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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핫산) 바람의 이정표 3화 - 꽃과 짐승

아노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0 22:49:37
조회 6842 추천 78 댓글 14
														



"이, 노, 스, 케…… 이노스, 케"

"아자아! 말할 수 있잖냐! 잘했어!"


네즈코에게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외우게 하는 데 성공한 이노스케는, "얏후-!" 라는 기쁨의 외침과 함께 공중으로 힘껏 뛰어 올랐다.

전날 낮에 부상으로 나비저택에 온 이노스케는, 네즈코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힘을 줬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 결과,『두목』은 아무리 부르게 해봐도『두모』밖에 안 됐지만,『이노스케』는 어떻게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성질 급한 이노스케로서는 놀라울 만한 인내심을 발휘했던 만큼, 기쁨도 한층 더 깊었다.

기쁜 나머지 말 그대로 땅에 발이 닿지 않는다.

이노스케는 몇 번이나 공중에서 공중제비를 돌고선, 말을 시작한 아기에게 하듯이 자신의 이름을 네즈코에게 말하게 했다.


"이노스케?"

"오우!!"

"이노스케!"

"그래! 더 불러봐! 무엇보다도 네 두목의 이름이니까 말이지!!"

나비저택의 마당에서 이노스케의 기운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잘 했으니까 맨들맨들한 도토리를 주마."

포상이라며 건내주자, 네즈코는 기쁜듯이 도토리를 태양에 비춰 본다.

그 입가에는 아직 송곳니가 나있고 눈동자도 붉었다. 아직 네즈코는 귀신인 상태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동생이 햇빛 아래에서 걸어다닐 수 있게 된것을 탄지로는 몹시 기뻐하고 있다.

탄지로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고, 햇빛 아래에 서 있는 네즈코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노스케의 마음도 어째선지 뭉실뭉실해졌다.

탄지로네와 같이 있을때 자주 느꼈던 그 뭉실뭉실함이다.

여느 때라면 얼간이 같다며 휘휘 떨쳐버렸던 그 느낌도, 지금은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부하의 기쁨은 두목의 기쁨이니까.'

흐흥, 만족스러운 듯 콧김을 내뿜으며 이 기세로 부하를 늘려가자고 이노스케가 계획하고 있는 중,

"꺄아아아아아악!!"

마당 구석에 있는 빨래 건조장에서 뭔가가 쓰러지는 큰 소리와 함께 소녀의 비명이 들려왔다.


나비저택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세 명의 소녀 중 한 명인, 테라우치 키요의 목소리다.

"뭐지!? 적습인가!"

두 자루의 칼을 들고 이노스케가 달려간다.

네즈코도 이노스케의 뒤를 따라 달렸다.

조금 전의 큰 소리는 아무래도 빨랫대가 넘어진 소리인듯, 땅 위에는 빨아놓은 침대 시트나 잠옷이 진흙투성이인채로 나뒹굴고 있다.

그 앞에는 키요가 주저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고 있었다.

그런 키요를 칸자키 아오이와 츠유리 카나오가 어쩔 줄 모르며 달래고 있다.

이노스케는 분노로 양팔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누구한테 당한거냐!? 귀신이냐!"

"까마귀야."

살기등등한 기세로 묻는 이노스케에게 아오이가 대답한다.

이노스케는 멧돼지 탈 아래에 있는 미간을 찌푸렸다.

"꺾쇠 까마귀한테 당한거냐?"

"그럴리가. 꺾쇠 까마귀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평범한 까마귀야."

"그 녀석한테 얼굴을 뜯어 먹힌거군!"

"무서운 소리 하지마!!"


지레짐작 해대는 이노스케에게 아오이가 눈을 부라린다.

"어제까지 계속 비가 왔었잖아? 그것 때문에 빨랫거리가 쌓여 있어서──"


오늘 아침에 키요와 둘이서 대량의 침구와 잠옷을 빨고 있었다고 한다.

간신히 빨래를 마치고 그것들을 널고 있는데 돌연, 까마귀가 키요의 머리장식을 뺏어 갔다.

