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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희] 누군가앱에서 작성

DKsou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4 22:05:18
조회 269 추천 1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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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려오는 시퍼런 창밖을 보자 당연하다는 듯 떠올랐다.



누군가가 들려준 노래.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생김새는 기억나지 않고, 그가 들려준 노래 제목과 가사만 생각나는.



중대한 일을 잊어버린 듯한 찝찝함이 불쾌한 습도와 함께 호흡기로 들어왔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불쾌했다.



무엇이길래, 그가 내게 무엇이었길래 이런 감정을 남기고 갔을까.



잊지 말자고 분명히 말했으면서, 그 잊지 말자는 다짐만 남긴 채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건 왜일까.



왜, 돌아오지 않은 걸까.



오랜만에 숨이 막혔다. 어딘가 익숙했지만 단 한 번도 똑바로 마주한 적 없는 감정이었다.



죽었다. 죽은 걸까. 정말로 죽었을까.



결국 나도 나 자신을 위해서 그 사람을 잊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자, 그제야 억눌러왔던 죄책감이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죽었어. 너를 그리면서 죽었어. 그런데 너는 그와 나눈 마지막 약속도 잊었어. 그와 나눈 추억, 그의 이름마저.



지독하게 눈물이 났다. 이제 와서 깨닫다니. 그였다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꼭 언젠가 나를 찾았을 텐데.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찾지 않았다.



그것이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잡히지도 않고 잡을 방법도 없는, 이미 출발한 지 한참이나 된 버스 정류장에 홀로 남겨진 기분.



옆자리에 누군가 앉은 듯, 현수가 말했다.



“누나… 울었어요?”



졸린 눈을 비비며 갓 잠에서 깬, 어쩌면 그 사람과 비슷한 남자 사람.



분명 따뜻하고 상냥한 면까지 닮았다.



다른 점은, 그는 내게 누군가가 아니라는 것.



“왜요… 나 여기 있어요. 누나가 울면 저도 슬프잖아요.”



눈물을 그치라며 다독이는 그를 꼭 안아버리고 싶었다. 나는 바로 몸을 움직였다.



“누, 누나…?”



“너는… 어디 안 갈 거지…?”



잊지 않겠다는 말은 못 하고, 불안감에 휩싸여서 떠나지 말아 달라는 말만 하다니.



“걱정 마요. 어디 안 가. 누나 옆에 꼭 붙어있을 테니까…”



비겁하게 위로의 말만 들으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그이의 몸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나의 체향을 그에게 온전히 옮기고 싶었다.



과거를 돌아볼 용기 따위는 없었다. 그저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뿐. 나는 여전히 겁쟁이인 것이다.



“나… 혼나야 할 거 같아.”



“그게 뭐예요… 괜찮아. 누나는 잘못 없어요.”



“나, 널 두고 다른 사람 생각을 해버렸어.”



“그래서요? 나 버리고 그 사람한테 갈려고?”



“아니… 이젠… 못 가.”



현수는 가만히 있더니,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누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에요. 다 지나간 일도 괜히 마음에 담아두고.”



“미안… 갑자기 믿기지가 않아서 그랬어. 내가 알던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없다는 게, 참을 수 없이 무서워서…”



“…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분도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해 줘서 감사해 하셨을 거예요.”



남자 앞에서 다른 남자 이야기를 하는데도 화 한번 내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나도, 그의 태도 덕분에 확실히 구분이 갔다.



“불편하지 않아? 이런 얘기…”



“그러게요. 누나가 믿음직스러운 덕분 아닐까요?”



이렇게나, 이렇게나 다정한데.



시선을 따로 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이런 남자친구를 둔 채로. 그게 우정이든 뭐든.



답은 없다. 어쨌든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야 한다.



내 최선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을 지키는 것. 그리고 지금은 내겐 ‘누군가’로 남은 당신과의 흔적을 기억하는 것.



어디쯤일까? 내 기억 저편으로부터 여기, 이곳까지는.



이름도 음성도 잃어버렸지만, 아직 갖고 갈 노래 한 곡은 지니고 있다. 이것 또한 먼 길을 걷는 도중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무리 소중히 여기더라도, 내겐 더욱 소중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연인이 있으니.



만약 그가 살아있다면, 그 또한 나를 ‘누군가’로만 기억하길 바랐다.





-

• 조금 열심히 힘내서 써봤는데 제시간 안에서의 분량은 여전히 형편없네요.. 더 많이 쓰는 거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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