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uat 70% x 3 x 5 @ 8
스트렝스 프로그램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이렇게 쓰인 숫자들을 보곤 한다. 다들 알겠지만, 70%는 강도, 즉 1rm의 70%가 되는 무게, 3 x 5는 세트 x 횟수 혹은 횟수 x 세트로, 순서는 쓰는 사람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마지막에 @ 8는 RPE를 말한다. 아마 @ 8같은걸 처음 본 사람도, 봤지만 무슨 의미인지 몰라 그냥 넘어갔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RPE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RPE 그거 의미 없는거임 시발ㅋㅋ’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고대 그리스의 어느 꼰대는 “네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속뜻은 “네가 좃도 모른다는걸 인정해라 ㅇㅋ?”인데,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아는척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좃도 모르지만 0.25kg 경량원판만큼은, RPE에 대해서만큼은 아는게 있어서 설명을 해보고 싶다.
RPE(Rating of Perceived Exertion)란 우리 말로는 운동자각도라고 하며, 운동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본인이 느낀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원래는 달리기인지 모든 유산소 운동인지 아무튼 그 쪽에서 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만들어진 건데 나중에 마이크 투셰러라는 게임캐릭터같이 생긴 존나 센 아저씨가 파워리프팅에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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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게임캐릭터같이 생겼는데 무슨 캐릭턴지 기억안남
RPE는 6부터 10까지의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6은 웜업 세트, 10은 맥시멈, 즉 숫자가 클수록 힘들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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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세트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웠나? ⇒ @5.5 이하
딱 입시웜업 정도였나? ⇒ @6
웜업같기도 하고 조금 센 것 같기도 하다? ⇒ @6.5
꽤 할만했다? ⇒ @7
아마 3개쯤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 @7.5
확실히 2개 더 할 수 있다 ⇒ @8
2개일 수도 있고 1개일 수도 있습니다 ⇒ @8.5
확실히 1개 더 할 수 있다 ⇒ @9
하나 더 들 수도 있고 깔릴 수도 있다 ⇒ @9.5
ㄴㄴ 이게 내 한계임 ⇒ @10
간단하게 말하면, 모든 것을 짜냈을 때가 RPE 10이고 더 할 만하다 싶은 횟수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RPE는 1씩 까이며, 애매하면 .5를 붙이면 된다.
실제로 RPE를 매기다 보면 .5를 붙이게 될 때가 아주 많다. 나는 거의 항상 .5를 붙인다. 마지막 남은 양심...이랄까?
아무튼 이제 RPE가 뭔지는 알겠는데, 이걸 왜 쓰는 걸까? 사실 모든 코치와 리프터가 RPE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매 세션 실패지점까지 밀어붙이는 또라이가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RPE를 사용하긴 한다. “실패지점 -1까지만 해라”라는게 RPE 9와 같은 말이니까. 그리고 RPE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RTS의 코치들이다. 위에 게임캐릭터 아저씨가 만든 팀이 RTS거든.
RPE를 사용하는 이유로 대표적인 것은 강도의 자동조절Autoregulation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프로그램들은 꽤나 불친절하다. 80% 5x5. 90% 1+ 이렇게 강도는 퍼센티지로 계산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인지라 늘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고, 어느 날은 80% 무게가 60%처럼, 어느 날은 95%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RPE다.
1rm이 100이라고 가정하고, 80% 5x5라고 프로그램에 쓰여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날 80kg가 90kg처럼 느껴져서 5x5를 못채우고 운동을 마무리한다면 패배감에 휩싸여 그 날 내내 기분이 안좋아진다. 하루종일 ‘뭐가 문제지? 잠을 잘 못잤나? 밥을 덜먹었나? 스트레칭을 덜했나? 어제 딸쳐서 그런가?’이런 생각만 맴돌게 분명하다.
대신에 5x5 @9이라고 써놨다면, 보통 컨디션인 날에는 80kg로 5x5를 하고 안좋은 날에는 65kg로, 컨디션이 심하게 좋거나 스트렝스가 좋아진 경우 90kg로 5x5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게 자동조절이다. 코치가 옆에 있다면 “너 오늘 왜이러냐? 오늘은 가볍게 해라”라고 말해줄 수 있지만 고독한 찐따리프터인 우리에게 그런 사치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RPE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RPE는 결국 주관적인거라 어쩌고저쩌고’하는 소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멘탈이 약한 사람은 체감 RPE가 너무 높아서 제대로 훈련이 안될 수도 있고 자존심만 강해서 10초 그라인딩을 조져놓고 무조건 RPE 7이라고 생각하는 또라이들은 오버트레이닝이나 부상의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게임캐릭터 아저씨는 RPE를 매기는 방법으로 영상을 찍어서 속도를 보는 방법을 권하기도 한다. 그라인딩을 몇 번 해본 사람들은 RPE 10에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면 조금은 객관적으로 ‘이정도 속도면 9정도 된다’라고 매길 수 있다. 사람마다 파워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같은 속도를 기준으로 RPE를 매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리프팅은 꾸준히 보면서 감을 익혀둘 수 있다.
그리고 RPE를 처음 써보는 사람은 당연히 제대로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자각’을 못하니까.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powerliftingtowin의 프로그램에는 초보자 프로그램부터 RPE를 사용한다고 한다. 경험을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단 몇 번 깔려보고 RPE 10이 어느 정도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10을 확실히 안다면 6~9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RPE를 프로그램에 어떻게 이용하는지 봐야겠다. RPE를 이용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퍼센티지를 이용하지 않는다. 아니, ‘템플릿에는 적지 않는다’라고 하는게 맞겠다. 5x5 @9처럼 보통 횟수, 세트와 RPE만 표시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RPE 9를 어떻게 찾냐는 것이다. 80%라고 딱 써주면 그냥 웜업으로 올라가다가 해당 무게에서 본세트를 진행하면 되는데 RPE같은 추상적인 걸 적어놓고 하라 그러니 시작도 전에 막막해진다.