그 때문에 키요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빨랫대까지 넘어진 것이라고.


"머리정식? 뭐야 그게. 먹을 거냐?"

"정식이 아니라 장식이라고. 이거 말이야."

아오이가 자신의 머리에 달려있는 나비를 가리킨다.

"머리장식?"

그 말을 듣고 보니, 키요의 머리에 달려있던 작은 나비장식이 하나 없어진 듯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소소한 차이였다.

뭐야 그런 거였나, 하며 내심 맥이 풀린다.


"다친 덴 없는거냐?"

"응......넘어졌을 때 무릎이 살짝 까진 정도야. 맞지 키요?"

아오이의 질문에 소녀는 훌쩍거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나오가 서투르게 키요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다.

네즈코가 카나오의 흉내를 내며 키요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괘, 괜찮아. 괜찮아."

어색한 위로의 말을 하는 네즈코에게, 키요는 울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광경을 보던 이노스케는 점점 어이가 없어졌다.

'애초에. 이 녀석은 왜 우는거지?'

음식을 빼앗긴 것도 아니고, 다친 데도 크지 않은거라면, 왜 울 필요가 있는 걸까.

"머리장식 따위로 울지 마. 그냥 물건일 뿐이잖냐."

"......!"

이노스케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키요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두 눈을 치켜올린 아오이가 째릿하며 이노스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달라!!"


먼저 입을 연건, 아오이가 아닌 카나오였다.

평소에는 놀랄 정도로 말이 없고 생글생글 웃고만 있는 소녀가, 새하얀 볼을 붉히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키요한테 그 머리장식은 그냥 물건 따위가 아니야! 언니의─── 카나에 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야...........가족의 증거야."

마지막에 이르러선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선, 등을 돌려 달려 나가 버렸다.

이노스케가 망연자실한 상태로 멀어지는 그 등을 바라보았다.

"......카나오, 씨.."

키요가 울면서 카나오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아오이는 "괜찮아." 라며 키요를 달래고선 그 작은 몸을 부축하여 일으켰다.

그 때, 이노스케와 눈이 마주친다.

오는건가, 하며 이노스케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아오이는 일순간, 책망하는 듯한 쓸쓸한 눈빛을 보내왔을 뿐, 아무 말도 해오지 않았다.






"──래서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말이지."


대장장이 마을에서 입은 부상으로 입원중인 탄지로의 이불 위에서 아빠다리를 하고선, 이노스케는 아까 전의 일을 호소하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짜증나는 일을 엄마에게 일러 바치고선 안심하는 어린애와도 같은 그 광경에, 옆 침대에서 자고 있던 모히칸 머리를 한 소년은 기가 막힌듯한 모습으로,

"난 지금부터 잘테니까 너무 시끄럽게 떠들진 마. 탄지로."

라고 말하고선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어 버렸다.

격분한 이노스케가,

"뭐라고! 이 머리도 거지같은 자식이!! 나랑 승부해!!"

라며 싸우려고 하는 것을 탄지로는 평소처럼 달래고선,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이노스케."

라며 얘기를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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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케는 쯧, 하고 혀를 차고선 이불 위 아빠다리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 항상 떽떽대는 귀찮은 꼬맹이가 아니라 그 말없는 녀석이 갑자기 화를 냈어."

고지식한 아오이는 틈만 나면 이노스케에게 잔소리를 해왔기에, 이노스케도 내성이 생겼었다.

야단맞아봤자 또인가, 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카나오에게 호통을 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그런 하찮은 일로. 생각하면 할 수록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노스케의 콧김이 거칠어진다.

"그냥 물건이 아니라는 둥, 녀석의 추억이라는 둥 하고선 뛰쳐나가 버렸다고."

"......그렇구나. 카나오가."

"물건은 물건이잖아?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고, 그 꼬맹이도 왜 그렇게까지 우는 거냐? 이해불가야."

이노스케의 푸념을, 탄지로는 거의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건 이노스케가 잘못한 거 아니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라는 말과 함께 부드럽게 타이르지도 않았고, 이노스케의 말에 수긍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이쪽을 바라본다. 조금 슬픈 듯한, 다정한 눈이었다.

