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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물수제비

멸치맛쌀국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0.08 19:59:03
조회 6443 추천 13 댓글 7
														

1장. 물수제비

나는 어렸을 적에 시골에 살았었다.
산, 들판, 논밭을 거닐며 놀았다.
아침에 개구리를 한 마리 잡아다 파리를 먹이며 놀았다.
다른 아이들이 아빠, 할머니, 친척들과 추억을 쌓을 때 홀로 개구리를 키웠다. 아빠가 없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나에게는 그것이 최고의 놀이였다.

흥미가 떨어져서 개구리를 놓아두고 다시 나가 오락거리를 찾을 때면 어김없이 옆집 누나가 와서 물어봤다.

"심심해?"

나는 항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그만두고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누나는 언제나 돌을 하나 쥐어 주곤 물수제비를 하고 놀라며 강가로 데려다 주었다.

물수제비는 언제나 재미있었다.
누나는 항상 나를 지켜봤고, 10번 연속으로 튀기기를 성공한 날에는 성공한 돌을 강물에 씻어 손에 쥐어 주었다.

달라진 건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기다릴 때였다.
나는 그때 메뚜기를 잡으며 놀았었다.
메뚜기를 잡아 튀겨 먹고 자르며 노는 모습이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의 놀이 방식이었다.

엄마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중학교에 갈 것이라며 마을 어른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나는 이것을 곧잘 지켰다.

어느 날 메뚜기 다섯 마리를 잡아 튀길 때 누나가 찾아왔다.
사실 지금껏 누나와 '대화'는 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누나만 나에게 질문하는 방식이었다.
누나는 나에게 중학교에 갈 것인지를 물었다.
나는 부모님 말씀을 따라 "중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누나는 알았다며 이상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처음이었다. 누나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항상 끄덕이거나 머리를 휘젓는 것 외에는 누나의 질문에 말로 대답한 적이 없었다.
처음 한 대답이 거짓말일 줄이야.

3일이 지나고, 나는 좋은 중학교에 가기 위해 도시로 이사 갔다.
이웃 주민들 몰래 가는 것이 이상했지만 아무튼 부모님을 따라갔다.

그 이후는 별일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고등학교를 갔고 좋은 대학도 나왔다. 슬픈 건 엄마를 자주 못 봤다는 것이지만.

2장. 귀환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지 3년 될 무렵 엄마가 과로로 쓰러지셨다.
나는 엄마를 온 정성을 다해 부양했다.
직장에선 짤리고 알바까지 뛰었다.
그러나 결국 엄마는 돌아가셨다.
유언도 없었다.
그냥 가셨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주무시기 전 "사랑한다"는 말, 그 한마디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내 어릴 적 사진도 나왔다.
대부분은 나 혼자거나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러다 보였다.
나와 같이 찍힌 유일한 다른 사람, 옆집 누나였다.
보고 싶었다.
이유도 모르겠다.
그냥 별 이유 없었다.
난 누나가 좋았나 보다.

장례가 끝나고 옛집에 들르기 위해 다시 시골로 돌아왔다.

시골에 돌아와 내 옛집을 찾아가 봤다.
사실 엄마가 아직 이 집을 팔지도 않았다.
직장에서 짤리고 그냥 살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가다가 마을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건넸다.
나를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 이렇게 컸냐며 부모님의 안부와 어떻게 살았는지, 나중에 밥을 먹자는 이야기를 했다.

내 집을 찾아가니 옆집도 그대로 있었다.
아니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어떤 집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 집에 들어갔다.
그득그득 쌓인 먼지를 치우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했다.
청소가 끝나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이장님과 알던 어른들을 찾아갔다.
반갑게 맞아주셨다.
마침 일손이 부족했으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돌려 말한 환영을 들으며 저녁은 다 같이 먹었다.

3장. 누나

아침이 밝아왔다.
나는 대문을 열고 어렸을 때처럼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엄마가 생각났다.
눈물이 흘렀다.

그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심심해?"

말을 건 쪽을 보았을 땐 울먹이고 있는 옆집 누나가 있었다.
나는 그때처럼 머리를 끄덕였다.
누나는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나도 누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누나는 다시 내 손에 돌을 쥐어 주었다.
바뀌지 않은 것처럼 강으로 갔다.

물수제비
물수제비를 던졌다.
정말 오랜만에 물수제비를 던졌다.
나는 몇 시간 동안 물수제비를 던졌다.
누나는 계속 지켜봐 주었다.

10번이다.
10번 연속으로 물수제비를 띄웠다.

누나는 돌을 씻었다.
그리곤 돌을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멍하니 누나만 바라보았다.
누나는 그런 나를 보고 싱긋 웃은 뒤 갑작스레 입을 맞췄다.

놀랐다.
누나는 입을 맞춘 후 내 손을 다시 잡고 나를 집까지 끌고 왔다.
누나는 집 앞에서 한 번 더 나에게 입을 맞췄다.

