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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깻잎

다혜왕박폭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5 22:04:59
조회 483 추천 12 댓글 14
														


[시리즈] 단편2
· [단편] P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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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이거 왜 이렇게 안 떼져...”


“아, 제가 떼드릴게요!”


낑낑대며 젓가락질을 하던 원석의 젓가락 위에 겹쳐지는 다혜의 젓가락.


그 순간 성현의 표정이 잠시 싸하게 식는다.



“....”


“이야... 깻잎이 무슨 접착력이 이렇게 좋대? 고마워요 다혜씨.”


“아니에요~. 저도 마침 밥 위에 깻잎 올려서 먹고 싶었거든요.”


“맛있죠? 깻잎무침. 이게 진짜 별미라니까.”


화기애애하게 다혜와 원석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성현은 굳은 표정으로 밥만 우물우물 씹는다.



“..아, ...현아?”


“..어? 뭐라고 다혜야?”


“성현이 너도 혹시 깻잎무침 좋아해?”


고개를 갸웃하며 성현을 빤히 쳐다보는 다혜.


하지만 다혜의 표정은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보는 듯하다.



성현은 꿀꿀한 기분을 애써 숨기며 “아냐, 나 깻잎무침 별로 안 좋아해. 너 많이 먹어.”


라고 대답하며 깻잎무침 접시를 다혜 쪽으로 밀어주고, 


다시 밥을 한 숟갈 뜨더니 된장찌개에 푹 적셔 우물우물 씹는다.


그 모습을 본 다혜는 다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신도 밥을 한 숟갈 떠 입에 넣는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 집으로 가는 길.


다혜는 식당 밖으로 나오자마자 몸을 부르르 떨며 “으으으...! 추워어.. 자판기 커피라도 하나 뽑아와야 하나아...”라고 중얼거리지만,


이미 성현은 다혜의 곁을 떠난 채 발걸음을 옮겨 저 앞에서 걷고 있다.


그리고 성현을 발견하자마자 바삐 발걸음을 옮겨 쫓아가는 다혜.


마치 부모오리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새끼오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야아아~! 권성현, 왜 이렇게 빨리 가아... 길 잃어버리는 줄 알았네..”


“...어차피 집 근처 식당인데 뭐.”


“그건 그래도! 같이 가야지! 너 혼자 먼저 가버리면 너도 나도 혼자 쓸쓸하게 집 가야 하잖아!”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는 성현을 흘겨보며 투덜대는 다혜.


하지만 돌아오는 성현의 대답은 평소 같지 않다.



“나는 혼자 집 가도 괜찮은데.”


“야아, 그게 또 무슨 소리야?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그래. 넌.”


다혜가 슬쩍 성현의 눈치를 보더니, 갑자기 성현의 팔짱을 끼며


“아 추워어.. 권성현, 나 팔짱 좀 빌린다? 괜찮지?”


“...그러든가.”



‘뭔가 이상하다.’


다혜가 드디어 떠올린 한 마디는 바로 그것이었다.


‘성현이가 이상해졌다.’, ‘성현이가 무뚝뚝하다.’, ‘성현이가 차갑다.’


이후로도 떠오르는 몇 마디에 다혜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걸음을 멈추더니 우물쭈물거리며 입을 오물댄다.



“저... 저어.. 성현아아...”


“왜 다혜야.”


여전히 무뚝뚝한 성현의 태도, 다혜는 저도 모르게 말 대신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흐윽... 흐으윽.. 흐아아앙...”


“다, 다혜야? 다혜야?! 갑자기 왜 그래?”



성현이 화들짝 놀라 다혜의 양 볼을 잡고 눈물을 닦아주지만,


다혜의 눈물을 흐를 기색이 없이 계속 똑똑 바닥을 두드린다.


“내, 내가아... 내가 뭐... 잘못했어? 뭐, 뭔지는, 뭔지는 모르겠지마안... 흐으윽...”


“아, 아니, 아냐. 아니야 다혜야.. 너가 잘못하기는 뭐 잘못해애.. 그냥 내가...”


“또, 또오... 또 말 안해주고, 숨기려고 그러고오... 나 진짜 무서, 무서워어... 으아앙..”


안절부절하는 성현이었지만, 무엇을 달리 해줄 수 있었을까.


그저 다혜를 품에 안고서 등을 토닥일 뿐이었다.



촉촉하게 젖어가는 성현의 가슴팍 옷자락.


하지만 젖어가는 것은 그 뿐만 아니라 성현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그저 다혜가 원석의 깻잎을 떼 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인데,


그러면서도 오히려 그 정도로 질투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심란함을 너무 밖으로 티내고, 자기만의 고민에 갖혀있느라 다혜를 울려버린 것이다.


성현은 여기서 또 다시 한번 자괴감이 들어, 결국 다혜에게 소리치고 만다!



“나 사실! 깻잎 엄청 좋아해!!”


그 순간, 우느라 바들바들 떨던 다혜의 얼굴이 움직임을 멈추고.


다혜가 충혈된 눈으로 성현을 바라본다.


“그게... 그게 무슨 소리야..? 깻잎..?”



성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다혜의 등을 토닥이며 입을 연다.


“사실... 아까 식당에서 다혜 네가 원석이형 깻잎 떼준거.. 그게 너무 질투가 났어.”


“그게 왜애... 그게 왜 질투가 나는데에... 떼줄 수도 있지이...”


“그치, 근데, 근데에... 하아.. 그냥 뭐랄까.. 다혜 네 침이 묻어있는 그 젓가락으로 원석이형 젓가랑이랑 닿으니까...”


“진짜 그게 뭔 개소리야 병신아아...!”



방금 전까지 울던 것이 고작 깻잎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다혜는,


속상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성현의 가슴팍을 마구 두들기기 시작하고.


성현은 그런 다혜의 주먹을 그대로 맞으며 다혜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나느은... 네가 나한테 화난 줄 알고..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하냐아..?”


“미안해 다혜야... 근데..”


“근데 뭐...”


“앞으로 내 앞에서 다른 사람 깻잎 떼주지 마.”



‘빠악.’


그 순간 성현의 가슴팍을 덮치는 다혜의 머리.


그러고는 다혜가 나지막히 속삭인다.


“앞으로는 너한테만 떼줄 테니까 쌀쌀맞게 굴지 마. 이 바보곰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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