'뭐, 뭐야...... 소이치로 이 자식. 입 다물고 있지 말라고'

그 눈빛에 이노스케의 정신이 흐트러진다.

아오이가 이노스케를 호통치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봤을 때도 느꼈던 불편함을 느낀 이노스케가 이불 위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있잖아, 이노스케."

라며 탄지로가 이노스케의 이름을 부른다.

조용한 목소리였다.

"이노스케는 만약 그 멧돼지 탈을 누군가에게 빼앗기면 어쩔거야?"

"뻔하잖냐, 되찾아야지!"

"그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훈도시라면?"

"뺏은 자식을 후려 갈겨준다!!"

이노스케는 가공의 이야기에 격분하여 쥔 주먹을 불끈, 위협하듯이 치켜들었다.


"그렇지?"

부드럽게 웃은 탄지로가,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지만"

라며 전제를 한 다음 말을 이었다.

"그 멧돼지 탈은 이노스케를 키워준 멧돼지고, 훈도시는 이노스케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하시비라 이노스케' 라는 이름을 적어준 소중한 것이기 때문 아닐까?"

훈도시 부분에서 이노스케는 코를 킁, 거렸다.

"나한테 부모 따윈 없어."

"이노스케......"

"날 키워준건 멧돼지야."

담담하고 쌀쌀맞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럼 나는 왜 이 훈도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저 물건에 불과하다면 없어진다 해도 아무렇지 않잖아.'

자문하는 이노스케를 탄지로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 온화한 얼굴을 바라보는 중, 문득 옛날 일을 떠올린다.


어릴 적, 훈도시에 써 있는 글자를 이상히 여겨,『오카키 할배』가 읽어준 적이 있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자신에게『하시비라 이노스케』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게 네 이름이겠지. 엄마아빠가 지어주셨을 테니, 소중히 여기려무나.』


할배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맞아. 이름이 적혀 있으니까 중요한 거잖아. 깜빡 소지로 자식한테 속아 넘어갈 뻔했구만.'

중요한 것은 훈도시 그 자체가 아닌, 이름이다.

"난 글자를 못 쓰니까 말이지."

자기 이름을 까먹으면 곤란하니까 라고 말하자, 탄지로는 그 이상의 말꼬리는 잡지 않고,

"알았어. 그럼 훈도시 건은 지금은 뒤로 제쳐두자."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멧돼지 탈은 이노스케에게 중요한 유품이지?"

"그래."

"키요에게 있어서 그 머리장식은 이노스케의 멧돼지 탈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

"키워준 녀석의 유품이란 거냐?"


이노스케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러고보니 카나오가 누구와의 소중한 추억 어쩌구 했던 것 같다. 뭐라고 했더라.

"카네에......? 카네이...... 카나이...... 아니, 카나에다!"

이노스케가 손뼉을 친다.

"카나에가 누구지?"

이노스케가 재차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자니, 탄지로의 눈썹 끝이 부드럽게 처졌다.

"아마 시노부 씨의 언니일거야. 전에 시노부 씨랑 키요 일행한테 들은 적이 있으니까."

"시노부의......?"

이노스케의 뇌리에 지난 번, 임무에서 입은 부상때문에 찾아갔을 때의 시노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처는 꿰매놨으니까, 건드리지 말아요. 멋대로 실 뽑으면 안 돼요.』

그렇게 말하고선, 시노부는 이노스케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감았다.

『새끼손가락 고이 걸고 약속이에요.』


겨우 그 뿐이었던 대화였을텐데, 어째선지 실을 뽑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시노부 씨뿐만 아니라 카나오나 아오이, 키요, 스미, 나호── 혈연은 아니었더라도 모두의 언니였던게 아니었을까."

"그 카나에라는 녀석은 어떻게 됐는데?"

"돌아가셨어. 귀살대의 지주였었다고 들은 적 있어."

"......그러냐."

이노스케가 짧게 대답한다.


