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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희] 사랑과 평화를 위하여 (4)

너랑있으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2 23:44:05
조회 334 추천 1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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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틀어주세요! [오른쪽 클릭해서 연속 재생하시면 계속 나와요.]




금요일 오후부터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는 분명히 오늘은 맑은 날씨라고 장담을 했었는데 역시 믿을게 못 된다.

나는 황급히 배달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도 적당히 와야 맞아가면서 하는 거지.


"아직 3시간 정도 남았네."


샤워한 뒤 침대에 누워 시간을 확인했다.

비도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오늘은 누나 차로 마중을 나가야 할 것 같다.


"응?"

휴대폰 화면 상단에 인스타 알림이 하나 와있었다.

누나가 태그했나?

아무런 의심 없이 인스타에 접속했다.


"엥?"


팔로우 신청이었다.

누나 말고는 받아 본 적이 없는 팔로우 신청.


"라떼네?"


신청자는 바로 라떼였다.

음... 주희누나 딱 한 명만 있는게 더 좋긴 한데 안 받았다간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니 일단 수락하자.


[No Pain No Fail]


신청 수락을 누르자마자 전화가 왔다.

라떼였다.


"여보세요?"
"야 씹덕! 너 인스타를 만들었으면 팔로우 신청을 해야할거 아니야! 내가 하게 만들어? 내 팬들이 보면 기겁할거다 진짜."


까칠한 고양이 마냥 소리치는 라떼.


"나... 나는 당연히 너 배우기도 하고 유명하니까 안 받아줄 줄 알았지."

"장난하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널 왜 안 받아?"
"어... 그래 미안."


사람들은 라떼의 이런 모습을 알까?

보더라도 연기인 줄 알겠지.


"아무튼! 오늘 준비해. 언니한테는 말해놨으니까."

"뭘?"
"아오 답답아! 내가 준비하라면 뭐겠어? 술 말이야! 술!"


그렇다.

나와 주희누나 그리고 라떼는 주기적으로 만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근래 들어 라떼의 인기가 하늘 무서운 줄을 모르고 치솟았고 그러다 보니 바깥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가 없었다.


"아... 알았어. 비도 오는데 막걸리 어때?"
"막걸리? 그거 좋네! 사이다도 같이 사."

"알았어."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부터 이곳이 아지트가 되었다.

모이는 날은 딱히 정하진 않았다.

라떼가 모이자면 모이는 거였다.

나와 주희누나는 맨날 보니까.

라떼와의 전화를 끝내고 술을 사왔다.

막걸리 8병이면 먹고도 남겠지?


"슬슬 출발할까?"


누나 집으로 가서 차를 끌고 가려면 평소보다는 일찍 출발해야했다.

나는 우산과 외투를 챙긴 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택시는 사치여 사치!


[세월이 가면~]


유환희의 크레파스 최신화가 방영된 이후 나는 한 영상을 계속 틀고 다녔다.

그건 바로 내가 노래를 불렀던 영상.

영상의 제목은 '금장훈 관객 레전드'

내 노래 실력에 대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내가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 영상의 댓글을 보고 나서는 확신이 들었다.


-첫 번째 남자 개웃김 ㅋㅋ

-두 번째 관객도 잘하시긴 하는데 세 번째 분이 진짜 잘 하시는 듯.

-세 번째분이 깔끔하게 잘하신다.


사람들이 뭘 좀 아는군.


-그런데 세 번째 남자 옆에 여성분 진짜 이쁘시다.

-마지막에 나온 여자 연예인이냐?

-저 남자 전생에 거북선 조타수 정도는 됐다 ㄹㅇ


영상 댓글의 절반은 주희누나의 외모를 보고 감탄하는 내용들이었다.

당연하지 누구 여자친구신데.


"누나!"

"현수야 비도 오는데 고생했어. 늘 고마워~"

"천리길이라도 달려가야지 헤헤"


늘 봐도 설레고 매일 봐도 두근거린다.

이렇게 행복할 자격이 있나싶다.

그냥 즐기자! 이 행복!


"라떼한테 연락받았어?"

"응, 막걸리로 준비 해뒀어."
"오~ 비오니까 막걸리? 센스있어 내 남친~"
"고럼!"


우중충한 날씨와는 상반되는 누나의 밝은 미소.

아아 이게 션샤인! 광명! 은총!

자취방에 도착한 뒤 누나는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우리 편한 옷들 각자 집에 좀 놔둘까?'


연애 초기에 누나가 제안했다.

각자의 집에 놀러갔을때 편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며.


"라떼 8시쯤 온다고 했으니까 좀 쉬고 있을까?"

"크흠!"


평범한 분홍색 티셔츠에 검은색 돌핀 팬츠.

그런 누나를 보고 있자니 헛기침이 나왔다.

덥다... 비가 와서 습도가 높은가 보네.


"피곤한데 우리 누워있자."


그때 옆으로 다가온 주희누나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침대로 끌어들였다.

주희누나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내 샴푸 향기가 이렇게 좋았던가?


"어..."


