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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발췌] 자가타이 vs 모타리온(햄갤 번역글)앱에서 작성

ㅇㅇ(220.124) 2019.09.19 21:23:53
조회 3746 추천 37 댓글 6
														




(대충 매그너스를 만나러 온 자가타이가 모타리온을 만나는 내용)



"자가타이"


거대한 대낫scythe의 밑둥을 먼지 속에 박아넣으면서, 프라이마크 모타리온이 입을 열었다.

   칸은 그 낫을 알아보았다.  제 14군단의 악명 높은 탈명겸manreaper 중에서도 가장 강대하다는, 침묵Silence이라는 이름의 무구였다. 


   "모타리온."


칸이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이곳은 자네 행성이 아닐 텐데.'


   '자네 행성도 아니지.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우리 둘 다 이런 곳에 오게 됐군.'


   모타리온의 근위병, 데스슈라우드Deathshroud들이 조용히 잿더미 속을 헤치고 널찍히 퍼졌다. 퀸 사Qin Xa와 그 휘하 전사들도 그에 맞춰 대칭되는 진형을 펼쳤다. 두 군세는 고작 몇 미터 떨어진 채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들 위로,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둥이 포효하고 있었다.

   칸은 긴장에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매그너스를 찾으러 온 건가?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네.'


   '형제여, 나는 자네를 찾으러 온 거라네.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


   '그런가.'


   마스크 뒤에서 모타리온이 미소지었다. 그에, 그의 얼룩덜룩한 뺨에도 주름이 잡혔다.


'자가타이, 자네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할 게 아주 많이 있다네. 엄청난 기회가 왔지. 행여나 지금 잘못된 선택을 하면, 치뤄야 할 대가는 전에 없이 클걸세. 옳은 선택이 가져다줄 보상은, 자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지.'


   칸이 조심스럽게 그의 기색을 살폈다. 예나 지금이나, 모타리온은 읽기 힘든 자였다.


   '그러면, 나를 설득하러 왔단 말인가?'


그가 물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내게 더 해야 할 말이 있다는 건가?'


   모타리온이 왼손을 뻗어 두건을 뒤로 잡아당겼다. 창백한 잿빛 두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그 얼굴에서도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형제의 고귀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날카로운 두 눈 밑으로 눈두덩이 깊게 파여 있었다. 그의 목깃으로부터 가스가 연기처럼 피어올라오고 있었다.


   '내 말을 들어 보게,'


그가 말했다.


'일단 그냥 들어 보게. 무언가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내 자랑스러운 형제여. 자네라 할지라도 아직 올바른 선택을 할 기회가 남아 있네.'


   칸은 아직은 칼을 뽑지 않고 있었다. 그는 칼을 느슨하게 쥔 채 옆쪽으로 늘어뜨렸다.

   모타리온이 힘은 보지 못한 사이에 더욱 증가한 것 같았다. 오래된 잿불같이 어두운 무언가가 그의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육신은 예전보다도 더 음산해지고, 그의 태도는 더 읽기 힘들어졌지만, 그를 휘감은 위협적인 아우라aura는 더욱 강해져 있었다. 예전 울라노어Ullanor에서도, 그 승리의 정점의 순간에서도, 모타리온은 이 정도의 무게를 품고 있지는 않았다.

   칸은 자신의 형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무엇을 걸 텐가, 형제여? 우리가 싸우게 된다면, 자네는 대가로 무얼 치를 건가?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해보게.'


칸이 말했다.

   반쯤 조롱하듯, 모타리온이 공손히 인사했다.


   "자네를 찾아 먼 길을 지나왔네"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자, 주위를 한번 돌아보게. 시간은 많아. 여기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시체들밖에 없고. 그러니 우리를 방해할 것도 없지. 시체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가 다시 한 번 메마른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직은.'

  
   모타리온은 칸을 향해 몇 걸음을 떼었다. 퀸 사가 그 사이에 끼어들려 했지만, 칸이 소리없이 전투용 수신호를 내보이자 바로 물러섰다. 서로의 호위대를 장막처럼 뒤로 한 채, 두 프라이마크가 마주보고 섰다.

   모타리온 쪽이 좀더 체구가 널찍했고, 칸 쪽이 좀더 키가 컸다. 모타리온의 갑주는 거의 조잡해보일 만큼 둔중한 것이었지만, 칸의 갑주는 호리호리하게 잘 빠져 있었다. 침묵은 아다만티움 덩어리로 만들어진 육중한 무구였고, 칸의 예도dao는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늘씬한 무구, 크기와 무게보다는 속도와 형form을 강점으로 삼는 무구였다. 칸의 예도는 인류제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빠르게 휘둘러질 수 있는 무구였다.

