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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봄이는 수아가 무섭다 -2-

소이사랑(222.102) 2024.05.10 16:39:29
조회 513 추천 1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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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g&no=1573690&exception_mode=recommend&page=1


“오, 오빠. 왜 이렇게 안 받는 거야.”


일경이지만, 통화하는 것조차도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해야 할 일은 끝내놓은 상태이지만, 언제 또 일감이 쏟아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겨우 짬이 났을 때 나는 전화기를 붙잡고서 지금 내가 가장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이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너무 힘들어. 제발, 연락 좀 받아줘.’


부모님께 괜히 꺼냈다가는 걱정을 살 것 같고.

그렇다고 믿고서 내 이런 심란한 마음을 털어낼 곳 역시 없었다.

더군다나 동기들은.... 소림이와 애진이와는 다른 소대였기에 이야기를 오래 나눌 수 없었고, 당장 그녀들도 소대 문제 때문에 힘들어할 텐데 짐을 주고 싶지 않았다.

괜히 나섰다가 동기 관계가 어그러지는 것 역시 원치 않았고. 

그래서 이곳 군대 안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군대 가기 전부터 행복하게 잘 사귀어 온 내 남자친구.

그러나 군에 입대한 이후로 남자친구는 지금처럼 내 연락을 잘 받아주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수함으로 연결되오며....-


나는 애타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남친에게 연락을 해볼 생각이었다.

적어도 이렇게 계속 연락한다면 언젠가 한 번은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봄아, 누구한테 연락해?”


하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기 때문일까.

분명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온 건데.

심지어는 네가 권정민 상경이랑 노가리 까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그 순간을 노린 건데도 당장 등 뒤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수, 수아야.”

“응, 누구한테 연락하는데.”


무섭고 두렵다.

도무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다.

입가엔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은 어서 말하라는 듯 내게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서 수아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저번처럼 너에게 괜히 반항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던 게 기억이 남아서.


“그, 그게. 집에 한 번, 연락해봤어.”

“집에?”

“으응. 부모, 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거, 걱정돼서.”


말을 자꾸만 더듬는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런데 지금은 네 앞에만 서면 자꾸만 몸이 얼어붙는다.

본능은 이미 너를 거슬러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나는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수아는 내 남자친구 이야기만 나오면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했다.

언제는 왜 헤어지지 않느냐며 내게 강하게 다그친 적이 있었다.

물론 나 역시 내 남친이 한심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차마 헤어지기 어려웠다.

지금은 그거라도 있어야, 이 군생활을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어?”


긴 다리를 성큼성큼 뻗어서 내게 다가온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가슴이 죄여오는 것 같았다.

단순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을 꺼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내가 엄청 나쁜 짓을 저지른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네가 물어오는 물음에 나는 순간 당황하여 되물었다.


“정말로 부모님께 전화했어?”

“.... 응.”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기에 나는 꿋꿋이 거짓말했다.

부모님께 전화드린 게 맞다고.

하지만 어째서일까. 수아는 내 거짓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표정을 차갑게 굳혔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다랐을 때 수아는 날 전화기 벽면으로 밀쳤다.

완력으로는 차마 이길 수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버티지 못하고 벽에 밀쳐진 상태에서 올려봤다.


“봄아.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수, 수아야.”

“너한테선 거짓말 듣기 싫다고.”

“나, 나는 거짓말...”

“오빠 전화 왜 안 받느냐고 내 두 귀로 들었는걸.”

“... 아.”


이미 들었구나.

나는 내 거짓말이 들킨 것에 절망했다.

알면서도 내가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건지 확인하려는 너의 수에 그만 걸려버리고 말았다.

입술을 깨물고서 안간힘을 써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친다고 해서 과연 끝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여기는 군대.

철창 없는 감옥과 비슷하다.

특히나 같은 내무반이며, 바로 옆자리라는 걸 생각한다면 도망치는 건 완전히 불가능했다.

결국에 나는 고개를 그대로 바닥에 떨구고서 포기했다.

정말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평소엔 잘도 지나다니던 선임들의 모습이 보여오지 않는 가운데 수아는 날 꽉 안아왔다.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부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라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흑수아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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