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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디펜스 수박 겉핥기

A chess study by rhineland

lichess.org

와! 만인이 혐오하는 프렌치! 왜 많은 이들이 프렌치를 싫어하는 것일까? 흔히들 오해하는데 사람들이 프렌치가 '구린 오프닝'이라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 '상대하기에' 짜증나는 오프닝이라서 싫어하는 것임. 백 입장에서 상대하기 짜증난다는 말은 반대로 흑 입장에서 프렌치는 상당히 경쟁력 있는 무기라는 뜻.

오픈 게임에서는 센터 투 폰을 가져가려는 백과 이를 저지하려는 흑 간의 힘싸움이 길게 이어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프렌치의 1...e6는 d4칸을 전혀 위협하지 않아서 백은 바로 2.d4를 칠 수 있음. 오프닝에서는 중앙을 차지하라면서? 이게 맞나?

물론 흑이 백에게 중앙을 내주고 소극적으로 두면 그냥 말라죽겠다는 거고, 바로 2...d5를 쳐서 e4폰을 공격해 백의 대응을 강제하겠다는 계산이었음. 백은 폰을 교환하거나(익스체인지) 밀거나(어드밴스) 기물로 지키거나를 선택해야 하지.

익스체인지를 제외하면 어드밴스는 물론이고 Nc3 라인 등에서도 나중에라도 e5를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런 폰 구조가 형성됨. 중앙이 닫혀 있기 때문에 백은 킹사이드, 흑은 퀸사이드 위주로 공격하게 되는데, 특히 폰 사슬의 약점인 맨 아래쪽 폰을 공략하면 상대의 중앙 폰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음. 뭔 소린지 모르겠다면 흑은 백의 d4폰, 백은 흑의 e6폰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요점.

그런데 백의 약점인 d4폰은 흑의 약점인 e6폰보다 전진되어 있으므로, 백이 e6폰을 공격하려면 f2-f4-f5로 두 수가 필요한 반면 흑은 c7-c5 한 수로 바로 공격이 가능함. 이 때문에 흑이 d4폰을 압박하고 백이 방어하는 흐름이 되면서 흑이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쥐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프렌치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음. 즉 백에게 중앙 차지를 허용하되, 그렇게 차지한 백의 중앙을 바로 공격하면서 게임의 주도권을 흑이 잡고 백이 흑에게 끌려다니게 하겠다는 계산임. 닫힌 게임이라서 프렌치를 수비적인 오프닝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오히려 상당히 공격적인 아이디어인 거지.

흑은 또한 장기적으로는 f7-f6 브레이크를 통해 거슬리는 e5폰을 교환으로 치워버리는 것을 노릴 수도 있음. 하지만 잘 알다시피 f폰을 올리는 건 킹사이드를 약화시키므로 충분한 준비 후에 해야 하지.

비슷하게 백의 2.d4를 허용하고 2...d5로 반격하는 오프닝인 카로칸과 비교하면 카로칸에서는 프렌치와 달리 밝은 비숍 길이 막히지 않지만, 카로칸에서도 결국 백의 중앙 폰을 공격하려면 c폰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렌치와 달리 c폰을 2번 움직이느라 템포 손해가 발생해 일장일단이 있어.

<II. 어드밴스 메인라인>

1.e4 e6 2.d4 d5 3.e5 c5 4.c3 Nc6 5.Nf3 Qb6

d폰을 압박하고 방어하는 기본 아이디어에 충실한 진행. 흑이 당장 d4폰 공격에 동원할 수 있는 기물 3개를 다 끌고 왔지만 백도 기물 3개로 막았음. 문제가 해결되었나?

하지만 여기서 백이 실수를 많이 저지름.

스포일러를 하자면 여기서 메인라인은 6.a3임. 리체스 유저 DB상 19%밖에 선택하지 않는 수인데, b4 전진을 준비하기 위한 수.

이때 그냥 외워서 둘 게 아니라 b4를 왜 두려는 건지 알고 있어야 상대가 부적절한 수를 뒀을 때 응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5...Qb6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데, d4폰을 공격하는 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b2폰 또한 퀸이 압박하고 있음. c1 비숍이 떠나는 즉시 흑 퀸이 b2폰을 따버리겠다는 위협을 해서 c1 비숍을 묶어놓는 거임.