   속도 대 완강implacability. 흥미로운 대결이 될 터였다.


   '자네가 여기 있을 리 없었을 터였는데,' 모타리온이 말했다. '자네는 알락세스Alaxxes에서 알파 리젼과 합류해야 할 터였어.'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테라에 귀환하거나.'


   '우리는 그걸 바라지 않았지. 우리가 왜 그러겠나?' 


   '알파 리전이 우리를 촌닥스Chondax에 붙잡아놓고 있었네. 우리가 돈의 연락을 받길 원하는 것 같더군.'


모타리온이 터럭 없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랬나? 놀랍군. 자네는 괜한 걸 입에 낸 걸지도 모르네. 알파리우스 그 놈 두 마음을 품은 것 같군.'


그가 어둡게 웃었다.


'놈은 위험한 놀이를 하고 있어. 스스로의 음모에 목졸릴 날이 올 거야.'


   '그럼 왜 자네가 온 건가? 칸이 물었다.


   '내가 온 게 어때서?'


   '나는 호루스가 올 줄 알았는데.'


   '오만하군. 그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차고도 넘치네.'


   칸은 눈을 가늘게 떴다. 모타리온은 스스로도 잘 확신하지 못하는 듯 했다. 허장성세를 보이면서도, 짐짓 힘을 내보이면서도, 그는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호루스가 자네를 보낸 게 아니야. 맞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아주 중요하지,'


형제가 보이는 반응을 찬찬히 살피며, 칸이 대답했다.


'매그너스가 이 전쟁에서 편이 어떻게 갈리는지 이야기해 주었네. 아직 몇 명은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하지 않았다 하더군. 늘 변두리에서 겉돌던 이들이 있었지. 나나 자네같이 말이야.'


   모타리온이 코웃음쳤다.


'내 군단은 이스트반에 있었어. 그러니 내가 누구 편도 아니라는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게. 전쟁의 결과는 이미 명백해진지 오래야. 그러니 자네가 내려야 할 선택은 간단하네 - 생존이냐 파멸이냐지. 우리에게 오게, 자가타이. 자네는 통합Unity 따위 진심으로 믿은 적도 없지 않나. 옛적 우리 아버지와 은하의 끝 사이에 아직 외계괴물들이 우글거릴 적에 길리먼이 그 눈물나는 설교를 할 때도 자네는 다 꿰뚫어보았어.'


   '그러면 자네들의 뜻은 무언가?'


   '전사의 은하지,'


모타리온이 말했다.


'사냥꾼의 은하야. 강자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썩어빠진 손 따위가 우리를 조종하지 않는, 구속하지 않는, 우리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그런 은하.'


   '그리고 그 은하는 호루스가 이끈단 말이지.'


   모타리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시발점이지. 그가 대전사champion이고, 희생당하는 왕sacrificial king이야. 어쩌면 테라까지 가는 길에 자신을 전부 태우고 재가 되버릴지도 모르지. 아닐지도 모르고. 어쨌건간에, 다른 자들도 올라설 공간이 생긴다는 거지.'


모타리온이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그의 갑주에서 피어오르는 화학약품의 알싸한 냄새가 칸의 코끝을 간질였다.


'애초에 천사 따위와 가까이 지내서는 안 되는 거였네, 형제여. 매그너스는 차치하고 말이야. 자네 셋이 한데 묶여서 수렁으로 끌려들어가는 꼴을 내 얼마나 보기 싫었는지 몰라. 자네라면은 놈들의 위선에 질려서 놈들을 버리고 나올 줄 알았건만.'


   '그들은 위선자 따위가 아니야.'


   '아니라고?'


모타리온이 건조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네가 놈들의 본성을 좀더 일찍 알아챘다면 좋았으련만. 워프일세, 자가타이. 우리 아버지는 워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침떼려 했지. 그 영혼을 삼키는 진창에 벌써 팔꿈치까지 빠져 있으면서도 말이야. 그건 격리되고, 치워지고, 잊혀졌어야 해. 워프는 우리에게 이로운 게 아니야. 그건 질병이야. 재해야.'


   격정에 차 말을 잇던 모타리온이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가스로 감싸인 마스크에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쉿 하는 가냞은 소리가 칸의 귀에 들려왔다. 아마 무언가 억제제가 주사된 모양이리라, 그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네.'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음?'