나는 당황하여 또 멍해졌다.

누나는 그런 나를 보며 싱긋 웃곤 집에 들어갔다.

4장. 가장 행복했던 7일 아니 8일

누나는 그날 이후로 매일 어디론가 끌고 갔다.
산 정상, 논밭, 오솔길, 산책로, 강, 강 상류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7일이었다.

오늘은 누나가 집까지 찾아왔다.
옆집이니 이상할 건 없지만
여지껏 내가 밖에 있을 때 몰래 다가와 끌고 갔었는데.
이상했지만 끌려가기로 했다.
누나가 내 손을 끌고 어딘가로 갈 때 이장님이 그 모습을 보셨다.

오늘은 산 중턱의 정자로 갔다.
나와 누나는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이 되어 어둑어둑해졌을 때쯤 누나가 더는 위험하다며 내려가자고 했다.
나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정자에서 나와 걸었다.
"윽-!"
어두워서 그런가?
발목을 삐끗한 모양이다.

누나는 그런 나를 보고 한 번 웃어 보인 후 나를 업었다.
내가 그리 무겁지 않은 건가?
누나는 나를 업고 아주 손쉽게 산에서 내려왔다.

누나는 나를 내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집 마루 바닥에 나를 내려놓고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 후 돌아갔다.

5장. 충격

누나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었을 땐 이장님이 계셨다.

"잠깐 들어가도 괜찮겠나?"

나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장님에게 드릴 차를 끓여 오며 문득 왜 찾아오셨는지가 큰 의문이 되었다.
나는 이장님께 차를 내어드리고 찾아오신 용건을 물었다.

"자네…… 요즘 선아 씨랑 같이 다니나?"

누나 이름이 선아였구나.

"선아 씨가 옆집에 사시는 여성분이라면, 맞습니다."

"지금부터 잘 듣게.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야."

"예."

"우리 마을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네."
"별 같잖은 전설이 아니라네."
"구질구질한 설명은 툭 자르고 말하지."
"선아 씨는 좋은 것이 아니네."

"예?"

"말 그대로라네. 예로부터 한이 그득히 맺힌 잡귀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 하나를 홀려 놓지."
"자네가 그 희생양이라네."
"왜 자네가 이사를 갔는지 아는가?"

"아니요?"

그렇다.
생각해 보니 중학교를 좋은 곳에 간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는 내가 농부가 되길 바라셨다.

"너희 어미가 그 사진을 본 게야."
"너와 같이 찍힌 잡귀의 사진을."
"잡귀의 힘이 강해지면 사진에 찍히지. 그래서 너를 떼어 놓은 거다."

이해할 수 없다.
귀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
갑자기 귀신이라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그럼 제가 뭘 합니까?"

날이 선 목소리로 이장님께 물었다.

"선아 씨를 묘지로 데려가게."

"예?"

"묘비의 본인 이름을 확인시켜 자네를 죽이려 들 테니, 그때 묘비를 부수고 칼로 다섯 번 찌르게."

"무슨 소리를…"

"내일 모레 밤에 하도록 해. 낮은 안되네."

이장님은 기껏 끓인 차를 한숨에 들이키고 돌아가셨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해조차 할 수 없다.

6장. 다른 입장

다음날

나는 처음으로 누나 집 대문을 두드렸다.
누나가 나왔다.
나는 누나에게 이장님이 하셨던 말을 털어놓았다.

누나에게 건 첫 말이 누나가 귀신이고 죽여야 한단 말이다.
이게 맞는 건지 이제는 모르겠다.

누나가 말했다.

"나는 잡귀가 아니야."
"너를 지키고픈 수호신이야."

누나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누나는 울먹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 마을 사람들은 무당을 죽인 사람들이야."
"그것도 땅에 생매장해 버렸지."
"그리고 그 무당은 네 할머니야."

아.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를 죽였단 말인가?

"너는 할머니의 기를 가지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죽이려 했지. 그래서 네 할머니가 살려주신 내가 끌고 다니는 거야."

그랬구나.
아니 잠깐.

"네 어머니는 너를 마을에서 탈출시키셨고, 빌어먹을 팔자는 그걸 물거품으로 만들었지."

누나는 눈물을 계속 흘렸다.
나는 누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럼 왜 누나를 하필 내일 처리하라는 건가요?"

"내일은 네 할머니를 묻은 날이야."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 예측을 했을 것이다.

윤회의 고리는 같은 날 끊기는 법.

"그럼 어떻게……"

"같이 도망가자."

"묘비는 여기 있잖아요."

"아니야. 그건 네 할머니의 묘비야."

"그러면………"

"내일 짐을 싸 놔. 밤에 몰래 도망가야 해."

누나는 내 입을 막고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7장. 선택

오늘 아침은 이장님이 문을 두드리셨다.