무게를 찾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게를 10이든 20이든 원하는 대로 올려가며 5회씩 해보면서 RPE 6이 되는 무게를 찾고, 거기서부터 5%씩 올리는 방법이다. 바벨메디슨이 이렇게 쓰는데, 경험상 꽤 정확했다. 주의할 점은, 1rm의 5%가 아니라 바에 얹힌 무게의 5%씩 올려야 한다.
두번째는 퍼센티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난 RPE를 이용할 때 퍼센티지를 절대 쓰지 않는다는 말은 안했다. 했던가? 아무튼 난 쓴다. 다만 기본적으로 템플릿에는 RPE 위주로 적는다. 그리고 본세트 중량을 찾으러 하나하나 올라가지 않고 퍼센티지를 이용해 [목표중량]을 계산해 둔다. 목표중량은 60%부터 90%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쫄보들의 언더트레이닝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툴이다.
목표중량을 계산하기 위해선 먼저 RPE 표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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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가 횟수, 세로가 RPE다. 리프팅은 조금만 찾아보면 필요한 정보가 다 있다. 이래서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이 표에 5회 @9는 84%라고 나온다. 그러면 1rm이 100이라고 가정하고, 100*0.84=84kg다. 목표중량은 84kg가 된다. 웜업을 하면서 84kg까지 올려본다. 웜업 도중 ‘오늘은 절대 안되겠다’싶으면 RPE 9로 느껴지는 무게에서 본세트를 진행하면 되고 괜찮으면 84로, 컨디션이 너무 좋으면 더 올릴 수도 있다. 기준은 84kg로 잡되 상태에 따라 조절을 하는 것이다. 이걸 이용해서 이번주는 84, 다음주는 85, 다다음주는 86. 이런 식으로 목표중량을 설정해둬 점진적 과부하를 줄 수도 있다. 덩그러니 RPE만 쓰여 있다면, 보통 멘탈로는 점진적 과부하를 주기 어렵다. 내가 보통 멘탈이라 안다.
“세트가 많아질수록 RPE가 높아지는 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건 개인차인 것 같은데, 바벨메디슨의 의견은 대충 ‘존나 쉬면 같은 RPE로 계속 할 수 있다’다. 한 3~5분씩, 정말 필요하면 10분씩 쉬어대면 같은 RPE로 계속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근데 랙이 몇 개 없는 한국 헬장에서 그런 짓은 하지 않는게 좋다. 차라리 세트가 진행될수록 무게를 조금 내리거나 그냥 높은 RPE로 수행하는게 낫다. 사실 RPE는 주관적인 것이라 칼같이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1정도 오차는 괜찮다.
RPE와 비슷한 툴로 RIR이라는 것이 있다. 이건 ‘남은 횟수’다. RIR 1이면 딱 하나 더 할 수 있을 때 멈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RPE 9 = RIR 1, RPE 8 = RIR 2 이런 느낌이다. 뭔 병신같은 용어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판이 커지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RPE만 써도 충분할 것 같다.
러시아의 역도, 파워리프팅 코치 보리스 셰이코의 짐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먼저 선수들이 코치 없이는 운동을 못하게 한다. 테크닉을 중요시하는 셰이코는 항상 선수들의 리프팅을 관찰하면서 올바른 큐를 주고, 선수들은 그가 주는 지시에 따라 훈련한다. 가끔씩 컨디션이 너무 좋아 훈련중량이 가볍게 느껴지는 날에는 셰이코에게 얘기를 하고, 역시 그가 보는 앞에서 무게를 올려 훈련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PR에 도전할 때면 짐의 다른 선수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그를 응원해야 한다. 보리스 셰이코는 러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리프팅 코치 중 한 명이다.
겨우 유튜브와 핸드폰 카메라로 자세를 익히며 혼자 운동해온 우리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셰이코와 같은 훌륭한 코치의 부재다. 무거워도 그냥 프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하다보면 자세가 무너지기도 하지만 옆에서 소리쳐줄 사람이 없으니 잘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RPE를 이용하면 그나마 이성적이고 스마트한 훈련을 할 수있다. RPE가 높아질수록 자세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니 상대적으로 낮은 RPE-보통 8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실 퍼센티지와 RPE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퍼센티지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RPE 9까지만 강도를 제한하고 컨디션이 안좋은 날에는 RPE 9로 끊을 수 있는 무게 혹은 횟수만 진행하는 것이다. RPE는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도구’다.
이제 RPE가 무엇인지 알게 됐으니 RPE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 도전해볼 수도, RPE 표를 보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처음 RPE를 매겨보면 감이 잘 안온다. 무거운 것도 같고 가벼운 것도 같고, 하나? 두 개? 세 개? 몇개쯤 더 할 수 있을까 애매하기만 하다. 아예 RPE를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계속 신경쓰다 보면 조금씩 할만해진다. RPE는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 1정도 오차는 상관없다. 사실 RPE를 안써도, 퍼센티지만 써도 컨디션에 따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할 줄만 안다면 상관없다.
하고 싶은 얘기 다 쓰다 보니 글이 이상하게 긴데 아무튼 RPE는 별 거 없다. 별 거 없는데 쓸만하다. 츄라이 츄라이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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