모타리온이 고개를 위로 젖히며 말했다.


   '자네는 언제나 진솔했어, 그건 내 인정하네.'


칸이 말했다.


' 원하는 바를 감춘 적이 없었지.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자네가 어떻게 상상했는지 내 알겠네. 우선, 마법사들을 꺾는다. 마술사들을 침묵시킨다. 그들을 몰아내면, 지배권은 오염되지 않은 자에게, 건전한 자에게 돌아온다. 그게 자네의 위대한 계획이었지. 그날 울라노어에서 나에게 직접 이야기까지 해 주었어. 그때는 그냥 빈말인 줄 알았건만, 미처 몰랐네. 자네는 빈말 따위는 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칸이 말을 잇는 와중에도, 마스크로 감추어진 모타리온의 표정은 변함없이 불가해했다. 가끔 그의 눈이 가늘어지고, 손가락이 꿈틀대는 정도가 그가 보여주는 반응이었다. 그의 몸에서, 뜨거운 에너지가 유독한 매연과 함께 갑옷 틈새 사이사이에서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안 되지, 그렇지 않나?'


칸이 계속해서 말했다.


'원대한 계획을 끝마쳤다고 생각했더니, 마법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어나 있겠지. 호루스에게 지원을 받지를 않나, 로가에게는 새로운 수법을 배우지를 않나. 매그너스가 벌써 결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그까지 합류하면 자네는 사면이 마법사로 둘러싸이게 되겠지. 자네가 Librarius를 파괴한 건 고작해야 이제는 마술사들이 제약 없이 활개치고 다니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야. 자네는 놀아난 것 뿐일세. 그들을 위해 열심히 광대짓을 해 준 거지. 머지않아 자네도 그 진창으로 발을 들여놓게 될 걸세. 그들처럼 워프에 오염되게 될 거야.'


   '설마-' 


   '나는 그걸 똑똑히 볼 수 있어. 매그너스가 보여주었지. 자네의 군단이 그것에서 아직 자유로울지는 몰라도, 변화는 곧 찾아올 걸세. 자네는 이미 약정을 맺었고, 이제 그들이 수금을 하러 올 거야. 이 멍청아.'


   모타리온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의 두 눈 안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다 다시 빠르게 걷혔다.


'자네는-'


   '그래서 날 찾으러 온 거겠지,'


칸이 말했다.


'더 이상 같이 놀 친구가 없어져서. 자네와 함께 마법사들과 대적할 이가 이제 누가 있겠나? 앙그론? 거 참 믿음직한 친구로군. 커즈? 행운을 비네.'


칸이 경멸을 담은 눈으로 모타리온을 쏘아보았다.


'자네는 배반의 과실을 베어물고 과실이 쓰다는 걸 깨달은 거야. 자네의 파멸로 나까지 끌고 들어가지 말게. 자네는 혼자야, 형제여.'


   마스크 뒤쪽으로 평정을 가장하고 있던 모타리온의 표정에 금이 갔다. 무표정이 빠르게 분노에 찬 으르렁거림으로 변했다. 침묵이 부르르 떨리고, 모타리온이 다른 한 손을 굳게 거머쥔 채 반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자네에게 선택권을 주려 왔네.'


모타리온이 어찌어찌 어조를 유지하며 말했다.


'자네 군단의 절반은 이미 호루스에게 가담했고, 다른 절반은 자네의 명령에 따라 어디든지 가겠지. 아버지의 시대는 끝났네 - 자네도 새로운 시대의 일원이 될 수 있어.'


   칸이 미소지었다 - 경멸을 담아 차디차게.


'새로운 황제란 말이지.'


   모타리온이 그를 마주 쏘아보았다. 허나 그조차도 그 말에 대한 의혹은 숨길 수 없는 것 같았다.


'안될게 뭐 있나? 자네가 새로운 황제가 못 될 이유가 뭐 있단 말인가?'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마침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면 자네라던가. 안될게 뭐 있나?' 


그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야 형제의 rebreather 가장자리의 살갗이 탈색된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래 저걸 쓰고 있었던 거지?


'안될 이유를 말해주지. 우리는 결코 제국을 건설하는 이가 못 돼. 우리는 선도자니까. 자네는 그 역할에 짜증을 냈고, 나는 그 역할을 받아들였지.'