생물은 모두 죽는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시노부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새끼손가락을 걸었을 때의 부드러운 미소.

"여기서 사는 사람 모두들, 나비 머리장식을 달고 있잖아? 분명 그 카나에 씨도 달고 있던 게 아닐까."

나비저택의 소녀들에게 있어서 그 머리장식은, 지금은 세상에 없는 소중한 사람과 자신들을 이어주는 소중한 유품인게 아닐까 하는 탄지로의 말을, 이노스케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나직이 내뱉는다.

"그래서 그 녀석. 그렇게 화낸건가."

"......카나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됐구나."

다행이야, 라며 탄지로가 두 눈을 가늘게 뜬다.

"그냥 물건이 아니었군."

이노스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탄지로가 기쁜 듯,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노스케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돌연 탄지로의 이불에서 뛰어내렸다.

그대로 말 없이 병실을 나가려고 하자,

"카나오도 분명 키요의 머리장식을 찾으러 갔을거야."

탄지로가 말을 걸어 온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이노스케의 이후 행동을 알고 있다고 말하듯…….


"나도 찾으러 갈게."

그리 말하며 탄지로가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난 배가 고파서 뭐 먹을 거 없나 찾으러 갈 뿐이야. 머리장식 따위, 찾으러 안 가."

이노스케는 일부러 미움받을 소리를 골라 하고선, 탄지로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리고 너, 움직이지 마. 절대 따라오지 마라! 또 혼수상태 된다고. 알겠냐."

확실히 못을 박아 놓고서, 병실을 나선다.



──직후, 자고있었을 터인 남자가 벌떡 일어나,

"저 녀석, 놀랄 정도로 솔직하지 않은 놈이군."

라며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탄지로가 "아아, 겐야랑 닮았네." 라며 웃자,

"누가 저런 빌어먹을 멧돼지랑! 죽여버린다!"

하고선 분개했지만, 물론 이노스케가 알 리는 없었고, 그는 벌써 복도를 달려나가고 있었다…….






"으랴아아아!!"


불필요하게 큰동작으로 뛰어 내려 툇마루에서 마당으로 착지하자, 꽤 큰 소리가 났다.

다시 빨았을 빨랫거리를 넣은 바구니를 안은 아오이가 흠칫 놀란 듯 걸음을 멈추고, 쭈뼛쭈뼛 이쪽을 돌아본다.

"어이."

말을 걸자, 아오이의 옆에 있는 키요가 움찔, 몸을 웅크렸다.

살금살금 아오이의 뒤로 숨는다.

소녀의 그런 반응에, 아오이의 얼굴이 살짝 긴장된다.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기가 센 소녀는 몸을 이쪽으로 향하고, 약간 딱딱한 어조로 물어왔다.

그에 개의치 않고 성큼성큼 다가간다.

아오이가 자신과 이노스케 사이에 빨래 바구니를 들어올린다.

그 뒤에선 키요가 아오이의 옷을 꼭 쥐고 있다.

"어디로 갔는지 기억나냐?"

"어디..?"

"아까 꼬맹이의 머리장식 가져간 까마귀 말이다. 어디로 갔어."

"아......"

이노스케가 초조한 듯 말하자, 아오이는 놀란 듯한 얼굴로 빨래 바구니를 안은 팔을 천천히 내렸다.

"저쪽 방향으로── 저 커다란 산 쪽으로 날아갔어."

"저쪽이군."

아오이가 가리킨 방향을 확인하고, 이노스케는 곧장 달려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문득 떠오른게 있다.

대원복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도토리를 키요 앞에 내밀자, 소녀가 작게 움찔거렸다.

"주마."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네?"

"제일 큰 도토리다. 무진장 맨들맨들 하고 보석같잖냐. 그러니까 너한테 주마."

"네, 네에."

키요가 쭈뼛쭈뼛 양손을 내밀었고, 그 작은 손바닥 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도토리가 얹어 진다.

키요는 작게 "......예쁘다." 라고 중얼거렸다. 눈 주위가 빨갛게 부어 있어 애처로웠다.

