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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장문] 태양와 니코 사이의 선택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

me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20 16:42:16
조회 1437 추천 30 댓글 20
														

이 곡 너무 좋은거같아.



1. 머리말

원샷갤에는 글 처음 써봐.

그림쟁이는 아니라서 뭘 그리지는 못하지만 게임이 워낙 인상깊어서 글이라도 써볼까 해.

글 쓰는것도 창작 맞지? 아닌가?

주제는 전구를 밝히거나 꺼뜨릴 명분이야.
달리 말하면 니코를 살리거나 그러지 않을 이유들임.

1회차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서 적는 글임. 2회차 대사도 글 쓰다가 조금씩 넣음. 당연하지만 게임 내용 들어있다.


2. 들어가기

원샷에서 중요한 문제는 하나야. 니코 아니면 니코를 제외한 전부. 다른 건 사소한 거야. 양을 치거나 청소기 비슷한 것 위에 타거나 하는 건 말 그대로 여흥이지. 원샷이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었던 건 이 하나의 질문이 아주 절묘한 밸런스로 제시되어서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 어느 쪽을 왜 선택해야 했을까? 이 글은 그것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해.


viewimage.php?id=22b3d535eddd2c&no=24b0d769e1d32ca73ced86fa11d02831e41c69f3746fbcbfa1c0f37f996c5c224f571b9610ec0fc78e3bbaa8f3245c655afb127b146737056847ba43e45d


그림은 본문의 보충자료로 생각하면 됨.


3. 데이터 쪼가리일 뿐?
"이건 그냥 게임이야. 비디오 게임이라고. 너 이게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거 맞지?"

(Its just a game dude. It's a videogame. You do realize you're not actually killing people, right?)
https://www.giantbomb.com/spec-ops-the-line/3030-29445/forums/i-beg-of-you-do-not-play-the-line-554935/?page=1#js-message-5782036

니코와 전구 중 하나를 고르기 전에, 게임이라는 가상적 상황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을 먼저 만나봐야 해. "게임일 뿐인데 뭘 고민하는 건지"라는 문제가 앞서 있는 거지. 이 사람들은 둘 중 어느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말해. 2회차에서 주로 다뤄지는 'NPC들은 코드 집합체나 그 비슷한 것', 곧 '가짜 인간'들이라는 말이 이 사람들의 견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세상 기계->NPC의 관점이 플레이어->Oneshot과 동치되는거지.


어쨌거나 마지막 장면을 앞에 두고 고민한 사람은 여기에 해당이 안 되겠지.



4. 관계에 기반한 의무론

"니코는 이제 나한테 딸같은 존재야."(Now Niko is like a daughter to me.)

https://steamcommunity.com/app/420530/discussions/0/135512931365674511/#c135513421438363934


"근데 니코는 존나 커엽고 꼴리고 정도 들고..."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oneshot&no=3660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자신과의 친밀감을 근거로 삼아.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물에 빠졌으면 가족을 먼저 구한다는 소리야. 일단 플레이어가 니코에게 호감을 갖게 하고, 게임은 니코를 물 앞에까지 밀어넣는 게 이 게임인 거고.

'이제까지 고생만 한 니코를 어떻게 죽일 수가 있어?'는 이 규범을 지닌 사람들의 가장 강한 레퍼토리야. 호소력 짙고, 둘러보니까 정말 많이 이 이유로 니코를 살리더라고.



5. 직관에 기반한 규범윤리

"세상은 자연스럽게 죽는 편이 나아. 어떤 생명체도 그런 짐을 져서는 안 돼."
킵 실버포인트 박사, 2회차, 도서관에서의 대사.


사람들은 어떤 사건을 봤을 때 '바람직하다'에서 '아 이건 좀;;'까지의 느낌을 그 순간에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이게 뭐가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는 상황에 적용될 때, 이 능력을 도덕적 직관이라고 불러. 이 용어는 윤리학자들 가운데 "사람들은 인종, 교육, 지리적 조건에 관계없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생겨났어. 이게 왜 잘못됐냐는지는 딱 보면 안다는 거지.


이 근거로 선택한 사람들은 니코가 아니었더라도 구원자 역할을 한 사람을 살렸을 거야. 구원자라는 역할이 결국 원치 않게 맡은 볼보이같은 것과 같다는 걸 아니까.