   모타리온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날 위로 녹색 에너지가 어리며 침묵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데스슈라우드가 대낫을 내리고 싸울 자세를 잡았다. 


   '그럼 협상의 여지는 없는 것이로군,' 모타리온이 퉁명스럽게 으르렁거렸다.


 '유감이네, 형제여. 나는 자네를 구하려고 그토록 노력했건만. 자네를 파멸시키게 되서 정말로 슬프네.'


   칸의 뒤에서, keshig가 칼을 들어올렸다.

   '그게 나와 자네의 차이로군.'


칸이 예도를 뽑아 방어자세를 취했다.


'내가 누구를 죽일 때면, 나는 언제나 웃고 있거든.'


먼저 일격을 내리친 것은 칸이었다. 미처 눈으로 쫒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에, 망토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며 나부꼈다. 모타리온이 낫을 들어 칸의 일격을 맞았다. 침묵 위에서 일은 거친 충격파에 주위의 재가 구름처럼 자욱하게 일어났다. 

   그 주인을 따라, 데스슈라우드도 낫을 휘두르며 느릿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부서지고 금간 돌바닥 위를 달려나가, 퀸 사와 그 전사들도 칼날을 들이대며 그들을 맞았다. 푸른색 네온빛으로 물든 claws가 무거운 쇳덩어리에 부딛히며 텅 빈 광장 위로 무거운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폐허가 된 Tizca 한복판에서 춤추듯 부딛히는 두 군세를, 옛 조각상들이 텅 빈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네 생각이 훤히 보이는군, 형제여.'


일격, 또 일격을 계속해서 내리치며, 칸이 낮게 말했다.


'나를 변절시키겠다, 그게 안 된다면 나를 끝장내겠다.'


   예도의 공세를 막아내며, 모타리온이 으르렁거렸다. 칸에 비해 훨씬 느릿한 움직이였지만, 그가 취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전부 알차고, 확실하며, 완고했다.


'이런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발로 걷어찰 만큼 고집불통이라면, 그래, 죽어 마땅하지.'


   칸이 크게 웃었다. 다시금 자유로이 칼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고양되어왔다. psychneuein [ 프로스페로 토속종 워프 괴물] 따위, 몸 풀기도 안 됐던 터였다. 다른 프라이마크의 전면전은 그가 그간 오래도록 즐겨보지 못했던 종류의 시련이었다.

   그가 쏜살같이 거리를 좁혀와, 한 발을 축으로 몸을 빙글 회전시키고는 모타리온의 몸통에 날카로운 찌르기를 넣었다. 그 일격은 불발로 끝났지만, 공격을 막아낸 Death Lord는 몸을 휘청거렸다.


   '너무 느려,'


칸이 그를 도발했다. 머리 위에서 번쩍이는 번개마냥, 칸의 칼날이 번뜩이며 화려하게 춤췄다. 무거운 공격이 이어지고, 모타리온의 두꺼운 갑주가 마치 녹슨 고철이 잘려나가는 것처럼 뚝뚝 잘려져 나갔다.


'자네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군. 왜 한 주인을 다른 주인으로 갈아치우려는 거지? 그리고 날 바보라고 생각하지 말게. 제국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 뿐이야."


   사방을 둘러싼, 철과 철이 부딛히는 소음이, 볼터의 연이은 격발음이, 탄환이 폭발하는 둔중한 소음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발 아래에서 연이어 벌여지는 균열들이 흡사 녹은 무쇠처럼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에 옛 석조물에 새겨진 훼손된 부조가 잠깐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며, 매 면면 위로 새겨진 프로스페로의 occult device를 비추었다.

   모타리온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몸을 추스렸다. 비록 동작은 느렸지만, 그의 힘은 가공할 만했다. 모타리온은 이미 보다 저열한 전사라면 분명 쓰러졌을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내고도 거의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네 군단이 먼저 이쪽을 찾더군,'


 침묵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그가 으르렁거렸다.


'네 휘하 brotherhood 하나하나에 이미 점조직이 구성되어 있지, 우리를 섬기려고 안달이 나서 말이야. 우리는 그저 손만 뻗으면 됐어.'


   칸이 다시 웃어제꼈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수개월만에 처음으로, 이제야 제대로 몸을 자유롭게 가눌 수 있게 되었다. 


'lodges 말이로군, 응? 비밀결사? 고작 그까짓 걸로 우리가 워마스터 뒷꽁무니를 쫒아갈 거라 생각했나?'


