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둘러보고 몇가지 이야기 거리가 생각나서 써본다.

각종 개드립과 뇌피셜이 있으니 주의 하고.

1. 그 무엇도 얻지 못한 디스트로이어

소중한 기억을 지키기 위해 구사일생의 위기를 극복한 두 인형과 달리,

디스트로이어는 오늘도 여전히 죽는다. 이름을 디아볼로로 갈아치워도 될 정도로.

이전 스토리보다 더 심각한 것은 디스로리는 아마 이번 이벤트의 기억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메이의 불시착 때의 폭발로 기지를 날려먹은 것도,

그 메이가 첫번째 인간 친구가 되어 준 것도,

도저히 다른 철혈 간부에게 보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1-2에서 디스로리가 스스로 이번 일은 엘더브레인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진행했다고 인정했었다. 즉 디스로리는 이번 일의 공로를 독차지할 생각이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아마 메이가 기지를 날려버린 때 부터 2-1에서 폭주하고 2-2에서 쓰러질 때까지 다른 철혈 간부에게 보고하거나 마인드 맵을 백업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철혈 간부와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닌 대등한 입장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그것도 이왕이면 인간인 친구를 원한 것일 수도 있는 디스트로이어는

어쩌면 자신에게 인간 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커다란 공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결국 영문도 모른채 기지가 날라가고 덤으로 대량의 자원이 소모된 상황을 다른 철혈 간부에게 어떻해 해석해야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 생긴 인간 친구에게 버림받은 기억을 잃은 건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디스로리의 첫 번째 인간 친구가 되어줄 예정인 시키칸들에게는 말이지.

2. 전술 인형 설계의 비밀?

이번 콜라보 이벤트에서 외형과 인격의 정보만 제공하면 해당 본인과 판박이인 인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 졌다.

게다가 이런 외형 및 인격 정보들이 모두 그리폰 DB에 존재한 다는 건데. 어쩌면 다른 인형들도 이렇게 외형과 인격의 정보를 제공한 모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어떤 인형들은 수준급의 요리를 할 줄 아는데, 어떤 인형들은 요리만 하면 폭발할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지.

총기 다루는 방법처럼 해당 지식을 그냥 머리에 입력하면 되는 것인데도 말이지.

아마 M4A1같은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면, 그리폰은 인형의 인격 모듈을 본인 혹은 타인의 의향대로 수정해 주거나, 마인드 맵에 발생한 손상도 복구해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네게브 같은 PTSD를 앓고 있는 인형도 존재하는 거고.

인격체로 대해주는 만큼 자신의 정신적 성장도 스스로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덤으로 콜라보 전술 요정은 이번 이벤트에서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을 본따서 만든 것인데. 이건 아마 테레사가 갖고 있는 정보만으로는 그들을 본딴 인형을 만들기에는 부족해서 요정으로 만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3. 물리를 못하는 벡터와 수학을 못하는 57?

아무리 그래도 첨단 AI기술의 산물인데, 작전 실행에 필요한 상황 측정 및 연산을 못할까?

인격 모듈 자체가 "사칙연산도 못하는 바보"로 설정되지 않은 이상은.

벡터는 그저 불확정성의 원리를 비롯한 양자역학의 지식이 부족한 거고.

그래서 파세한테 "그럼 너는 페르마의 대정리라도 증명할 수 있나 보지?" 같은 느낌으로 카운터 친 것이다.

뭐 파세는 FN소대가 이세계 전담반이 된 이후로 어느정도 양자역학의 지식을 배운 것 같지만.

여기서 문제, "인간" 지휘관이 붕괴 에너지를 "관측"해 그 개념을 "인식"할 경우 붕괴 에너지를 이 세계에 까지 확산시켜 돌이킬 수 없는 결과(세계 붕괴)가 될 수 있어 작전에서 뺐다고 하는데.

그럼 전술 인형들은 괜찮다는 말인가? 그들은 "관측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쉐르딩거의 고양이처럼, 자신의 생사가 걸린 문제조차 스스로 관측을 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인형이 과연 "생물"인지 "무생물"인지의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생물인 고양이가 관측자가 될 수 있는지 이 게임에서 정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쩜 M4A1 같이 꿈을 꿀수 있는 인형은 관측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똑같이 꿈을 꾼다는 언급이 있는 디스트로이어는 어떨까?

디스트로이어는 붕괴 에너지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욕망이 폭주해 붕괴에 침식되기까지 했는데.

아니면 그저 붕괴 에너지를 관측할 수 있는 메이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메이 등 그쪽 사람들이 사용하는 온갖 도구들 처럼.

4.느친제레? 내친제레!