6. 규칙에 기반한 의무론

"세계가 사각형으로 친구와 가족들을 삼키며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고 나오잖아. 차라리 이웃을 잃는 괴로움을 겪게하는 일 없이 죽게 두는 게 낫지 않겠어?"

(You need to remember the world is already slowly dying, with friends and family being consumed by the squares at all times...

would you rather let everyone have an instant (painless?) death without going through the pain of losing family members or friends)

https://steamcommunity.com/app/420530/discussions/0/135512931365674511/#c135513421442700425


공리주의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같은 걸 주장하면서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지만, 반대되는 생각을 갖는 의무론이라고 해서 완벽한 대답을 갖고 있지는 않아. 의무론의 문제는 어떤 판단의 근거들이 공리주의보다 훨씬 더 많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 예를 들면, 4. 관계에 기반한 의무론의 경우, 다른 플레이어가 '니코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집으로 안 돌려보냈는데'라고 말하는 경우, 4번에 어긋나지가 않아. 누군가가 니코를 좋아해서 니코를 살렸다면, 니코를 덜 좋아해서 니코를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거든. 같은 근거라도 개인마다 결론이 다른 거야.


규칙에 기반한 의무론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대안을 가져.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규칙들을 우선시하는 거지.

규칙 1 : 사람을 죽이지 말라.

규칙 2 : 죽음이 불가피하다면 그 사람의 죽음이 다른 무고한 이들을 구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는 한 사람을 죽이지 말라.

이런 식으로 앞의 규칙의 예외상황을 규칙 2, 3에 추가해나가는 방식이지. 위의 사각형 코멘트는 사각형을 안락사의 관점에서 봐서 규칙 2를 근거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어.



7. 공리주의

어... 태양을 되돌렸어. 세계가 죽어가고 있다는 게 구할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냐.

(Eh... returned the sun. Even if world is dying, doesn't mean it's not worth saving it.)

https://steamcommunity.com/app/420530/discussions/0/135512931365674511/#c135513901709367555


공리주의는 이야기할 게 적어. 이야기할 게 적다는 게 허점이 많다는 뜻은 아니야. 오히려 너무 간단해서 더 말할 게 없는 거지.


공리주의의 판단 근거는

1. 쾌락의 총량

2. 선호 충족의 총량

둘 중 하나야.


1번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말하는 행복이야. 팬케이크를 먹으면 즐겁고, 그런 것들. 한가지 문제는 이 행복은 살아있는 사람들한테서만 나온다는 거야. 우리가 2100년에 태어날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이야기하지는 않잖아? 마찬가지로, 기원전 300년에 죽은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오늘날 윤리적 판단에 적용하지도 않아. 이게 문제야. 죽은 사람은 더 행복하거나 불행해지지 않아. 니코가 죽으면 니코의 불행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는 태양이 돌아왔다는 행복(+ 니코를 잃은 가족의 불행 약간)만 남아.


이 허점을 개선한 게 2번 근거야. 니코는 팬케이크가 눈앞에 없지만 먹고 싶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니코가 죽으면, 이 선호가 충족되지 못하고 좌절돼. 죽음이 행복의 총량에 영향을 주는 거지. 물론 이 경우에도 니코가 죽는 게 더 윤리적이라는 판단은 변하지 않지만...


8. 맺는 글

나는 한 20초쯤 고민하다가 태양을 돌려놓는다를 선택했어.

불모지에서 쇠파이프랑 전구를 조합했을 때 니코가 안된다고 하는 걸 보고 니코가 거절할 줄 안다는 걸 알았고,

거래상한테 호박석같은 걸 교환하라고 할 때 이건 소중하니까 안 된다, 그건 저래서 안 된다고 가치 척도를 평가할 줄 안다는 걸 알았고,

마지막으로 가치를 비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아 싫어요'라고 전구를 깨든 태양을 올려놓든 거부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임.


반대로 니코가 정말로 결심하고 자기 목숨을 플레이어한테 맡겼다면,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자신에 처분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임.

포기된 권리는 침해될 수 없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태양을 되돌려놓는다고 한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음.



2회차까지 했으니 더 할 일은 없겠지만 꽤 재밌었다.


다른 의견 있으면 적어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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