   재 속에 발을 깊숙히 박아넣으며, 모타리온이 파고들어왔다. 칸이 예도를 휘두르며 맹공을 가했다. 공격은 죽음의 군주의 두꺼운 어깨갑옷을 스치고 지나가며 그를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모이고 만나게 놓아둔 거라네,'


칸이 말했다. 속도를 잔뜩 머금은 칼날이 위협적으로 움직이며 낫 위로 떨어졌다.


'막은 적은 한 번도 없지. 나는 압제자tyrant 따위가 아니라네, 형제여.'


   모타리온이 몸을 추스리고는, 칸의 맹공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짧게 한 발 물러서고는, 발을 넓게 벌려 자세를 잡고는 내리쳐지는 공격에 맞섰다. 두 무구가 한 순간 엉키고는 떨어지며, 내려앉은 어둠 속으로 섬광을 날려보냈다. 완벽한 동세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두 방향으로 극에 달한 황제의 유전성의 위용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 주위를 둘러싼 전사의 싸움은, 그들 하나하나 전투의 거장이 아닌 이가 없었음에도, 마치 신들의 다툼 사이로 발을 잘못 들여넣은 인간들처럼, 두 프라이마크의 싸움 앞에서 중요성을 잃었다. 


'우리 모두가 폭군이야, 압제자고.'


낫을 휘두르는 속도를 올리며, 모타리온이 거칠게 내뱉었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낳아진 목적은 그것뿐이야.'


   '나는 아니야,'


무아지경에 빠진 듯한 몸놀림으로 그의 주위를 회오리바람처럼 돌면서, 칸이 말했다.


'지배와 권력 따위 나는 한 순간도 염두에 둔 적이 없어. 바란 적도 없고. 하지만, 자네는... 자네는, 늘 갈망해 왔었지.'


   서로 맞닿을 듯한 거리에서, 칸은 치고 때리고 공격을 퍼부으며 모타리온을 부서진 피라미드 자락으로 계속 밀어냈다. 이제는 천장을 잃고 갈라진 Photep's Arch, 즉 땅 아래 거대한 지하전당으로 향하는 옛 입구가 드리우는 그림자 아래에서, 두 프라이마크는 싸웠다.

   

   '마땅한 거다,'


맹공을 힘겹게 막아내며, 숨이 턱 막힌 듯한 모타리온이 재호흡기 뒤에서 쌕쌕거리며 말을 뱉어냈다.


'권력도, 지배도 전부 내 손에 들어와야 마땅해. 내게는 언제나 그럴 자격이 있었어. 너도 나와 손을 잡고 그걸 같이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칸은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마치 한 조각 별빛같은 칼날이 그의 손 안에서 사납게 휘날렸다.


'때가 머지않았어. 자네는 워프가 잊혀지고 닫혀져야 한다고 말했었지. 정말 아는 게 없군. 그게 이제 자네를 삼키러 오겠지. 여기서 자네를 끝내는 게 오히려 자비를 베푸는 격일 걸세. 내 눈에는 벌써 자네의 미래가 어둠에 감싸이는 것이 보이네. 자네의 영혼 자체가 곧 끌려들어갈 거야.'


   '이제는 모든 미래가 어둠에 감싸였다,'


낫을 사납게 휘두르며 모타리온이 답했다. 곧바로 반대편으로 휘둘러진 날 뒤쪽이 아치 가장자리를 때렸다. 아치가 부서지고, 떨어져내린 쐐깃돌이 그의 옆에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호루스가 무엇이 되었는지 너는 상상도 가지 않겠지, 황제가 무엇인지도 말이야. 그 둘 다 괴물이야. 그리고 네놈은 잘못된 편을 고른 거지. 호루스는 투사야. 그는 우리 형제지, 죽지 않는... 혐오스러운 괴수 따위가 아니야.'

   그를 쫒으며,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듯 칸은 크게 웃었다.


'죽지 않는 괴수라?'


예도를 날카롭게 휘둘러 복잡하게 뒤엉킨 모타리온의 배전선을 거의 끊어 놓으며 말했다.


'우리 전부가 그의 피를 물려받았는데, 그러면 우리는 뭐가 되나?'


