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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내 경제학 대학원 과정의 현실에 대하여

consistenc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08 06:24:10
조회 8847 추천 33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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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고닉도 팠고, 코로나 때문에 집에 갇혀있는 김에 경제학 박사 관련 글을 몇 편 정도 더 쓰려고 한다.

퍼가는 건 자유인데 한 가지만 지켜줘라 -> 어디로 퍼가는지 리플에 써줄 것.


이번 글은 국내 경제학 대학원 과정에 대한 글이다. 국내라고 쓰긴 했는데 어차피 내가 제일 잘 아는 게 설대고, 정보 공개가 잘 되어있는 편이니까 설대 위주로 씀.



1. 이상

개인적으로 나는 국내 경제학 박사 과정이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설대 경제학 박사 따면 최소한 국책/공공 연구원 취업은 되고, 더 잘하면 인서울 교수 가능하던데?" 정도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로, 개인적 사정으로 고국을 떠나는 cost가 큰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경박 루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둘째로, 국책 연구원에서 하는 일들이 꼭 미국까지 가서 6년 고생해가며 얻는, 학계의 최신 skill set까지 요구해야 하는 업무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내가 국책 연구원에서 하는 모든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님. 나는 내가 아는만큼 쓰는 거고 판단은 독자의 몫임).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researcher들도 필요한데 그건 한국 학교가 더 잘 양성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렇다. (K-경제학 얘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쓸 것이다)



2. 현실

설대 경제학 박사 취득자의 진로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https://econ.snu.ac.kr/graduate/phd-placement). 이를 학기별 박사 졸업자 명단과 대조하면 졸업 후 job placement가 어떤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최근 3년 간(2018 - 2020)을 세어보면, 다음과 같은 통계가 나온다.


박사 졸업자 수: 총 36명


서울대 포닥 (BK21, 경제연구소) -> 4명

공공기관 -> 12명 (한국은행, 한국국방연구원, 서울상공회의소 등)

사기업 연구소 -> 3명 (우리금융, LG, SERI)

조교수 -> 1명 (제주대학교)


행방불명 -> 16명


이 outcome이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는 각자 판단하도록 하고, 개인적으로는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특히 서울대 포닥은 사실 extended PhD life고, 각 공공기관들이 세종시 연구소보다 좋지는 않을 거 같아서. 솔직히 내 동생이 간다면 말릴 거 같고, 정 하고 싶으면 macro 해서 일단 한은 타겟팅해보라고 할 거 같다.



3. 더 나아지려면?

Placement를 내가 조금 까긴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연도별 placement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한국 학교 중엔 설대만 하고 있는 일이고 이건 엄청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국내 학교들도 이보다 특별히 나을 것 같지는 않고 (내가 틀렸으면 알려줘), outcome이 신통찮은데 정보 공개를 안하는 게 가장 나쁜 짓이다. 그럼 여기서 박사 프로그램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 생각에 교수진 측면에서 설대는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assistant/associate 레벨이나, 시니어 중에서도 아직 활발히 연구하는 분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General Top 5를 찍어봤거나, field top을 꾸준히 내시는 분들이 들어오니까. 그런데 박사 과정 입학생 수준이 평균적으로 그렇게 좋다고는 하기 어렵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결국 성실한 학생들이 와서 괜찮은 publication record를 내고, 졸업 후 좋은 job 잡고, 그 소문이 퍼져서 다시 성실한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positive feedback이 완성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우수한 학생들은 유학을 나가는 게 국룰이고 국내 박사로 남는 건 나가지 "못한" (아닌 사람도 분명 있을 수 있는데, 인식이 그렇다는 거다)사람들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연구소들도 우수한 (혹은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미국 박사를 우대해서 뽑게 되고, 다시 우수한 학생들은 그걸 보고 웬만하면 미박 준비하는 negative feedback loop가 현재의 균형점이다.


다소 비약이지만, 글의 편의상 공부 잘하는 학부생들이 설대 경제학 박사 과정에 꾸준히 들어오면 장기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가정하자. 실제로 그 학생들이 research 잘해서 우수한 SNU job market candidate들이 늘어난다면 결국 설대 박사 과정의 reputation도 좋아지고 positive feedback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이제 그런 학부생들이 왜 국내 박사를 안하는지 이유를 따져보면 되겠다.


