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는 체이싱 라이트라는 게임을 개발한 게임 개발자이고요, 준씨의 한국 스케줄 기간 동안에는 함께 맛있는 것 먹고 재밌는 것 보고 다녔습니다. 상갤에서 막걸리가 네타화되어 행사가 개최된다던가, 제가 SNS에 올린 준씨 사진을 보시며 여러모로 즐기고 계신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고 더 즐기시라고 소재 좀 드리러 왔습니다.

한국에 오시기 전, 한국에서는 무슨 술을 마셔야 하냐 물으시길래 "맥주는 일본이 더 맛있고 증류주도 딱히 한국에서만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무조건 막걸리." 라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준씨의 막걸리 기행은 시작됩니다. 결과적으로 제 추천이 맛코리 고리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 같아 매우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께서 AI로 만드신 맛코리 고리 애니메이션은 일본 분들에게도 보냈습니다. 귀엽다고 하시더군요.

입국 직후 점심시간. 일단 뭐라도 먹자며 가격은 두 배, 맛은 2분의 1인 김포공항 하늘찬에서 전과 막걸리로 한국 스케줄을 시작. 하네다 공항에서 아침부터 마시고 오신 뒤라, 그날 첫 술은 아니셨습니다.

다들 이미 배가 찬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항정살의 맛 정도는 경험하게끔 해드리고 싶어서 '1인분을 두 테이블에 나눠달라'고 했더니 두 테이블의 인수대로, 각자 1인분인 총 7인분을 가져와 구워버린 직원 탓에 "이젠 안 들어가~" 라며 고기를 거부하는 준씨.

일요일 일러스타콘에서 준씨 다음 차례로 제 강연이 예정되어있었습니다.

"준씨, 제 강연 슬라이드에 준씨 사진 넣었는데 괜찮죠? 이거요.(보여줌)"

"어, 이거 ㅇㅇ씨가 만든 건데. ㅇㅇ씨~(버스 뒤에 앉아있는데 안 들리시는지 대답이 없음)"

"그냥 지금 새로 하나 찍어서 쓸게요."

"엣?"

엣? 하면서도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면 0.n초만에 포즈가 나오시는 분. 결국 사진은 ㅇㅇ씨가 만든 사진을 썼지만요.

야구장 귀빈석 바이브.

술을 끊은지는 몇 년 되었습니다만, 막걸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에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막걸리를 앞에 두고 막걸리 강의를 진행합니다.

"이건 저것보다 유통기한이 짧은 대신 더 신선하고요, 저건 미적지근해서 맛이 없으니까 이 사이다를 타서 드시는 게 좋고요, 그리고 이건 이 브랜드를 잡아보겠다고 나왔는데 맛은 그다지 좋지 않고요, 이건 저거랑 같은 브랜드인데 쌀이 국내산이고요, 그리고 이건..."

전날 호텔방에서 모여 가볍게 마실 때 복순도가를 개봉하는 법을 모르는 일본인 친구가 확 열어버려서 폭발해버린 일이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폭발의 재미를 알아버린 준씨와 오른쪽의 제쿠 토오루씨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의 막걸리병의 뚜껑을 서로 한 바퀴씩 돌리며 코리안 룰렛을 진행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일 맛있게 드신 건 장수와 복순도가.

삼겹살도 먹고 비빔밥도 먹고 순대국도 먹고 머릿고기 수육도 먹고 이것저것 많이 드셨습니다만, 가장 맛있게 드신 음식은 가장 스탠다드하고 담백한 한정식 세트와 간장게장이었습니다. 먹기가 어려워 그런 건지 배가 불러 그런 건지 다들 쉬엄쉬엄 먹고 있는데 정말 다리 하나까지 쪽쪽 근면하게 다 빨아 드시는 모습을 보며 다음에도 또 오자고 말씀드렸답니다.

"그렇게 맛있으세요?"

"네. 게 다이스키."

"다음에 또 와요."

한국이 '맛있었다'라고 하셨으니, 언젠가 또 맛있는 것 드시러 오시겠죠.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동인 문화 향유하시며 행복한 나날들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