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후기] 왕빙 감독의 <세자매>를 보고모바일에서 작성

Kise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4 18:24:51
조회 766 추천 23 댓글 3
														
008b8504c8e619bf57edfbe038e6092988251c2a3c83f6e3f8db117aa963b013325d70315de78524213aa04f585d7c11d48f7e4af158cacf317abdb812ed87db80e67a4d6a3351080d60cb348ff6f66668557909609b78a956fc6bc289c649b2723ca87a3ecb71182af6b19f7a75e6713f0d19



  누군가 왕빙 감독의 대표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사람은 <철서구>, 어떤 사람은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또 어떤 사람은 <사령혼: 죽은 넋>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극장에서, 혹은 안방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가장 짧은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만 해도 3시간 47분, <철서구>와 <사령혼: 죽은 넋>은  약 9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왕빙 감독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 <세자매>라는 영화가 있다.

  <세자매>도 그렇게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꽤 부담되는 길이일수도 있는 시간 2시간 30분, 그러나 왕빙 감독의 작품세계에 입문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시간대이다. 왕빙 감독의 스타일을 물씬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 왕빙 감독은 그 2시간 30분의 시간동안 중국 윈난성의 어느 고산지대 마을에 살고 있는 세자매의 끝없는 생존노동을 보여준다.


  10살 잉잉, 6살 젠젠, 4살 펜펜은 동나이대의 어린 아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해발 3000m의 고산지대에서 세자매는 살기 위해 끝없이 일한다. 농사일과 농장일을 하고 집을 치우고 빨래를 하며 하루종일 일종의 생존을 위한 노동을 계속 한다. 이로 인해 그 나이에 해야 하는 공부, 혹은 놀이 같은 것들은 완전히 뒷전으로 미뤄진다. 또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손에서만 길러져 어린 아이들이 받아야 할 부모의 곡진한 사랑도 그들은 잘 받지 못한다. 특히 첫째인 잉잉은 맏언니로써 일찍부터 동생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맡게 되어 어머니 없이 어머니의 의무를 지게 된다. 영화는 계속 그렇게 흘러가는 듯 하다.


  하지만 <세자매>는 희망의 부재를 그저 염세적으로 텁텁하게 돌림노래처럼 묘사하진 않는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이 세상에 현현히 빛나는 희망의 순간들을 비춘다. 그것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연대이다. 자매들과의, 아버지와의, 할아버지와의, 마을 사람들과의, 학교의 또래 친구들과의, 그리고 무엇보다 종반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양어머니와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영화의 종점에 다다랐을 때, 영화는 그동안 그들이 받았던 모든 고난에 축복을 내리듯 아름다운 희망의 풍경을 선물한다. 그 기적의 순간, 우리가 영화에서 익숙히 보았던 산과 마을이 다시 생경해질때, 그리고 나아가 우리 주변의 세상을 달리 보이게 하는 영화의 마법이 우리에게 다다를 때 비로소 우리는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세자매>가 왕빙의 최고작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자매>는 왕빙이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어떤 정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와 현실을 연결시키는 힘, 왕빙의 시네마 베리테는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이제 왕빙의 다른 영화로 당신이 다시 들어갈 차례이다.



