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 보려고 새벽부터 일어난 게 아닌데... 아무튼 본 리뷰 작성하기 앞서 슬픔을 달래보고자 간략한 후기 적어본다

우선 경기 결과는 33-31로 공장 승리. 스코어 만큼이나 여러모로 비슷한 양상의 경기였다. 양쪽 모두 턴오버가 두번씩 나왔고 이중 하나가 픽식스로 이어졌으며, 쌕도 3~4개씩 주고받는 등 여러모로 디펜스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였다. 리그 1, 2위를 다투는 수비팀의 맞대결치고는 꽤나 많은 득점이 나왔는데 수비의 인터셉션이 한 몫한 셈. 특히 공장은 오늘도 필드골을 블락하며 3점을 막아냈는데, 최종 스코어가 2점 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까마귀 입장에선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

이날 경기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1. 승부를 가른 러싱 게임

까마귀는 1쿼터부터 좋은 흐름을 이어 나갔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제한카가 픽식스를 만들어내며 앞서 나갔고, 드션 왓슨을 잘 봉쇄하며 17-9로 전반전을 마무리 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후반 들어 경기력이 저하되더니 결국 끝내기 필드골로 공장의 역전승.

가장 큰 문제는 러싱 게임. 이날 총 러싱야드는 178(공장) : 106(까마귀)으로 공장이 크게 우세했다. 까마귀는 이전 경기가 무색하게 러싱 게임에서 고전한 반면, 공장은 제롬 포드가 100야드 이상 달리는 등 중요한 순간마다 러싱으로 전진을 성공, 승리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까마귀는 루키 키튼 미첼이 40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만들어 내며 놀라운 스피드를 자랑했지만 이후에는 잠잠했고(부상 영향인지 3캐리밖에 안함), 그 외에도 50야드를 넘긴 선수가 없을 만큼 공장의 디펜스에 완전히 봉쇄당한 날이었다. 결국 러싱이 통하지 않으니 써드다운 컨버전도 25%에 불과(공장은 50%)했고. 라마 잭슨은 러싱이 풀리지 않는 날 헤맨다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

2. 쿼터백의 스크램블 맞대결

리그 대표적인 스크램블 장인 쿼터백의 대결에서 라마 잭슨이 패한 경기. 드션 왓슨은 이날 많은 야드를 달리진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기 발로 플레이를 연장하거나 득점을 만들어내는 등 스크램블러로서 활약한 반면, 라마 잭슨은 크게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라마 잭슨이 못했다기보다는 공장 디펜스가 잘했다고 평가하고 싶은데, 포켓을 순식간에 좁혀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마일스 개럿과 라마의 RPO를 정확히 간파하는 2선 수비진의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까마귀 주전 오라인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공장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순수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공장의 디펜스가 더 강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경기. 까마귀 디펜스 입장에서는 스크램블 쿼터백에 대한 과제가 생긴 셈.

3. 패스 커버리지 아쉬움

이날 까마귀는 외곽으로 날아오는 롱패스는 잘 막았지만 필드 중앙에서는 허술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그 덕에 공장이 세컨 or 써드 앤 롱 상황에서 완전히 오픈된 리시버에게 수차례 롱패스를 성공시키며 플레이를 연장했는데, 까마귀는 비슷한 장면에서 패스 미스를 범했던 게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 드션 왓슨이 까마귀 수비의 허점을 잘 공략하기도 했고, 록야신이나 브랜든 스티븐스가 일라이자 무어나 은조쿠를 충분히 커버하지 못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을 듯. 역시나 피지컬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난 부분이다.

4. 오펜스의 기행과 라마의 부정확한 롱볼

이게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인데... 초반 큰 리드로 앞서 나갈때 까마귀가 변칙 플레이를 몇 번 시도했고, 이게 모두 실패로 돌아갔음.(예를 들어 키튼 미첼과 제이꽃의 리버스 플레이나, 키튼 미첼을 활용한 엔드존 패스라든지...) 물론 이런 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거기서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했다면 해당 드라이브에서 못해도 필드골을 적립할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장면들.

거기에 오늘도 여전히 부정확했던 라마 잭슨의 롱패스... 저번 경기에서도 그러더니 제이꽃과 베이트먼으로 향하는 롱볼이 모두 깊었음. 공이 제대로만 갔다면 충분히 경합해볼 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 외곽 롱패스가 성공을 해야 중앙 패스나 러싱에도 숨통이 트일 테니 이 부분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함.

까마귀는 오늘 경기로 올 시즌 세 번째 4쿼터 막판에 역전패를 당했음. 라마 잭슨이 인터셉션을 두번 던지면서 패배의 지분을 상당 부분 지고 있지만, 오늘 경기만큼은 여러모로 공장 디펜스에 오펜스가 제대로 공략 당했다고 생각함. 이러나 저러나 공장 디펜스를 상대로 31점을 낸 건 분명한 성과라고 볼 수 있긴 한데, 부상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벵갈스 경기가 심히 걱정된다.... 역시 앺북의 적은 앺북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