한 마리만 남아버린 나비 머리장식이 바람에 팔랑팔랑 흔들린다.

"아까는 미안했다."

이노스케는 그것만을 말하고선,

"어...... 아──.."

허둥지둥하는 키요를 힐끔 본 후, 까마귀가 날아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뒤에서 아오이가 튕기듯이,

"이노스케 씨!"

라고 소리친다.

그 외침에 발걸음이 멈춘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자, 아오이가 진지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자신은 없지만, 꼬리에 흰 깃털이 섞여있던 것 같아."

"알았어. 고맙다."

소리 높여 그리 말하자, 아오이의 표정이 느슨히 풀렸다.

"조심해."

"오우!"


이노스케는 더는 발을 멈추지 않고, 서서히 저물기 시작한 태양 아래에서 희미하게 물들기 시작한 산으로 향했다──.






──어쩌지. 어디에도 안 보여.


카나오는 망연자실한 심정으로 키요의 머리장식을 물고 날아간 까마귀를 찾으며, 산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순간 눈으로 쫓은 그 까마귀는 꼬리 일부분이 하얬다. 그 외엔 지극히 평범한 까마귀였다고 생각한다.

뒤를 쫓아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비슷한 까마귀가 이 산 중턱에 내려앉는 것을 봤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확실치 않았다.

나무 위에 있는 둥지 속을 살펴보기도 하고 풀숲 안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머리장식은 커녕 그 흰 꼬리 까마귀마저 찾을 수 없었다.

차츰 해가 저물고, 산 속은 어둑어둑해져 간다. 점점 나빠져 가는 시야에 카나오는 조바심을 낸다.

그녀는 꽤 밤눈이 밝은 편이다. 해가 저물더라도 얼마 동안은 평범하게 앞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돌아가는게 지체되면 모두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게 되버린다.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가 버린다면 키요의 머리장식은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다.

'......키요..'

항상 밝던 그 아이가, 그렇게나 울고 있었다.

작게 웅크린 몸을 떨면서.

마치 저택에 막 왔을 때처럼…….



나비저택에 막 왔을 때의 키요는 자주 울었다.

귀신에게 가족을 빼앗긴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일 터.

허구한 날 죽은 가족을 떠올리며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그 날도 키요는 저택 구석에서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툇마루에 앉아 있던 카나오로서는 새로 온 여자아이가 울고 있다는 사실밖에 인지하지 못했고, 왜 울고 있는건지, 그 마음을 헤아리진 못했다.

마당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눈으로 쫓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키요 옆에 카나에의 모습이 있었다.

키요가 쉰 목소리로 무엇인가 말하고 있다.

카나오가 있는 툇마루에서 두 사람이 있는 장소는 거리가 좀 있었기에 무슨 얘기를 하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카나에의 눈빛은 그 이상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했고, 깊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나에가 무언가 말하고, 키요가 그에 대답한다.

이윽고 카나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키요의 머리를 묶어주고 작은 나비 머리장식을 달아주자, 소녀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그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카나에는 분명 그 때, 키요의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증오, 고독과 분노, 공포라는 감정들을 모두 그 몸에, 마음에 담았을 것이다.

소녀가 받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하여. 자기 자신이 상처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카나에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냥함의 현현체 같은 사람이었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과 따뜻한 것들을 모으면 이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었다.

혈연이 아닌 자신들을 이어주어 가족이 되게 해 준것은 시노부와, 카나에다.

그런 카나에가 모두에게 준 나비 머리장식은, 기댈 곳 없는 소녀들에게 있어 눈에 보이는 확실한『증거』였다.

결코 비싼 것도 아니었고, 희귀한 것도 아닌 머리장식.

이노스케가 말한 것 처럼, 그저 물건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머리장식을 달고 있는 것 만으로도, 여기에 있어도 좋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그런 말들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카나오에게 있어서는, 그냥 물건이 아니었다.

시노부와 아오이, 나호와 스미, 그리고 키요에게도───.


그래서 그만 언성을 높여 버렸다.