* 누갤에 쓰는 첫 후기입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비추천

23

고정닉 1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930 설문 논란보다 더 욕 많이 먹어서 억울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9/23 - -
1555517 정보, 코폴라 <메갈로폴리스> 포스터 [5] ㅇㅇ(211.36) 08.20 1796 14
1555450 일반 개꿀팁) 이동진 디시콘 사용법.png [1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0 1959 43
1555428 일반 조금이 아닌 많이 추함 [8] 카라멜된장찌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0 2409 38
1555384 일반 부산도 걍 경쟁 영화제로 돌리면 재밌을 것 같은데 [16] nagarebosh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0 484 13
1555330 정보, 서아시 야스조 시간표 (미완성) [13] ㅇㅇ(119.192) 08.20 1018 9
1555315 일반 니들 이동진 그 비밀 아냐? [1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0 2801 28
1555282 일반 서재에서 90년대 영화서적 찾았다 ㅋㅋㅋㅋㅋㅋㅋ [9] 럭키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0 1886 27
1555167 일반 한국인들은 좋아하는 것과 옳은걸 구분못함 [9] 지한볼거품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379 13
1555137 📚평론 이동진 블로그 새글 '별점에 대한 오해'. [56] nutell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3274 49
1555133 일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알랭 들롱 추모 메세지 [3] 누붕이(221.143) 08.19 565 17
1555090 정보, 알리체 로르바케르 <천상의 몸> 콜렉티오 업로드 예정 [7] 누붕이(165.132) 08.19 765 10
1555082 일반 관크 레전드...jpg [11] 치미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2681 37
1555060 일반 관크를 정당화하는 미친 개씨부랄 JOAT 영화 [8] 가나밀크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1688 30
1555029 일반 [극장인생 31년] 영화관 유형별 관크 ver.2 [21] 전통고닉성일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1207 21
1555005 📃후기 안티크라이스트는 아담과 이브 얘기를 기본적으로 부정함 [6] 소쿨러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767 9
1554982 📃후기 짐 자무쉬 <영원한 휴가> 후기 (스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252 5
1554976 정보, 《새벽의 모든》 24.09.18 개봉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857 23
1554960 정보, 갤주 쿠씨네 <샤인> 한여름밤의 시네마 토크 [3] Kise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432 9
1554914 📚평론 동진이햄 이런 것도 하시네? [11] 엠마 스톤(59.26) 08.19 2417 22
1554875 일반 이동진 드라마gv예정 [9] (121.155) 08.19 2064 19
1550608 상영회 제 3회 누네마테크 상영회 [32] 할수있는자가구하라(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8 3576 53
1554869 정보, 부국제 상영작 10편 떴다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1235 9
1554859 일반 개인적으로 <기생충> 모티브라 확신하는 신도 카네토의 <정숙한 짐승> [18] ㅇㅇ(220.71) 08.19 2117 25
1554750 일반 너희들 전부 [1] 누붕이(39.125) 08.18 264 14
1554741 일반 동진이형이 왜 거기서 나와...? [13] 누붕이(115.21) 08.18 2356 27
1554593 일반 난 그냥 지금 제작자들이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15] 누붕이(1.215) 08.18 2669 51
1554571 일반 그냥 극장이 객단가를 개좆같이 잡고 있음 [6] ㅇㅇ(211.186) 08.18 2239 37
1554483 정보, 알랭 들롱, 별세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8 2275 53
1554334 일반 정성일의 의의는 그렇게 생각함 ㅇㅇ(119.192) 08.18 1782 22
1554331 📃후기 <하우스> 개인적인 후기 ㅇㅇ(220.118) 08.18 353 12
1554310 일반 로카르노 김민희 최우수배우상 시상연설문.txt ㅇㅇ(14.138) 08.18 1740 33
1554258 일반 김민희 수상소감 영상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7 2251 42
1554248 📃후기 ㅅㅍ) 서아시 <하우스> 꿀잼이었다 [2] 프레디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7 461 12
1554203 📚평론 씨네21 평론상 시상식 [2] ㅇㅇ(175.118) 08.17 1378 25
1554155 일반 탈콥 희생으로 입문해도 되냐는 글 왤케 많음 [18] ㅇㅇ(121.165) 08.17 2251 29
1554148 정보, (번역) 하마구치 류스케는 영화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2] 퀀텀패밀리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7 1381 31
1554036 일반 <희생> Cgv아트하우스 진 32페이지 갤주 글 수록 [18] 누붕이(1.216) 08.17 1593 23
1554016 📃후기 주세몬 존 웨인의 힙 너무 좋네요 [15] Hel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7 650 9
1553987 📃후기 퍼펙트데이즈 (소확행을 가장한 쫄보아재) [1] ㅇㅇ(61.108) 08.17 788 14
1553920 일반 진짜 갤주 일상에서 영화 찍어버리네 [4] 누붕이(221.139) 08.16 2511 19
1553878 일반 요새 누갤 겁나 안누하내.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6 1787 49
1553877 📚평론 이동진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걸작인 이유. [5] nutell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6 3136 29
1553823 정보, 대구 누붕이들 희소식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6 1633 24
1553821 📃후기 멀홀랜드 드라이브 후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6 669 10
1553818 📚평론 부갤주 1시간40분 희생 언택트톡 예정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6 971 19
1553798 일반 희생 진에 갤주 글 포함 [5] 누붕이(165.132) 08.16 1144 22
1553764 일반 인디돌잔치 어디 트윗에서 좌표 찍혔나 ㅋㅋ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6 1421 30
1553517 일반 미칠것 같아요 [7] 전통고닉성일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6 528 14
1553495 일반 이 말 어떻게 생각함 공감되냐 [3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5 3076 43
1553483 📃후기 스포) 《백치들》 감상 : 영화라는 라스 폰 트리에의 가장 깊은 절망 [19] 프레디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5 1589 25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