"자네…… 힘내시게. 아마 잡귀가 곧 거짓 하소연을 할 것이네. 할머니를 묻었다거나 그런 건 다 거짓이니 절대 속지 마시게."

아니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기필코 이 마을을 떠나겠다고.

"이걸 보시게."

?
이장님이 건네주신 건 할머니의 사진이었다.
이장님과 함께 웃으며 계신 사진.

"자네 할머니는 내 이모쯤 되시네."
"나는 자네가 꼭 탈출하길 비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럼 이장님의 말이 사실인 건가?

아니 저 말이 사실일 건 또 뭔가
모르겠다.

확고한 의지에 금이 갔다.

"자네 할머니는 그 잡귀년이 산중턱에서 밀었네. 발목이 부러진 채 돌아가셨지."

이장님은 이런 말들을 늘어놓고 다시 돌아가셨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장님을 믿어야 하는가?

누나를 믿어야 하는가?

선택의 갈래에서 다음날 아침이 밝아 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러분의 선택에 맞는 맛을 골라드십시오.
한 엔딩만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신이 망친 엔딩을 부디 맛있게 드셔주십시오.


---

1. 이장을 믿는다.



생각을 해보았다.

어찌 되었든 누나가 귀신이고 사람이 아닌 것
그것은 사실이 아닌가?
이런 생각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각오를 굳혔다.
가족의 이름으로
나의 가족을 죽인 그녀를
심판하겠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

나는 그녀를 불러 묘지 쪽으로 달렸다.
그녀는 그쪽이 아니라며 나를 쫓아 달려왔다.

묘지까지 잡히지 않고 달려오는 것에 성공했다.
그녀는 묘지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나는 빠르게 "선아"라 적힌 묘비를 찾았다.
그녀는 나에게 묘지는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나는 묘비를 들어 그녀의 얼굴 앞에 보여주었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나를 처다보았다.

죽이려는 건가?
나는 묘비를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쳐 부수었다.

그녀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영문은 모르겠다.
나는 가져온 칼로 그녀의 배를 찔렀다.

피가 솟구치고 그녀가 쓰러졌다.
나는 쓰러진 그녀를 네 번 더 찔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어라?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나를 노려볼 줄 알았던 누나의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누나는 꺼져 가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할 것 같아……"

이상했다.
분명… 분명… 나는 원수를 갚은 거다.
그런데… 그런데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누나가 점점 흐려져 사라졌다.

누나가 사라졌을 때쯤
이장님이 오셨다.

이장님이 말씀하셨다.

"성공한 게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고마웠네. 우리는 살려 줬어."

어라,
"우리"는?
그게 무슨—

이장이 샆으로 내 머리를 후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숨도 흐려져 간다.

이장과 몇몇 사람이 나를 들었다.

나는 어딘가에 내팽개쳐졌다.

꺼져 가는 호흡을 느끼며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건 우는 누나의 목소리와
누군가가 강에 던지는 돌 소리였다.

나는 흐르는 강에 저주를 담아 흘렸다.

"속보입니다. □□마을에 가뭄이 들어 주민 절반이 아사하였다는 슬픈 소식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 누나를 믿는다.

생각을 해보았다.
둘 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뿐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딱딱 맞는 쪽은 이쪽이다.
또 해치려거든 어릴 때 해치지 않았겠는가?

무엇보다,
이장의 말이 마치 누나가 무슨 말을 할지 미연에 알고 진실을 거부하도록 세뇌한 기분이다.

나는 각오를 굳혔다.
꼭 이 빌어먹을 마을을 누나와 함께 탈출하겠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
나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을의 입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을 피해야 할 것 같다.

누나와 나는 문 밖에서 만나 손을 꼭 잡았다.

"저쪽이야."

누나는 입구의 반대를 가리켰다.

"저쪽 아니에요?"

"일단 따라와."

누나를 따라간 곳엔 산이 있었다.
누나는 나의 손을 움켜쥐고 산쪽으로 끌고 갔다.

"여기는 나가는 길이—"

"아니, 한번만 믿어 줘."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산을 올랐다.
누나도 아무 말 없이 산을 올랐다.

우득—!

발목이 꺾였다.
어.
여기는 산의 중턱.

누나가 나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나 믿지?"

누나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마을 입구 쪽에 불이 났다.
너무 큰 불이라 산에서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누나의 손이 풀렸다.
나는 그대로 돌에 머리를 박고 기절했다.

아침이다.
어라?
여기는 처음 보는 강가이다.

"일어났어?"

누나다.
눈앞에는 물수제비를 뜨는 누나가 웃으며 있었다.

"흐흫, 무겁더라 너."

이번엔 내가 누나의 손에
처음 받았던 그 돌을
누나의 예쁘고 고운 손에 쥐어 주었다.

누나는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우린 함께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마을 사람들은 산사태와 화재로 전부 사망했다는 뉴스를 볼 수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춤법만 AI의 힘을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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