이노스케의 말에 조금의 악의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모처럼 동기들과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데, 직접 말을 걸어보는 건 어때요? 탄지로 군과 친해진 것처럼 분명, 카나오의 마음을 성장시켜 줄 거에요.』


며칠 전, 임무에서 돌아온 카나오에게 시노부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겨우 동전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의사를 결정할 수 있게 된 카나오에겐 솔직히, 어려운 제안이었다.

실제로, 이노스케에게 비눗방울을 불게 해주려 했을 때도, 아오이에게 부탁하여 겐야에게 약을 가져다 줬을 때도, 말을 걸지 못하고 말없이 건네주고 도망쳐 나와버렸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힘내보자고 기합을 넣었던 참에, 이 사태가 되었다.

카나오의 어깨가 처진다.

'......탄지로 덕분에, 조금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걸까.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건 귀신을 죽이는 일 뿐인 걸까.

몹시 낙담한 카나오는 그 후에도 산 속을 돌아다녔지만, 머리장식은 끝내 찾지 못하고 기운 없이 하산길에 올랐다.

'사범님, 카나에 언니, 미안해...... 난 키요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난 역시 언니들처럼은 못 하는거야.'

그런 생각을 멍하니 하고 있는데, 산기슭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여기서는 역광이라 얼굴이 잘 안 보여. 카나오가 주시하며 사람의 형체에게 다가가자, 간신히 그 형체가 멧돼지 머리를 하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여어."

"어......?"

왜 여기에, 라고 묻기 전에,

"받아."

이노스케가 뭔가를 이쪽으로 던졌다. 영문을 모르는 채 두 손으로 그것을 받는다.

펼쳐진 두 손안에는 작은 나비가 있었다.

카나오의 눈이 크게 떠진다.

"이건──"

희미하게 실이 꼬인 부분이 있고 약간 찢어진 곳도 있었지만, 틀림없이 키요의 머리장식이었다.

"어, 째서......?"

카나오가 머리장식에서 얼굴을 든다.


어떻게 찾은거야?

왜 찾아준거야?


떠오르는 생각들을 삼키고 이노스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동기 소년은 흥, 하고 콧김을 내뿜으며 잘난 척 뽐을 냈다.

"이몸은 산의 왕이라고. 산에 사는 녀석들은 전부 이몸의 부하니까 말이지. 그 녀석들한테 물어보면 깃털 색이 다른 까마귀 한 마리 찾아내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어? 설마 동물들이 하는 말을 알아 듣는거야?"

"뭘 생각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

"굉장해."

카나오가 진심으로 감탄하자, 이노스케의 기분은 순식간에 올라갔다.

"뭐 그렇지."

라고 기쁜듯이 말하고선, 연이어 가슴을 젖힌다. 마치 더 칭찬하라는 듯이.

무시무시한 멧돼지 머리나 난폭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은 의외로 어린아이 같았다.

"그거, 빛에 비추면 반짝거리잖냐? 그 녀석들은 반짝거리는걸 좋아하니까 말이지."

이노스케의 말에, 카나오는 손 안의 머리장식을 공중에 비춰 보았다.

이제 해는 거의 저물어갔지만, 붉은 석양 속에서 얇은 나비 날개가 반짝반짝 거렸다.

붉게 물든 나비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생전의 카나에의 모습이 떠오른다.

치밀어오르는 추억들에,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머리장식을 꼭 움켜쥔다.

"──아까는"


저절로 입에서 말이 흘러 나온다.

"갑자기 소리쳐서 미안해."

"아? 뭐야 갑자기."

"고마워. 이노스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자, 이노스케는 놀란 듯한 얼굴로 카나오를 쳐다본다.

그 당황한 듯한,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한 표정에, 자신이 그의 이름을 부른 게 처음인 것을 깨닫는다.

왠지 굉장히 쑥스러웠다.

하지만 결코,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오, 오우."

꽤 늦은 대답과 함께, 이노스케가 고개를 끄덕인다.

"맡겨둬. 나는 두목이니까."

팡, 가슴을 두드리는 이노스케에게 "응." 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머리장식을 돌려주려고 손을 뻗는다.

