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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처음엔 눈물이 나지 않았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0 20:41:28
조회 7473 추천 107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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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름은 전부 가명입니다.



내가 싸이코패스는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도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함께 했던 시간을 돌이켜 보았다. 코로나 이후, 갖가지 이유로 명절을 함께 보내지 못했지만, 그 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외갓집은 전라도 한 시골 마을에 있었다. 마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가장 가까운 이웃집에 가려면 족히 10분은 걸어야 하는 그런 깡촌. 7년 전 그 이웃집엔 시골에서 보기 드문 중학생 형이 있었다. 12촌이었는지 13촌이었는지. ‘촌’이란 글자 앞 그런 큰 숫자는 굉장히 낯설었지만, 그 형, 태양이 형과는 그런 관계였다.

태양이 형과 사촌 동생과 나, 그리고 내 직계 동생은 음력 1월과 9월 항상 함께였다.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옥수수도 따 오고, 형이 다니는 학교를 한 시간 걸려 걷기도 하고.(우리 엄마도 그 학교에 다녔었다고 한다.)

하루는 사촌 동생, 서빈이가 토끼를 잡아 왔다. 실수로 놓쳐 도망갈 때는 태양이 형이 몰던 경운기보다 빨랐는데, 그놈을 어떻게 잡았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서빈이가 잡아온 토끼를 보곤 할아버지는 닭장 옆에 조그마한 토끼장을 지어놓으셨다. 매년 명절마다 그 토끼장 속 토끼들은 그 수를 불려갔다.

2024년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서빈이는 올 해 3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여서, 공휴일인 5월 5일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보통은 이모가 데려다 주었지만 그 날은 갈등을 빚은 직후라서 집에 혼자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서빈이는 고양이 사료를 주고, 빨래를 돌리고, 목욕을 했다. 목욕을 하려 했다. 발을 헛디뎌 넘어진다. 세상이 뒤집힌다. 머리가 부딪힌다. 세상이 어두워진다.

  병원에 다녀온 어머니가 울면서 말씀하셨다.

“뇌사라더라. 절차 후에 장기 기증 할 거래.”

슬프진 않았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었을 땐 슬프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안쓰럽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방에 들어가 혼자 생각했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내가 싸이코패스는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도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시 하루가 지나고 어머니께 물었다.

“이모는 괜찮으시대?”

어머니가 대답했다.

“괜찮다고는 하는데, 계속 울더라고. 괜찮을 수가 없지. 네 이모랑 이모부가 광주에서 직판장 하시거든? 그런데 일하면서 슬픈 내색 안 하려고 하는게, 그게 너무 안타까워.”

어머니의 눈시울이 다시금 불거졌다.

“할아버지 충격 받으실까봐 말씀 드리는거 미루다가 어제 말씀 드렸어. 그랬더니 서빈이가 토끼 잡아와서 만든 토끼장 있잖아. 거기서, 거기서 계속 울고...”

그제서야 내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러곤 생각나는 것은, 국어시간에 배운 접동새. 산 접동새.









주변인이 떠나가는 걸 처음 겪는데, 정말 슬프네요. 맘 편히 털어놓을 곳 없어 익명으로 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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