흑이 d4폰의 공격자를 추가하고 싶다면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기물은 킹사이드 나이트인데, ...Nge7으로 전개하면 어두운 비숍과 c5폰 사이의 길을 막으므로 보통 Nh6-Nf5로 두 턴을 써서 끌어와 d4폰 공격에 가담시키고자 하게 됨.

백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는 Bxh6로 미리 잡아버리면서 흑의 킹사이드 폰 구조를 망가뜨리는 것이 있음.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 5...Qb6는 b2폰을 압박하는 수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는 비숍이 b2폰 수비에 묶여 있느라 나이트를 잡으러 가는 게 불가능함.

참고로 6.b3?!는 통하지 않는다. 6...cxd4 7.cxd4 교환 후 7...Bb4+ 체크가 들어왔을 때 기물로 막으면 퀸과 d4폰 사이의 연결이 끊기면서 폰을 잃게 됨.

결국 b폰을 지켜서 비숍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주려면 b2-b4를 둬야 하고, 그러기 위한 사전준비로서 6.a3가 메인라인인 것.

<III. 6.a3 Nh6 라인 - 7.b4 cxd4 8.cxd4>

6...Nh6 7.b4

하필 이번에 그 6.a3를 아는 19%가 걸렸네? 흑도 당황할 거 없고 계획대로 진행하면 된다. 백은 위에서 봤듯이 바로 7.Bxh6 갖다박으면 b2폰이 따이니까 b4 전진부터 해야 함.

c5폰이 b4폰과 d4폰에게 동시에 공격받았으므로 흑은 먼저 d4폰을 잡을 수밖에 없다.

7...cxd4

여기서 백은 바로 d4폰을 되잡을 수도 있고, 먼저 나이트를 잡을 수도 있음. 아마추어 DB나 마스터 DB나 전자가 훨씬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전자를 살펴보겠음.

8.cxd4 Nf5

백이 폰 회수에 한 턴을 쓴 동안 흑은 계획대로 f5칸으로 킹사이드 나이트를 끌어올 수 있음. 아까 Bxh6 하려고 b4 두려고 a3 두는 거라며? Nf5를 허용해버렸으니 뻘짓 된 거 아님? 물론 아님.

9.Bb2

b4를 뒀기 때문에 어두운 비숍을 피앙케토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비할 수 있게 됨.

9...Bd7

이 수의 의미를 알려면 잠깐 옆길로 새서 밀너-배리 갬빗을 보고 와야 함.

[여기서 잠깐: 밀너-배리 갬빗]

6.a3 대신 6.Bd3로 비숍을 전개하는 것이 밀너-배리 갬빗임. 언뜻 보면 퀸과 d4폰 사이의 연결을 끊어서 흑이 6...cxd4 7.cxd4 Nxd4 8.Nxd4 Qxd4로 폰을 딸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렇게 두면 9.Bb5+ 디스커버드 어택으로 퀸을 잃음. 그럼 흑이 어떻게 둬야 하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쓸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9...Bd7은 그런 밀너-배리 갬빗 스타일의 디스커버드 어택을 막기 위해서 킹의 대각선을 미리 수비해두는 의미가 있음. 따라서 백이 10.Bd3를 두면 진짜로 폰을 잃음. 따라서 백의 밝은 비숍이 활동적인 위치로 전개되는 걸 방해하며, f5 나이트는 제자리를 지킬 수 있음.

10.Be2 Be7 11.0-0 0-0

백이 무난하게 10.Be2로 캐슬링을 준비하는 걸 택한다면 흑도 같이 무난하게 진행하면 됨.

10.g4

혹은 백은 좀 더 도발적으로 나이트를 바로 쫓아내는 선택지도 있음. 흑이 나이트를 피하는 건 10...Nh6과 10...Nfe7 모두 가능한데, 10...Nh6는 빠른 f폰 브레이크 후 ...Nf7을 노리는 수이고, 10...Nfe7은 상황 봐서 ...Ng6로 꺼내거나, 백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h5로 g5 전진을 유도한 후 다시 f5로 가겠다는 생각. b4폰이 핀에 걸려 있어서 ...Na5로 바로 퀸사이드에서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음.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체스프릭 영상도 참고하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