이걸로 키요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속이 서서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노스케는 내밀어진 손을 앞에 두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줘라."

"하지만 이건 이노스케가 찾은 거니까──"

"가족의 증거잖아?"

반론하는 카나오의 말을 가로막듯 이노스케가 말한다.

"그렇다면 가족인 네가 그 꼬맹이한테 전해 줘야지."

목소리는 낮았고, 어조는 퉁명스러웠다.

멧돼지의 두 눈은 어딜 보고 있는건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상냥하게 들리는 걸까......?'

카나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노스케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돌아갈까."

"응."

"배고파."

그 소리에 응하듯이 배가 꼬르륵 울린다.

"저기......괜찮다면 과자라도 사서 돌아갈래?"

카나오가 물어본다.

지금부터 시내로 가려면 조금 길을 돌아가야 하지만, 카나오의 발이라면 저녁 식사 전까지는 돌아갈 수 있을 터.

이노스케가 좋아하는 과자와, 키요가 좋아하는 센베를 사서 돌아가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노스케는 뜻밖에도 제안을 거절한다.


"아니, 지금은 단 것보단 튀김이 먹고싶어. 돌아가서 만들어줘."

"어......"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카나오가 머뭇거린다.

"튀김을? 내가?"

나비저택의 가사 전반은 아오이, 키요, 스미, 나호, 이 네 사람이 하고 있다.

아오이는 근성이 있는데다가 요리 솜씨가 무척 좋으므로, 식사 담당은 언제나 그녀이다. 키요를 비롯한 세 명은 번갈아가며 요리를 매일매일 돕고 있다.

한편,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만사에 있어 지시를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카나오가 요리를 돕는 일은 거의 없었다.

카나에가 살아 있을 적, 저택의 전원이 꽃놀이용 요리를 만든 적이 있었지만, 그 때도 맛보기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제대로 요리를 한 적이라고는 상현의 6과의 싸움으로 혼수 상태에 빠져 있던 탄지로가 깨어났을 때, 키요와 같이 미음을 끓인 정도 뿐이다.

하지만 그 때도 키요가 여러가지 지시를 해주었었다.


"난 요리 잘 못하니까, 돌아가면 아오이한테──"

말을 내뱉은 그 때──.


──탄지로 군과 친해진 것처럼 분명, 카나오의 마음을 성장시켜 줄 거에요.


시노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인 느낌이 들었다.

카나에의 상냥한 웃음소리도…….


카나오는 뱉으려던 말을 가슴에 밀어 넣고,

"......배우면서, 만들어 볼게."

그렇게 말하고선 작게 미소지었다.






그 날 밤, 아오이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카나오가 튀긴 튀김은, 꽤 탄 부분이 있거나 익지 않은 부분이 있거나 했지만, 이노스케는 "맛있어! 맛있다!!" 를 외치며 튀김을 산더미만큼 먹어 주었다.

까마귀한테 도둑맞은 나비가 머리에 무사히 돌아온 키요는, 어째서인지 소중한 것처럼 맨들맨들한 도토리를 꼭 쥐고 있었고, 그걸로 네즈코와 "어디에 있을까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느 쪽 손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 이 쪽!"

"우후후. 아쉽네요. 이쪽 손이랍니다."

"하...... 한 번, 더!"

그것을 부러워한 나호와 스미가 볼을 부풀리며,

"치사해요, 이노스케 씨."

"저희들한테도 맨들맨들한 도토리 주세요~!"

라고 이노스케한테 따지고 있다.

아오이와 탄지로는 겐야에게 가져다 줄 음식을 이것도, 저것도 하며 쟁반에 얹고 있었다.

카나오 제작 튀김은 "잘게 썰어서 밥에 얹고 차를 부어서 줘 보자." 라는 얘기로 흘러갔다.

시노부는 생글생글 웃으며 모두의 모습을 바라본다.

애정 넘치는 듯한 눈빛으로.


카나오와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카나오의 가슴 속에 따뜻한 것들이 넘쳐 흘렀다.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질거라 생각했다…….

