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근면성실한 얼리버드와는 다르게 매우 게을러 터진 인간이라 새벽 4시에 일어났음에도 해가 중천에 뜰 때 쯤에 입장하기 시작했음.

폐장이 오후 6시인데, 6시간이면 시간이 많을 줄 알았음. 근데 시간 되게 빨리 가더라.

내가 사진을 잘 안 찍는 인간이라 사진보단 글이 많을 거임.

플로라리움

내가 이번에 플레이엑스포 참가한 이유임. 장르가 메트로바니아인데, 난 메트로바니아를 해 본 적이 없다. 남의 영상 보기만 했지.

그럼에도 이런 느낌의 활 조작을 원했기에 가장 취향에 맞을 거 같았고, 실제로 플레이 해봐도 그랬다.

스팀에 플레이 영상이 있는데, 화살이 화려하게 파바박 꽂히는 게 보는 맛이 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까 어떠했냐? 재미는 기대하던 수준이랑 비슷한데, 게임에 관용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에서 제시하는 난관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오리와 눈 먼 숲마냥 초반부터 괴수랑 추격전하는 난관이요, 다른 하나는 스팀 영상 막바지에도 있는 슬라임 여왕인지 거시긴지 하는 난관이다.

괴수 추격전은 괴수가 너무 빨라서 정신 없이 대시 키를 눌러대게 만드는데, 망할 가시는 잘도 깔려있어서 조작을 익히는 게 아니라 맵을 익히는 기분이 들게 되었다. 사망 자체는 리스크가 적어서 반복은 쉬운데, "아, 이런 상황에선 이걸 눌러야지"가 아니라 "여기서 이거 누르고, 아 죽었네. 다시."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이유가 가시가 잘 안 보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눈으로 흘겨보고도 알아챌 수준은 아니라서 좀 집중하며 봐야 알아차리는데, 정신없이 쫓기는 와중에 가시까지 신경 쓴다? 쉽지 않았다. 가시 명도를 좀 더 밝게 해주면 어떨까 싶다. 채도도 좀 확실하게...

슬라임 보스전은 매우 끔찍하다. 패턴이 끔찍할 수준은 아닌데, 지형이 끔찍하다.

직사각형 필드 안에서 전투를 벌이는데, 양 옆 바닥에 발판이 있어 점프해서 밟으면 발판 위치 반대 방향의 약 45~60도 각도로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

문제는 이게 그냥 점프가 아니라 활을 쏘거나 하는 반동으로 튀어올라서 밟아도 반응하기 때문에, 공격하다가 원치 않는 점프 때문에 적의 공격을 맞으면 욕이 절로 나오게 된다. 더 문제는 이게 반응할 때가 있고 안 할 때가 있어서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게임 속도가 무척이나 빠른 편이라서 대시로 발 빠르게 반응하기 쉽지 않다. 애초에 대시에 무적이 없어서 써도 맞을 수도 있다.

게임하면서 내 의도치 않은 동작만큼 당황스러운게 없으니 이런 걸 좀 손 봐줬으면 좋겠다.

조작감은 혹평할 정도는 아닌데, 차지 상태에서 위쪽 방향키를 누르면 튀어오르며 쏘는 공격에는 좀 버퍼링을 넣어줬으면 한다.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거 은근 빡빡해서 정신없이 위쪽 방향키를 연타해야 하더라.

대충 한 두 시간 박아서 깨고 나니까 개발자가 슬라임 보스 피 반토막 낸다더라. ㅈㄴ 단단하긴 했어.

좀 불편하긴 해도 감수할 만큼 손맛이 좋아서 재미있기 때문에 가서 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캐릭이 예쁨 ㄹㅇ

아키타입 블루

슬더스라는데 난 슬더스고 뭐고 카드 게임을 별로 안 해봐서 몰?루, 옛날에 돌겜 잠깐 한 거 빼면 전무한 수준이다.

토벌 -> 승리 or 실패 -> 얻은 재화로 초기 덱 강화 -> 토벌 -> ... 대충 이런 사이클로 돌아가는 게임 같다.

처음 가서 했을 때는 동료를 뭣도 모른 채 죄다 돈으로 팔아먹고 뚜까 맞아서 실패했다.

2회차 때 어찌저찌 미는데도 잘 모르겠더라. 카드겜이랑 나는 안 맞나 봐.

뭘 써보고 싶어도 제대로 한 게 없어서 할 말이 없다. 전략이고 뭐고 한 턴에 카드 최대한 싹 비우는 거랑 공격 카드 순서 정도만 신경 썼어.