(1) Funding

미국 박사 과정은 tuition fee 면제 + stipend 기본적으로 깔고 가서 어쨌든 전업 연구자로 먹고 살게는 해준다. 그러나 국내 대학원은 그런 케이스가 많지 않다. 내 기억에 설대 석사가 받는 흔한 펀딩이 메인 TA (교수당 1명) 아니면 BK21인데, 메인 TA는 등록금 면제 + 월 20만원, BK21은 등록금 내야되고 월 60만원이었다 (사실 등록금 이 돈으로 내면 그냥 월급 없다고 보면 됨) 당연히 이거 받으면서 전업 연구자로 먹고 살 수는 없고 나도 과외 많이 뛰었다. 박사가 메인 TA하면 돈 더 주긴 하는데 - 월 50이었나? 확실치 않다 - 딴 거 안하고 먹고 살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기초분야 학문후속세대 장학금이라고 박사에게 학기당 1000만원 주는 게 있었는데, 최대 2년이었고 선발 인원이 적었다. (서울대 "전체" 대학원에서 50명 남짓) 결과적으로 박사 5-6년 간 먹고 살라면 애초에 집이 잘 살아서 생활비를 대주거나, 본인이 연구 외에 딴짓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과외를 하거나 교수와 합의가 되면 외부과제 RA를 하거나... 이거 하나만으로도 박사 과정생들의 성장에 큰 장애물이 된다.


(2) 행정 잡무

이 부분도 미국이랑 한국이 너무 다르다. 석사과정 중 내 시간 많이 잡아먹은 게 회의비 처리였다. 솔직히 한국 대학 교수 월급이 미국에 비하면 너무 짠게 사실이고, 그걸 보상하기 위해서인지 research funding이 교수의 주머니돈처럼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월급이 워낙 적으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서류 잡무 뒷처리를 내가 해야 했다는 거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친구 or 대학원생과 밥을 먹으면, 다음과 같은 짓을 하게 된다.


hwp 파일로 회의록을 작성한다. 방명록 싸인은 미리 받아둔다 -> 그걸 프린트 해서 교수님 도장을 찍는다 -> 뒷면에 영수증을 붙이고 스캔해서 pdf 파일로 만든다 -> srnd.snu.ac.kr 홈페이지에 회의 시간 장소 내역을 다시 똑같이 입력하고 pdf 파일을 업로드 한다 -> 다시 pdf를 프린트해서 과 사무실에 제출한다.


비품 구매나 외국 교수 초청 강연할 때는 더 복잡한 서류 처리과정이 있는데 (여권, 호텔 예약, 택시비 처리 문제 등이 끼어있어서) 그것도 대학원생들이 다 하게 된다. 미국 와서 나는 한번도 그런 서류 처리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왜 한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대학원생에게 일을 처리하게 했을까? 사실 이런 비용 처리 서류 책임자는 산학협력단(산단)이어서, 한번 거기에 문의를 한 적이 있다. 애매한게 산단 측에서는 "우리는 검토만 하는 거고, 이런 서류 처리는 대학원생이나 행정실 직원이 나눠서 하는 것인데, 둘이 분담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정할 일이 아니다"고 답변을 했다. 실제로 서류 처리를 하다보면 대학원생의 일 / 행정실 직원의 일이 zero sum인 경우가 많고, 그것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좋은 research university가 되려면 비서 인력을 확충하고 그 사람들이 이런 서류 작업을 전담하게 해야할 거 같은데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3) 기타

분명히 대단히 중요하지만 내가 언급 안한 요소들로 peer effects, job market에 나갔을 때의 reputation이 있다. 다만 이건 우수한 학생들이 계속 들어오면 초반엔 고생하겠지만 결국 해결될 문제 같고 (희망적 관측이다),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기본적으로 feedback loop를 끊는 건 어려운 일이고, 특히 미국 대학과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학교 예산이 부족한 설대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서울대가 석박통합과정으로 완전 전환한 건 미국식 박사 과정으로 가겠단 뜻으로 이해되는데, 위에 써둔 요소들을 잘 극복해서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거리낌없이 추천할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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