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프피녀임.

사춘기에 처음 검사했을땐 인팁이었는데 그 이후론 줄곧 인프피임.

T45:F55 비율이라 좀 싸가지 없는 인프피라고 봄.

1.

둘 다 이십대 초반이고 5년 정도 알고 지내면서 일년에 4-5번 정도만 만나는 편한 친구 사이였다가 갑자기 내가 관심을가지게됨.

‘얘랑 사귀면 즐겁고 편안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꼬셔야겠다 싶어서 데이트 코스로 한번 놀고 다음엔 집으로 불러서 놀다가 바로 고백함.

이 과정이 딱 3주 걸림. 썸 하나도 안탔음. 그냥 사귀고 싶어서 고백 갈긴거임.

인프제남친은 고백공격에 당황해서 바로 도망감 그리고 이틀간 아무말 없이 고민하다가 받아줌

인프제 꼬시려면 들이대야 한다더니 인프제인거 몰랐었는데 내 방식이 잘 먹힌듯.

그리고 연애 엄청 신중하게 한다는것도 맞는듯 내가 첫연애고 첫사랑이래.

2.

생각보다 더 계획적임.

같이 놀다가 피곤해져서 잠시만 쉬자고 하면 30분 알람 맞춰두고 알람 울리면 바로 일어남.

뭔갈 미루는 걸 본 적이 없음. 어쩌다 미뤄도 그 날 안에 끝냄.

계획 바뀌는거에 엄청 스트레스 받음.

데이트 하다가 도착한 식당이 생각보다 별로라서 다른 곳으로 가기로함.

나는 별 생각 없이 근처에 제일 가까운데 갈까? 아님 걸어다니다가 아무데나 들어갈까? 하고 물어보는데

인프제 남친은 엄청 당황해서 정신 없는게 보이고 핸드폰으로 다른 식당 찾을 때까지 진정을 못함. 그리고 나한테 사과까지함.

나는 살면서 한번도 이런 일로 스트레스 받아본 적 없어서 정말 신기했음. 

3.

도덕관념이 비슷함

내가 생각하기에 인프제 인프피 공통점이 겉으론 순하고 잘 받아주는거 같은데 사실은 고집 존나 쎄다는거임

근데 그게제일 심한게 자기 가치관 특히 도덕관념인거 같음.

나는 어떤 사람이 내 기준으로 부도덕한 행동을 하면 바로 정 떨어지고 주변에 있는 것 자체를 못견딤.

나한테 아무 피해가 없고 오히려 나한테 잘하는 사람이면 더 소름끼침

남친도 평소에 예의바른거 상식적인거 친절하진 않아도 무례하지 않은거에 신경 많이 써서 편안함.

근데 또 다른게 나는 도덕성에 결함 있어보이면 바로 경멸하게됨 그걸 숨기려고 해도 티가 난다면 인프제남친은 속으로 손절치고 겉으론 티를 안내는거임.

이게 남친처럼 하는게 맞는건데 난 티가 남... 이런거 말고도 사회성 면으로 많이 배우려고함. 

4. 

생각보다 복잡한 성격임.

그냥 친구일땐 뭐든지 무던한 성격인줄 알았음.

근데 사귀면서 보니 생각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보고 감수성도 풍부하고 예민하더라. 

예민하고 감성적이니깐 그때 기분에 잘 맞춰주고 싶은데

나는 인프피답게 자기중심적이라 나 말곤 관심도 없고 관심 가질 생각도 안해서 눈치가 더럽게 없음.

내가 오래 생각하면 감정 컨트롤을 못하고 안그러려고 해도 결국 휘둘리니깐 뭐든 깊게 생각을 안하려고 함.

암튼 본성은 지 밖에 모르는 예민지랄충인데 바운더리 바깥은 극도로 무관심하게 살아서 오히려 단순한 성격인거임.

근데 연애 초반에 남친은 날 너무 배려해서 눈치를 엄청 봤음.

내가 마음 상할까봐 서운하거나 불편한 것도 말을 못했음.

나는 눈치가 더럽게 없긴 해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니깐 신경은 쓰이는데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음.

안그래도 없는 눈치를 내 기준으로만 눈치보면서 헛다리 짚는 내 마음도 답답하고 남친도 내가 한번에 못알아줘서 답답했을거임.

결국 나는 웬만하면 다 괜찮고 싫은 건 싫다고 꼭 말하니깐 내가 아무 말 안하면 걱정 안해도 된다고

혹시라도 상처 받아도 알아서 풀 수 있다고 나는 눈치가 없어서 말 안해주면 절대 모른다고 일일히 말해주기 귀찮겠지만 부탁이니깐 해달라고 여러번 말하고 나서 좀 편안하게 말함.

근데 아직도 가끔 상태 안좋은거 같은데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답 안하고 어물쩡 넘어가다가 한시간쯤 채근하면 사실은… 하면서 말해줌

내 걱정이었으면 별거도 아닌걸로 왜 신경을 쓰지? 아무일 아니라 다행이다 싶고

내가 서운하게 한거면 미안해서 반성하고 눈물 터짐 그럼 남친도 울먹울먹함. 이렇게 같이 눈물파티 한번 하고 해결함

반대로 내가 서운한 일이 있으면 나는 바로 티가 나는것도 있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곧장 말하는데

그럼 남친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함. 나도 고작 그런 일로 당황하게 한게 미안해짐

근데 이런 일이 자주 있던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딱 두 번 있었음.

감정 상했던 적 없고 언성 높이며 싸운 적도 없음 다 잘해결해서 만족스러움. 

5.

취향이 굉장히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함.

서로 같은거 좋아하니깐 뭐든 같이하면 다 재밌음.

그 중에서 우린 만화를 좋아함.

그래서 서로 추천해주고 보고 감상 말하거나 아님 새로운 만화 볼 때는 같이 나란히 누워서 읽고 감동적인 장면 나오면 같이 흥분해서 이불 펑펑 차고 뒹굴고 그럼.

둘 다 게임도 좋아하는데 이것만 취향이 다름.

나는 게임을 하면 이겨야 재밌는 빡겜러인데 남친은 그냥 즐겜러라서 같이 게임만 안함

6.

인프제랑 인프피 안맞는다는 말이 많던데 일단 나는 이 관계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음.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음. 항상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임.

좋은 관계가 있고 의지할 사람이 있으니까 내 감정 컨트롤하기도 쉽고 얘랑 사귄 뒤로 일상의 행복도가 급상승한 느낌임.

내가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것도 있고 성숙하고 배울 점도 많아서 사귄 뒤로 항상 감사하고 있음.

일단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것 자체로 이미 만족했고 고마운데 잘해주기까지 하니깐 더 바랄게 없음.

좋은 사람 놓치고싶지 않단 마음에 멋져보이려고 내 인생도 더 열심히 살게 됨.

매일 전화할 때마다 고마워랑 좋아해란 말을 빼놓지 않고 함. 행복함. 소울메이트가 이런건가 싶음.

자랑하고 싶어서 썼다. 다들 행복하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