여기에는 개발자가 많이 오나 보더라. 옆에서 버그 찾고 있음.

코나와 스노래빗

단순하다. 적에게 얼음 총을 쏴서 얼리고, 후려쳐서 깨트린다.

딱 느낌이 왔다. 이건 탑뷰로 하는 버블파이터다.

좀 다른 점이 있는데, 적에게 계속 얼음 총을 쏘면 그 자리에서 박살나지만, 적을 얼려서 후려치면 바로 깨지는 게 아니라 뒤로 밀려나며 다른 적이랑 닿았을 때 그 적을 기절시키는 효과가 있다. 나중에 나오는 보스전에서도 이런 메커니즘을 충실히 잘 활용하기도 했다.

투사체가 좀 정신없는 면이 있긴 해서 좀만 다듬었으면 좋겠다. 투사체 대신 레이저 같은 것도 있잖나.

살짝 심심하긴 한데 이 정도면 컨텐츠 좀 추가해서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본다.

기본에 충실하다. 피드백 확실하고, 조작에 군더더기가 없어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솔직히 인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분 좋음이다.

METAL SUITS

메탈 슬러그를 정말 좋아하는 거 같다. 좀 더 과격해진 메탈 슬러그라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온갖 곳에서 메탈 슬러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게임이 마치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도 같다고 하는 느낌이다. 난 이 게임 스토리가 뭐였는지 기억 안 난다. 뭐였더라.

적을 처치하고, 맵의 퍼즐을 풀고,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게 주요 목표다. 중간중간 장착 가능한 수트가 있어 공격 방식을 여러가지 체험할 수 있었다.

근데 좀 단조롭다고 느껴지는 점이 있는 것이, 메탈 슬러그에서 무기가 바뀌면 계속해서 쏟아지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탄약을 빠르게 소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빠르고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반면, 이 게임에서는 적과 조우하는 텀이 메탈 슬러그에 비해 좀 긴 편이라 지루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수트 변경은 오로지 드랍된 수트 아이템을 획득해야만 가능한데, 그 전까지는 변경도 못 한다. 많이 써봐서 지루한 수트가 나오면 지루함의 시간이 메탈 슬러그에 비해 매우 크게 느껴진다.

몬가... 몬가 아쉽다.

Thanks, Light.

검은 물체에 빛을 쐬면 실체화되고, 그렇지 않으면 물리적인 작용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

주요 퍼즐은 요상하게 생긴 물체를 회전시켜 척 보기에는 안 들어갈 거 같은 틀에 들어가게 하거나, 물체를 실체화하는 순서 따위에 신경 써서 퍼즐을 풀어야 하는 등의 퍼즐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리적인 작용이 있는 퍼즐은 대개 의도대로 잘 돌아가는 법이 없다고 보는데, 물체끼리 비벼져서 끼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불편함만 많이 느꼈다. 렉이 꽤 심해서 반사체가 10개 이상이던 방에서는 20fps 가까이 떨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손전등 켜서 물체에 비빌 때도 비슷하게 꽤 떨어졌다.

퍼즐을 푸는 데에 재미를 좀처럼 붙이기 어려웠다.

아이러니

도트 원리주의자들이 이 겜을 본다면 발작을 하지 않을까? 3D 저해상도 액션 게임이다. 절대로 PIXELATE 필터가 아니다.

위 짤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저런 화면을 게임 하는 입장에서 본다고 생각해보자. 보이는 게 없어서 이게 액션 게임인지 곰보게임인지 분간이 안 갔을 것이다. 공포 게임도 무서운 건 확실히 보여준다. 게임 끝날 때까지 무서운 게 있는데, 안 보여서 못 보는 공포 게임을 기억하냐? 난 없는데.

게임은 플레이어가 제어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확실하게 강조된 피드백이 필요한데, 여기서 강조된 거라곤 상대 대가리나 내 대가리 박살 낼 때 뿐이다. 나머지는 내가 뭘 하고 있는 지도, 무슨 일이 있는 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아 상대 대가리를 부쉈구나! 아니네, 내 대가리가 부서진거였네!"

뭔가 총을 쓰는데 탄은 다 닳아있고, 근접 공격을 쓰는데 먹힌 건지도 모르겠고...

UI도 저해상도를 먹고는 다 깨져서 떠 있는 게 무슨 UI인지, 이게 정녕 UI인지 분간조차 불가능했다.

고칠 점이 너무나도 많다.

모은 게임 굿즈는 이게 끝

근데 플로라리움 부채는 어케 쓰는 거지 손으로 잡고 쓰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