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내가 죽었다.

아내가 한 줌의 재로 변하자, 내게 남겨진 것은 작은 집과 이제 겨우 걸음마를 익히기 시작한 세 살배기 딸 뿐이었다.

그래, 세 살 밖에 안된 딸이다. 내가 힘내야 한다.

이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내 아이가 커서 '엄마는 어디 있어?' 라고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나는 아이의 곁에 있어야 한다.

내 딸이니까.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로서.

딸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다.

여전히 나는 내 딸을 씻겨준다.

딸아이가 열두 살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내 딸을 씻겨준다.

이제 슬슬 그만 씻겨도 되는 나이가 아닐까.

....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십수 년을 자연스럽게 해온 일인데, 이제 자연스럽지가 않다.

하지만 딸은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내게 묻는다.

"아빠."

"오늘도 나 씻겨줄거지?"

딸아이가 열여덟이 되었다.

내 딸은 아직도 내게 씻겨달라고 말하고 있다.

누가 이런 근친물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