패러디 당한 원작이 어이없었던 것 만큼, 패러디한 결과도 꽤 어이없게 됐는데. 다시 짚어보자.

메이는 PP90에게 "지금 구해주러 왔으면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해 보라고 했고 PP90은 자신의 꼴사나운 모습을 다른 인형들에게 보이기 싫어 망설이다가 전기 충격에 곧 고장날 것 같아 살아남기위해 예전에 면식이 있는 인형 정비사 제레의 이름이 떠올라 입밖으로 꺼낸 것이다.

근데 이 제레 씨,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구해주러 왔으면하는 사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메이의 질문을 "이제 곧 기절할 텐데,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고싶은 사람이라도 있니?"라고 고치면 어떨까? 그러면 PP90은 "내가 고장나면, 제레 씨에게 맡겨 주세요"라는 식으로 그 이름을 꺼낼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이미 말했 듯이 패러디 당한 원작이 어이없었던 것 만큼, 패러디한 결과도 꽤 어이없게 된 거지만.

그리고 메이가 그 이름을 듣자 주춤해서 손에 힘을 풀자, PP90은 바로 큰소리로 제레의 이름을 외쳐댔는데, 이건 상대방이 당황하는 것으로 보이자 더 당황시키려는 동시에, 주위의 다른 인형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임기응변으로 해석된다.

그나저나 이런 드립이 나왔으니 소전의 그 "Seele"도 "제레"로 번역해야는 건가? 지금 꺼라위키에는 "씰"로 적혀있다.

얘가 "제레"가 되면 이니셜만 다른 "Deele"은 "데레"가 되는 거지만...마 녀석이 살짝 츤데레 같긴해도.

5.의도적이였든 아니든, 제레가 실수한 거야.

벡터가, 제레가 PP90의 숨통을 완전히 끊지 못한 것에 대해 한 말이다.

분명 목을 노리면 일격 필살인데, 허리를 벤 이유는 무었일까?

알고보니 이것은 어쩌면 오마주일 수도 있다.

붕괴2이든 3이든 브로냐는 두다리를 잃었다. 그래서 의족으로 서있는 상태인데.

제레는 아마 브로냐와 같은 얼굴로 즐거워 보이는 PP90에게 "그럼 너도 한번 브로냐 언니와 같은 고통을 맛 보아 보렴"이라는 의도로 허리를 벤 것이 아닐까 싶다.

똑같은 이유로 이름이 "벡터"인 인형에게 "짠짜짠~난 벡★터"를 시전한 거다.

물론 농담이다.

6.벡터의 말투

요약하면서 가장 말투에 신경을 썼던 캐릭터다.

상황과 대상에 따라서 벡터는 말투를 계속 바꾸는데 주로 세가지가 있다.

첫째, 반말, 보이스 대사를 비롯한 벡터 평소의 말투다, 주위에 관심이 없고, 부정적 기운으로 가득한 벡터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둘째, 매뉴얼, 키아나를 처음 만났을 때 전술 인형의 매뉴얼에 따라서 존댓말을 쓴다. 이후 키아나가 임시 지휘관이 되자 키아나의 대한 취급이 "보호해야하는 인간 고객"에서 "지휘관"으로 바뀌어 바로 반말로 한다.

근데 제레한테는 초면 부터 반말을 하는데, 이것도 매뉴얼에 따른 반말로 첫째 평소의 말투와는 살짝다르다. 키아나 일행에게서 제레가 마음이 여리고 잘못 자극하면 폭주할 수 있다는 정보를 받은 벡터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말투로 제레를 상대한 것이다.

셋째, 비꼬기, 아가리 파이터 벡터의 필살기. 형식은 공손한 존대말이지만, 내용은 무례함의 극치를 달린다. 벡터가 파세에게 말한 "자신의 즐거움"바로 이거다. 상대방에게 시비를 거는 것. 다른 사람과 엮이기 싫어 거리를 두는 벡터지만, 사정권 안에 들어온 상대에게는 용서가 없다.

정말 PP90이 말한 "까칠하고 짓궂고 사람한테 시비걸기나 좋아하는" 녀석이다.

참고로 마치 PP90대회라도 열 기세로 나 혼자서 짤방을 만들고 있는데, 그만큼 신선하고 충격적인 전개라는 것이다.

결코 내가 줘팸러라서 그런게 아니다. 저항 못하는 상대를 때리고 괴롭히는 건 내 취향이 아니야.

필사적으로 저항하다가 결국 쓰러지고 마는 전개나, 방심한 사이 갑자기 치명상을 입고 정신을 놓아 버리는 전개가 취향이다.

이상으로 마친다. 이런 영양가 없는 장문을 봐주어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