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링크

“ 야박한데~ 그럼 류쥬 회계라고 불러도 될까? “

“ 그러니까.. 회계도 안 한다고!! 그만 찾아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소녀의 이름이 ‘류쥬 모모’라는 것을 알게 된 시로가네, 그런 그에게 아까 들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 지정 조직폭력배의 딸이라니.. 어째서 저런 사람이 슈치인에.. 」

‘ 류쥬.. 류쥬구미..?!? ‘

류주구미는 현재 일본에서 유명 야쿠자 조직의 이름으로 일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정 폭력단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수장의 딸은 이렇게 번듯하게 슈치인 학원을 쭉 다녀오고 있었으니, 그들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과는 별개로 시로가네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바로 어제, 류쥬 모모와 한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팬티!?!? 」

「 계속 뻔히 쳐다볼 거야? 그건 좀 곤란한데 」

‘ 야쿠자 두목을 성희롱해 버리다니!! 살해 당할거야.. 아버지, 미안해 나 복수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

“ 그럼! 류쥬 회계, 내일부터 학생회에서 보는 거로 알게! “

류주 모모의 살벌한 눈빛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장은 여전히 태연하게, 아니 능글맞은 웃음을 유지한 채였다.

‘ 역시 슈치인의 학생회장이라는 건가.. 조직폭력배 앞에서도 저렇게 당당하다니 대단하지만.. 여전히 귀찮은 사람이군.. ‘

“ 그러니까!! 나는 안 간다고 했잖아!! 귀찮게 굴면 죽여버린다!! “

하지만 반대쪽 역시 만만치 않았다.

‘ 죽..죽여? 역시 조직폭력배의 딸이다 이건가.. ‘

“ 헤에~ 그럴 것 같아 보이진 않는 걸? “

그렇게 반문하는 회장의 눈에 쭈뼛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시로가네가 보이자, 그는 마치 먹잇감을 낚아채는 뱀처럼 뛰어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탁 치며 말했다.

“ 여어~ 미유키 서무! 덕분에 류쥬 회계를 찾을 수 있었다구! “

그 말을 들은 시로가네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을 밀고자로 만들어 버리다니.. 다행히 류쥬 모모와는 등을 진 채지만 조직폭력배의 딸이었기에

‘ 슈치인 학교..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나..? ‘

――――――――――――――――――――――――

한바탕 실랑이가 끝난 후, 두 남자는 옥상을 빠져나왔다.

“ 이야~ 역시 류쥬.. 쉽지 않아 죽는 줄 알았어~ 그렇지 미유키군? “

옥상 문을 닫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듯 본인과 어깨동무하는 학생회장, 그런 그를 바라보며 시로가네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 이 사람..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

생각해보면 혼원으로 학생들에게 배척 받는 자신과 폭력 조직인 류쥬의 딸, 이 슈치인에서는 결코 친해져서 득 볼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학생회장은 어째서..

“ 표정을 보니.. 저 사람 왜 저러고 있나? 싶은 걸까나~? “

그렇게 말한 학생회장은 옥상 계단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의 눈짓에 시로가네는 그와 살짝 거리를 두고 옆에 엉거주춤 앉았다.

“ 그야.. 잘 모르는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으니까요. “

“ 아하하하!! “

시로가네의 말에 회장은 가볍게 폭소를 터뜨렸다.

“ 뭡니까, 무안하게.. “

갑작스러운 회장의 웃음에 살짝 뾰루퉁해진 시로가네였다.

“ 미안 미안~ 예전에 미유키군과 똑 같은 말을 했던 사람이 떠올라서 말이야~ “

회장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그가 뭔가 그리워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잠시, 회장이 마저 말을 이어 나갔다.

“ 그래서, 그 사람이 뭐라고 했게~? “

다시 이전의 회장으로 돌아온 말투, 장난기가 가득하면서도 어쩐지 말 사이사이 진의를 섞어 내뱉는 타입.

“ 모르겠습니다. “

“ 미유키군, 너무 단호한걸?, 뭐, 소년물에 나올법한 뻔한 답변이야~ 그 사람이 그랬거든 “

“ 「누구나 그렇지 않아, 좋은 사람은 의외로 많다는 걸 난 알아!!」라고 말이야 “

“ 우와~ 설마 본인이 좋은 사람이라는 겁니까? “

그 말을 들은 회장이 한번 더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 미유키 군, 농담도 할 줄 알았구나? 뭐, 내가 아무리 뻔뻔해 보여도 그 정돈 아니거든~ 다만.. “

“ 다만..? “

“ 이제야 깨닫는 거지만 말이야, 나도 좋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왔거든 이번엔 내 차례라는 거지. “

그렇게 말하는 학생회장의 어깨 아래로 순금 견식줄이 황금빛을 내며 반짝였다. 시로가네는 그런 학생회장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 뭐야~ 그렇게 뻔히 쳐다보면 좀 부끄러운데, 방금 대사, 아무래도 좀 멋있었지? “

이 사람에게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이 분하지만, 실제로 방금의 회장이 멋있다고 느낀 시로가네였기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 흐음.. 저번에 시로가네 군이 그랬지? 시노미야 카구야의 곁에 설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고 “

화아악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앞에서 내뱉었던 본인의 흑역사가 떠오른 시로가네의 얼굴이 빨개졌다.

“ 학생회, 정말로 해보지 않을래? 너 말대로 생각보다 슈치인은 귀찮은 곳이거든, 하지만 학생회에 들어온다면 적어도 면전에서 시로가네 군을 험담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

어느새 회장의 얼굴은 진지해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능글능글거리던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 이런 저라도 될 수 있을까요..? “

“ 물론이지.. 학생회 임원은 학생회장의.. “

“ 저, 꼭 학생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모두의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

딩~동~댕~동♬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시로가네의 말은 모두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시로가네는 속으로 다짐했다.

‘ 당신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요. ‘

“ 좋아! 이제 서무는 찾았고, 남은 건 회계 담당인가, 자 일어날까? 내일 또 이야기 해보자구 “

――――――――――――――――――――――――

끼이이익,

옥상 문 건너편 계단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시로가네와 회장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소녀가 옥상에서 나왔다.

“ 젠장.. 저 바보들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갔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