   모타리온의 낫질에 더욱 많은 석조물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나가며 구름처럼 그들 주위를 감쌌다. 볼트 탄환이 먼지구름을 가르고 궤적을 남기며 용케 아직 부서져나가지 않은 구조물 속에 박혔다. 다른 그 무엇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상대와의 대결만에 전심을 기울이며, 거대한 기둥 무리와 부서진 천장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두 프라이마크는 일격 일격이 발 아래 땅을 울리는 맹공을 주고받으며 피라미드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너 따위가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후퇴를 멈추고 발을 다시 땅에 굳게 박아넣으며 모타리온이 내뱉었다. 그의 갑주는 불과 얼마 전의 단단했던 모습에 비하면 찢기고 베어진 누더기마냥 보였다.


'펄그림이 페러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목도 벨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격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칸의 공격이 흐트러져 빗나갔다.

   정말인가? 페러스가 죽은 건가?

   모타리온이 치고나와 칸의 앞다리에 침묵의 끄트머리를 강하게 박아넣었다. 상아색 정강이받이에 금이 가고, 세라마이트가 부서지면서 갇혀 있던 에너지가 치직거리며 공중에 퍼졌다.

   거의 쓰러질 뻔하면서, 칸은 이어지는 공격에서 힘겹게 몸을 빼냈다. 모타리온이 공세로 전환하고 그는 비척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래, 죽었지,'


모타리온이 거칠게 말했다.


'벌써 네놈은 숫자에서부터 밀리고 있는 거다. 그리고 네 편은 계속 줄어들기만 하겠지.' 


   칸은 위쪽을, 피라미드의 위로 보이는 거대한 공허 속을 바라보았다. 부서진 천장에서 자그마한 유릿조각이 비처럼 떨어져 내려와 바닥 위로 갈라진 틈새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에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프로스페로의 대지 전체가 나직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마치 행성 자체가 그 땅 위에서 벌어지는 프라이마크들간의 두 번째 대결에 노한 것 같았다. 칠흑같이 검은, 별빛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하늘이, 입처럼 크게 벌어진 피라미드의 들쭉날쭉한 상흔 위로 펼쳐져 있었다.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펼쳐진 틈새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모타리온의 망토가 널찍하게 펼쳐졌다. 그 순간, 그는 지하세계의 환영처럼, 옛 초고리스의 유령처럼 보였다. 야차에 삼켜진, 영원하고 악마적인 무언가처럼.

   칸이 예도를 양손으로 쥐고 더욱 뒤로 물러났다. 모타리온은 강했다. Ulaav 산맥의 뿌리처럼 강했다. 허나 그는 느렸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그 둘은 완벽하게 짝지어진 맞수였다.

   우리가 같은 편에서 싸운다면, 그와 내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준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생각했다. 호루스마저도? 황제마저도?   

   그가 모타리온의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모타리온의 얼굴 위에서 원한이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필시 자신의 얼굴도 똑같은 것을 비추고 있을 것이었다.

   그는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우리 모두가 배신당했어.

   죽음의 군주가 앞으로 달려나와, 침묵을 낮고 강하게 휘둘렸다. 그의 얼굴 위로 온갖 감정이 뭉쳐 증오로 화하는 것이 보였다. 그가 낮은 숨결을 빠르게 뱉어냈다.

   '그러면 와라, 형제여,'


매그너스의 부서진 도시가 쏟아내는 유리 눈물 아래에서 다시금 공격을 받아내며, 칸이 자세를 잡고 외쳤다.


'결단을 짓도록 하자, 자네와 내가. 영원히.'


   모타리온의 근육에 힘이 새롭게 북돋았다. 그 힘을 전면으로 받아내면서, 칸은 형제들 중 누가, 혹시 페러스가 아니고서야, 이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까 싶었다. 죽음의 군주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격을 받아내며 거머리처럼 힘을 빨아먹고는, 더욱 거세게 반격하고 있었다.

   데스 가드의 끈질김은 그들 사이에서도 전설적이었다. 공격을 흡수하며 그저 계속 진격해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처음으로 그들이 전투에 나선 모습을 보면서, 그는 데스 가드의 전설이 얼마나 사실적이었는가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 주인만큼이나 완강한 데스슈라우드는 침묵 속에서 잔해를 헤치며 아직도 케쉬그와 싸우고 있었다. 두 군세 모두로부터 전사들이 쓰러져, 몸을 땅 위에 뉘인 채 먼지를 덮어썼다. 허나 그럼에도 격렬한 싸움은 그들 주위에서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흑요석으로 포장된 원형 바닥 위로 들어서자, 칸은 비로소 피로가 자신을 덮치는 것을 느꼈다. 셀 수 없는 세월을 전투로 보내면서도, 그는 피로를 거의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외계종족 최강의 전사들과도 싸웠었고, 워하운드 타이탄만큼 거대한 괴물도 쓰러뜨렸었고, 바다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그린스킨의 성난 파도 속을 헤치고 달리기도 했었다. 그 모두를 겪으면서도 그는 지금 모타리온과 싸우며 겪는, 뼛속까지 파고들어오는듯한 피로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직 프라이마크만이 다른 프라이마크를 멸할 수 있다.