앞으로도 계속, 계속.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이노스케. 어깨 잡아."

카나오가 이노스케의 몸 아래로 자신의 몸을 넣어 지탱한다.

근육질인 데다가 온몸이 탄탄한 이노스케의 몸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무거웠고, 자신도 부상당한 카나오의 몸은 휘청거렸다.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어떻게든 버틴다.


무한성의 한 방──.

시노부라는 커다란 희생을 낸 뒤, 간신히 상현의 2를 쓰러트린 두 사람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카나오는 오른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고, 이노스케는 몸의 거의 모든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그중 특히 출혈이 심한 상처만 급하게 꿰매고 붕대를 감았지만, 솔직히 서 있는게 신기할 정도의 중상이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반쯤은 자신과 이노스케의 몸을 끌듯이 복도로 나온다.

이노스케는 멧돼지 탈을 쓰지도 않고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을 지키다가 살해된 것을 알게 되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다만, 이노스케가 너무나도 울고 있었기에, 카나오까지 억지로 참고 있던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시노부 언니......'

울음을 참자, 코 안쪽이 찡하게 아파와 시야가 천천히 흐려진다.

"나 말이야......"

그 때 이노스케가 나직이 내뱉는다. 평소의 이노스케답지 않은, 가냘프게까지 들리는 목소리였다.

"처음 만났을 때, 시노부랑 옛날에 어디선가 만난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었어, 라고 이노스케가 말을 잇는다.

"시노부는......엄마랑 닮았던거야."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시노부라는 이름이 나오자 결국 참지 못한 카나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시노부는 그쪽에서 카나에와 만났을까.

이제부터는 가족 넷이서,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뚝뚝, 눈물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울지 마."

"이노스케야말로 울지 마."

그렇게 말하자, 고집이 센 소년은

"난 안 울어!!"

라며 화난 듯 대답해 온다.

카나오의 팔을 뿌리치고 멧돼지 탈을 다시 쓴다. 급기야 감은 지 얼마 안 된 붕대를 잡아 뜯어내려하기에 황급히 말린다.

"뜯으면 안 돼! 꿰맨 상처가 다시 벌어져버리잖아."

"이딴 거 두르고 있으면 감각이 둔해진다고!"

"시노부 언니도 말했었잖아? 상처부위는 깨끗이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시노부의 이름이 나오자 이노스케가 결국 꺾인다.

마지못해 붕대 벗는 것을 포기하고,

"너도 그거 해."

라며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한다.

"그거?"

카나오가 눈살을 찌푸리자, 이노스케가 오른쪽 겨드랑이에 주먹을 갖다 댄다.

"그거 말이야 그거. 머리장식."

"아......"

그제서야 자신의 머리가 풀려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 언니의 머리장식은 대원복 앞 주머니에 보관해 두었다.

"마지막 귀살이다. 네 가족도 데려가 줘."

"......"

이노스케의 말에, 카나오가 두 눈이 크게 떠지고, 이윽고 가늘게 된다.

여러가지 생각이 복받쳐 오른다.

나비저택에서의 추억이, 모두의 얼굴이 떠올랐다.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다 생각했으면서 지키지 못한 소중한 사람.

지금도 그 저택에서 자신들의 무사를 빌고 있을 모두의 곁으로, 적어도 이 머리장식 만이라도 가지고 돌아가자.


두 언니가 목숨을 버리면서 까지 지키려 했던 평화로운 세계와 함께──.


'반드시......'

카나오는 입술을 꾹 깨물고, 과거에 카나에가 해줬던 것처럼 머리를 묶는다.

거기에 언니의 유품을 묶는다.

'언니, 지켜봐줘.'

반드시, 키부츠지 무잔을 쓰러트릴 테니까.

이런 슬픈 경험을 더는 누구도 겪게 하지 않도록 할테니까.

'부디 거기서 지켜봐줘.'

"반드시 쳐죽여버리고, 그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이노스케가 성 깊숙이 이어지는 복도를 노려본다.

카나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 나갔다.

이 길고 긴 밤을, 끝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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