주희누나는 홍조를 띈채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아직 한 시간은 남았으니...

나는 자연스럽게 입술을 포개며 누나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띠리릭- 쾅!


"야 씹덕! 누님 오셨다!"


그때 문을 벌컥 열고 행차하신 라떼.

나와 누나는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엑?"


그 모습을 본 라떼는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지더니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 그런건 나 없을 때 하라고!"

없을 때 했습니다만...


"와... 왔어?"

누나는 황급히 입을 닦으며 라떼를 반겼다.

정적.

우리 셋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서있었다.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머... 먹자! 술 꺼내올게."

"그... 그래! 라떼도 오늘 수고했어."

"어... 언니! 그... 막걸리! 막걸리 마신다길래 파전 사 왔어."


아하하...

우리는 어색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술이 들어가고 나니 어색했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풀려나갔다.

예전 그림을 그린다고 샀었던 태블릿 PC로 노래를 틀었다.

좋은 노래와 함께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니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이게 풍류지.


"라떼야 현수 티비나왔다?"


주희누나가 싱긋 웃으며 라떼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라떼는 뭐?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은 표정을 지으며 입속에 있던 파전을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로 꿀꺽 삼켰다.


"뭐? 야 씹덕! 너 무슨 사고 쳤어? 뉴스 나온 거지 너!"

라떼는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을 하며 나에게 소리쳤다.

아니 이 사람아 나를 뭐로 보고...

누나는 태블릿 PC로 그 영상을 틀었다.

몇 번이나 돌려본 내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다.


"오...?"


라떼는 영상과 나를 번갈아 가며 보더니 작은 감탄사를 지어냈다.


"씹덕 노래 좀 하네? 나는 너 일본 노래 같은 거만 부를 줄?"
"뭐... 뭐래!"

"킥킥! 주희 언니 표정 봐! 푹 빠졌네."


라떼는 영상에 나오는 주희누나를 보며 깔깔 웃었다.

주희누나는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혔다.

아아 귀여워!


"나도 현수가 노래 이렇게 잘할 줄 몰랐거든."

"그럼 나중에 노래방도 가자! 오늘은 비오니까 좀 그렇고."


라떼도 노래를 꽤나 자신 있어 하는 듯했다.

생각해보니 최근 출연한 드라마의 OST 하나를 불렀다고 했던가?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술자리는 이어져갔다.


"아니 그 배우 있지? 엄청나게 껄떡거려~ 생기다가 말았으면서."


라떼는 어느 정도 취했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라떼는 항상 취기가 오르면 그동안 쌓인 일들을 누나와 나에게 말했다.

최근에는 같이 드라마를 촬영한 주연 배우가 자신에게 계속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야 씹덕! 술 떨어졌잖아."


라떼는 빈 병을 흔들거리며 나에게 소리쳤다.

셋이서 결국 막걸리 8병을 비웠다.

다음엔 더 사야겠구나...


"난 언니랑 걸즈토크 하고 있을거니까 빨랑 갔다와~"

"알았어."

어차피 비도 오고 늦은 시간인데 내가 가는게 맞지 뭐.

나는 외투와 우산을 챙긴 뒤 집 밖으로 나섰다.





"언니. 요즘 행복해?"

라떼는 천장을 바라보며 읊조리듯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주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언제나 날 생각해주고, 챙겨주려 하고, 의지도 되는...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인걸. 행복하지 않을리가 없지."

"..."


주희의 진심 어린 말에 라떼는 말 없이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했다.

주희도 잔을 들어 라떼의 잔에 부딪혔다.


"언니가 지금 행복한 거 보니까 나도 행복해지네. 그리고 만약에 혹시라도 씹덕이 울리거나 싸우면 말해? 내가 바로 조치 들어갈테니까."

"헤헤 그래. 우리 라떼만 믿을게?"





"비가 그치질 않냐."


술을 잔뜩 사 온 나는 우산을 털어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주희누나와 라떼는 크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거지? 나도 끼워줘!


"야 씹덕! 왜 이렇게 늦은거야? 술 만들다 왔냐?"

"네네, 양조장 가서 직접 만들어 오느라 늦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잔뜩 취한 라떼는 침대에 널브러진 채 우렁차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주희누나도 라떼 옆에 누워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었다.

탱크 옆에서 잘 수 있다니 누나는 역시 대단해.

나는 의자에 걸터 앉아 멍하니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에휴 나도 자야겠다."


이런 일을 대비해 예비용 침구류를 준비해뒀다.

나는 대충 바닥에 이불을 편 뒤 자리에 누웠다.

그렇게 행복한 밤은 조용히 흘러갔다.


"현수야... 자?"
"으음...?"

날 깨우는 달콤한 소리에 눈을 뜨니 눈 앞에 주희누나가 누워있었다.


"이대로 잘거야...?"
"어?"

누나는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애가 타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이 확 깼다.

예전 생각나네.


쪽-


나는 누나의 허리에 팔을 감으며 입을 맞췄다.

방에는 우렁찬 코골이 소리와 우리의 입맞춤 소리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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