


아빠가 안 데리러 온다는 말은 무슨 의미지..?




아가, 짐 정리는 다 했어?


-


들고 있는 편지를 본 선생님 표정이 안 좋아진다. 


그리고, 다시 편지를 본 나는 사색이 되었다.







[시리즈] 소망원
· 망원, 080–129–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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