   모타리온이 그 자신만의 거친 방식으로 웃기 시작했다.


   '이만큼 힘들어본 적이 없었겠지, 응?'


그가 침묵을 무겁게 치켜들고 내뱉었다. 그 또한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 흘러나온 피가 그의 뺨과 이마를 물들였고, 그가 무겁게 숨을 들이쉬자 재호흡기가 힘겹게 덜커덕거렸다.

   모타리온의 철벽 같은 방어를 뚫을 방법을 찾기도 전에, 예도를 휘두르며 칸이 공격에 나섰다. 아직도 그의 몸놀림이 더 빨랐지만, 아직도 그의 검술이 더 나았지만, 지금은 엔트로피 그 자체와 싸우는 듯 힘겹게 느껴졌다.


   '자네도 마찬가지겠지,'


모타리온의 잿빛 두상에서 새빨갛게 변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가르켜 보이며, 칸이 답했다.


   '맞는 말이야.'


   모타리온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후회가 담겨 있었다. 점점 더해져만 가는 원한 속에서도, 쓰라린 아픔 속에서도, 죽음의 군주는 아직 이 상황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을만큼의 정신은 가지고 있었다. 프라이마크들은 하나의 군대의 일부써 싸우기 위해, 형제들 각자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들 사이에 만연한 그 모든 질시와 경쟁에도 불구하고, 정복이란 면에서 그들 모두가 포함된 그 군대는 완벽했다. 황제의 비전은 - 그 자신의 비할 바 없는 정신을 이어받은 스무 명의 불멸의 화신avatars이 이끄는, 은하를 휩쓰는 통합Unity의 대성전은 - 완전무결했다.

   허나, 그럼에도, 그들은 여기, 러스의 파괴가 남기고 간 폐허 속에서 서로 싸우고 있었다. 이미 몰락은 심각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두 프라이마크 모두 이 모든 것이 끝나기 전 더욱 깊숙한 곳까지 떨어져 내리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 돌이킬 수 있네,'


칸이 머리를 노리고 덮쳐오는 낫을 가까쓰로 피하며 말했다.


'호루스가 자네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잖나.'


   모타리온이 코웃음쳤다.


'아니지, 그리고 절대로 그럴 수 없어.'


   '자네도 우리 아버지의 영광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잖아 - 우리 중 그 누구도 아버지와 맞설 수 없어.'


   모타리온이 다시 공세로 나섰다. 그들 주위로, 열주columns들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분열장의 빛을 받아 번뜩였다. '놈은 스스로가 저지른 실수에 발이 묶여 있어. 옥좌의 방Throneroom은 악몽의 소굴이 되었지. 놈은 거기를 떠날 수 없어. 문이 활짝 열려있는 거나 다름없지 - 이제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거야.'

   칸이 모타리온의 공격을 쳐내고는 목 갑주를 노리는 듯 칼을 휘둘렀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칼날을 아래로 젖히고, 모타리온의 방어를 피해 프라이마크의 흉갑에 긴 상처를 냈다. 칼날은 깊숙히 파고들어가, 이미 부서진 갑옷을 찢고 그 아래의 갈비뼈까지 갈라놓았다. 

   모타리온이 얼굴을 찡그리고는 팔을 휘둘러, 낫대로 칸의 예도를 쳐내고는 뒷걸음질쳤다.


   '차지할 것 따위 아무것도 없어,' 물러나는 그를 추격하며, 칸이 성난 고함을 터뜨렸다.


'잿더미가 된 땅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자네 주위를 둘러보게 - 자네는 온 은하를 이 모양으로 만들 거야.'


