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남자 입대할 때 키 167 몸무게 50kg 이랬었음. 평생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겜만 하던 멸치로 살다가 훈련소에서 얼차려 받으면서 맨날 푸쉬업하고 기어다니고 그것도 못버텨서 열외한 부끄러울만큼 체력, 힘 다 안 좋았다.
그러다가 자대 배치 받을 때 샤워하면서 거울을 보는데 꼴에 몸 쓰고 운동 했다고 내 가슴에 근육 생긴 거 보고 진짜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난 그 전까지만 해도 운동 지식도 뭣도 없으니까 그냥 내 몸에서 근육이라는 걸 볼 거라고 기대조차 안했었다. 평생 약하게 살 운명이라는 패배의식에 잠식되어있던 듯.
으레 남자들 그렇듯 군대에서 운동 배우는데 사실 우리 부대는 운동 제대로 한 사람 없었고 의지는 있는데 지금처럼 지식을 접하고 공부하기 쉽지 않아서 다들 띄엄띄엄 아는 지식 서로 공유하면서 어정쩡하게 운동했었다. 나도 그래서 뭐 띄엄띄엄 운동하고 아무래도 나는 몸무게가 많이 안나가니까 풀업도 그냥 저냥 당겨지고, 푸쉬업도 그냥저냥 개수 채우기는 쉬워서 주구장창 풀업 푸쉬업만 했던 것 같다. 사실 그 때까지도 운동에 별 관심 없고 풀업이 뭐 등에 좋은지 푸쉬업이 뭐에 좋은지 이런거 모르고 내 뇌엔 그냥 몸 좋아지려면 = 푸쉬업 이 생각밖에 없었음
그러다가 전역하고 대학생활 하면서 나도 연애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운동 했는데 그 때까지조차도 몸 좋아지려면 = 푸쉬업 이 공식이 내 머릿속에서 업데이트가 안 되어있었다. 아는 보디빌딩식으로 운동하고 실제로 몸 크고 좋은 형들도 있었는데 그때 난 뭔가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난 맨몸운동만으로 몸 만들어야지’ 하면서 매일 푸쉬업 300개씩 했다. 다들 그런 낭만으로 맨갤 오는거 아니냐 솔직히. 가슴이 아프건 말건 그냥 30개씩 10세트로 무식하게 해댔다. 자세 신경 쓰고 이런 것도 그땐 몰랐고 할로우 바디는 더 몰랐지. 자세가 망가지든 말든 개수만 채운다는 마음으로 걍 했음. 힘들 땐 10분씩 쉬면서 해도 덜 하거나 빼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능하면 1시간 내로 하려고 했음. 그렇게 한 1년 하다가. 회사 취업하면서 바빠서 운동 못하고 그랬는데 3년 전부터 복싱 체육관 다니면서 운동 다시 했다.
불운인지 행운인지 복싱 스텝 밟고 줄넘기 하다가 족저근막염와서 정작 복싱은 못하고 체육관에 있는 파워랙에서 혼자 프리웨이트 깔짝대다가 파워리프팅 좋아하는 코치 눈에 띄어서 새벽에 파워리프팅 배우면서 같이 운동했다.
여기서부터 본론인데, 옛날에 푸쉬업 300개씩 하던 기억도 있어서 복싱할 때도 맨날 푸쉬업하고 그랬거든. 무식하게 개수 채운 날도 있고 바리에이션 준다고 뭐 아처 푸쉬업, 러시안 푸쉬업, 파이크 푸쉬업 등등 주워들은거 이것저것 해보고 쌩쑈를 했었음.
그러다가 코치랑 파워리프팅 하면서 벤치 드는데, 벤치 처음 든 날 100 들었다. 웃긴 건 나 그 때 데드 100, 스쾃 80 겨우 들었음
벤치 치던 날 코치도 약간 당황하는 것 같더라 그 사람도 3대 400 넘는데, 벤치는 95 들었거든.
그 때 이후로는 맨몸, BB, 파워리프팅 안 가리고 그날 그날 내 맘대로 하기도 하고 시간 없어서 양껏 못하고 있긴 한데. 어쨌든 지금은 3대 390 언저리에 몸무게도 73kg까지 쪄서 살 뺄 고민 하고 있다. 운동 할 때 스쾃이랑 데드는 파워 리프팅 식으로 하고 중량 풀업, 푸쉬업, 요즘은 플란체 연습하면서 섞어서 운동하고 있다.
운동하고 몸 조금 좋아진 이후로 내가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내 친구들이 가끔 나한테 운동 어떻게 하냐고 알려달라고 몇 번 그랬지만 결국은 알려주고 같이 운동해도 금방 나가떨어졌음. 결론은 어떻게 하든 꾸준히 하는 게 모든 효율과 지식을 압도하는 것 같다. 난 롤 랭겜하다가도 운동 시간되면 운동하러 가고 그럴 정도로 성실하게 운동했다.
인생 절반을 키 작은 멸치로 살면서 같은 남자들한테 은근히 무시 받고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실수로 부딪히거나 밀리거나 할 때 피지컬로 무력함을 느끼면 정신적으로도 왜소해진다.
이제는 나이도 30대고 살면서 겪은 것들로 무게감이 쌓였겠지만 내 강한 육체에 대한 믿음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정신력과 자신감에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맨몸운동은 정말 좋은 운동이다. 특히 나처럼 여자보다 약해서 무시 받는 멸치에겐 진입장벽이 낮아서 더 없이 좋다.
짐 생각해보면 나도 맨몸운동에 집착했던 때가 있는데, 어쩌면 무게를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나처럼 유전적으로 약한 인자약에겐 먼 이야기이고 괜히 하다가 다칠까봐 무섭기도 하고 가끔 고중량 도전하려고 5~60kg만 어깨에 짊어져도 처음 그 무게감을 실감할 때의 압도되는 느낌 때문에 나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 맨몸운동이 만능이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내 두려움을 가리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뭐든 좋다.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어떻게든 운동을 부여잡고 꾸준히 노력해서 내 몸을 차근차근 성장시키다보면 어느 날 무게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할 날이 올지도 모르고, 맨몸운동만으로도 강한 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꾸준히 열심히 하고, 그 트랙을 목표에 따라 빠르게 달릴지, 도움을 받아서 수월하게 달릴지 선택하는 건 개인 선택의 몫이다.
일하다가 심심해서 운동법 찾다가 흘러들어온 유동이 두서없이 쓴 글이다. 사실 디시 분위기 대충 알아서 뻘글 될 것 같은데 그냥 옛날 생각하면서 찌끄려봤다. 다들 득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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