   모타리온이 매섭게 으르렁거리더니 다시 칸에게로 짓쳐왔다. 그는 낫을 미늘창마냥 들고는 자루를 칸의 몸통에 박아넣었다. 칸이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고, 곧장 모타리온이 쫒아왔다. 더 많은 일격이 이어졌다 - 강맹하고, 무겁고, 땅을 울리는 일격이. 칸은 계속해서 밀려나며 그에게로 쏟아지는 폭풍같은 분노를 겨우겨우 견뎌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둘이 다시 격돌했을 때, 그 충격은 가히 뼛속까지 사무치는 듯했다. 순수한 적대감으로 채워진 일격이 서로 부딛혔다. 갑옷 파편이 조각조각 흩어져 날렸다. 모타리온의 유리병이 부서져 나가고 그 안에 갖혀 있던 가스가 풀려나와 둘 모두의 눈을 찔렀다. 피가 두 전사 모두로부터 튀며 서로의 갑옷을 붉게 문들였다. 서로 한 치도 내주지 않으며 베고 반격하자, 와인처럼 진하고 어두운 피가 서로의 무기 위에서 섞여갔다.

   입안에서는 쇠맛을, 근육 속에서는 타는 듯한 산acid을 느끼며 싸우는 와중에, 칸은 평원의 교훈이 문득 머리 속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는 공간이 필요했다 - 그의 속도를 살릴 공간이. 그는 떨어져 나와서, 자신의 장기를 펼쳐서, 전세를 뒤집고 모타리온의 끈질긴 손아귀를 찢어놓아야 했다.

   마지막 한 줌의 힘을 모아서, 칸은 낫을 쳐내고 몸을 빼내어, 상대가 자신을 쫒아 오도록 유인했다. 죽음의 군주가 침묵을 높히 쳐들었고, 발 아래 눈-장치eye-device에 낫 모양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의 찢긴 망토가 마치 옛 전설을 되새기는 양 크게 부풀었다 - 인류가 거하는 수천 개의 행성에 걸친 사신reaper 신화가, 꺼진 영혼만이 드리운 행성에서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칸이 숨을 헐떡이며 자세를 잡고는, 최후의 일격에 쓸 힘을 끌어모으려 애썼다. 심장이 터질 듯 울리고, 폐는 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예도를 처들고, 상대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와라. 내 약점이 어디인지 보이잖아.

   일격. 정확하게 조준된 단 일격 - 그 일격을 내지를 힘만이 남아 있었다. 완벽해야만 했다; 방어도 도외시하고 내지르는 일격이었다.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이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그것 말고는 없었다.

   허나 모타리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급작스럽게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라도 하는 양, 그는 그저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의 낫이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마스크 밖으로 얄팍한 기침소리가 새어나왔다. 칸은 곧 그것이 지친 웃음소리인것을 깨달았다.


   '그럼 결정을 내린 것이로군.'


   무슨 뜻인지 의아해하며, 칸은 계속 자세를 유지했다. 모타리온이 데스슈라우드에게 손짓하자, 친위대가 후퇴하여 주인의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 함대가 전쟁 중이네, 형제여.'


모타리온이 절뚝거리며 물러나면서, 매섭게 말했다.


'우리가 약속한 바하고는 다르지만, 이 싸움 때문에 함대 전체를 잃지는 않겠네.'


그의 입에 고인 피 때문에 발음은 흐려져 있었다. 마스크 가장자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허나 명심해 두게 - 이제 우리 사이는, 자네와 나 사이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거네. 우리의 운명은 지금 이 자리에서 맺어졌어. 기억하게. 여기에서 운명이 시작된 걸세.'


   칸은 발 주위로 먼지가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늪처럼 짙은 녹색 에너지가 피라미드의 열린 천장으로부터 물결쳤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에는,'


모타리온이 거칠게 말했다.


'서로 반대편이 되어 있을 걸세.'

   그가 조롱하듯 인사하자, 갑자기 구름을 뚫고 두꺼운 섬광이 내려와 한때 피라미드였던 건물의 잔해 위로 세차게 쏟아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너무 뒤늦게 깨달은 칸이 앞쪽으로 튀어나갔다. 예도가 빠르게 공중을 갈랐다 - 그가 이제껏 휘두른 최속의 일격이었다. 만일 그대로 이어졌다면 그 일격은 친위대를 넘어 그의 숨을 유지시켜주는 케이블을 가르고 모타리온의 목줄기를 찔렀으리라.

   허나 한순간만에, 죽음의 군주와 그 친위대는 워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텅 빈 그 자리 위로 프로스페로의 바람이 울부짖었다. 재가 피어오르고, 번개가 번뜩였다.

   칸은 관성을 못 이기고는 상대가 있던 자리 위에서 비틀거렸다. 발을 잘못 내딛으면서도 그는 몸을 돌리고 공격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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