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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18

슈퍼물라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5 20:18:52
조회 2595 추천 46 댓글 35
														


20XX년 XX월 XX+45일, 11:00


선생 치료 시작 45째, 샬레 업무 공간


특이사항: 샬레 주관 소집 회의 D-5


진료를 받은 뒤로 약은 빠짐 없이 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들은 것이 있다보니 더더욱 신경을 쓰게 된 그였다. 익숙하다는 핑계로(실질적으로는 아로나와 프라나에게 불필요하게 반복해서 안 좋은 이벤트를 말하게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싯딤의 상자에서 알람을 제거했었지만, 아무래도 알람이 필요하다 싶어 스마트워치에 진동으로 알람을 설정해두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늘의 업무는 다행히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혹은 그보다 약간은 적은 수준이었다. 당번으로 온 히후미는 곧 배달시킨 점심이 온다는 이야기에 음식을 받으러 1층으로 내려가있었다. 이제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눈에 띄는 두 가지 서류가 보인다. 


[트리니티 종합학원 내부 전의고양 결의대회 초청 안내]


발신자: 우타즈미 사쿠라코


'...뭐?'


시스터후드가 '전의고양'이라는 용어를 써가는 것을 보면 트리니티에 무엇인가 급변사태가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 나의 참석을 요한다는 것은...


'설마...트리니티마저...?'


이미 뉴스에서는 밀레니엄이 소속불명의 오토마타에게 피해를 입었고, 이내 그것이 헤세드와 동일 기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헨나의 참상은 두 눈으로 확인했고, 3대 학원 중 유일한 '그린존'으로 남아있던 트리니티에도 어둠의 기운이 덮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으윽...'


어느새 작은 스트레스에도 편두통에 시달리는 선생이었다. 애써 머리를 부여잡고 세나가 올린 서류를 확인하는 찰나, 그 내용이 두통이 몇 배는 심해질 수 있는 내용임을 알아차렸다.


[사퇴계]


발신자: 히무로 세나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를 신청하오니, 승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기안란에 세나의 서명, 그리고 결제 란에 마코토...로 유력히 추정되는 이부키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설마...'


순간 세나가 당번으로 들어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큰소리를 내버린 자신이 떠올랐다. 게헨나에서 참사가 발생했을 때 기진맥진한 채 어디론가 가버렸다는 의학부원들의 말도 생각났다.


'세나...설마 나 때문에...'


히후미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자괴의 굴레 속에서 다시금 약을 과자먹듯 씹었을 선생이었다. 좁아지는 시야, 들리지 않는 주변의 소리와 그 자리를 대체하는 그를 탓하는 메아리라는 구렁텅이 속에서 그를 꺼낸 것은 본인의 주장일 뿐이지만 평범하기 그지 없는 키보토스의 학생이었다.


"선생님! 식사가 도착했어요!....어라? 아직 일이 다 안 끝나신건가요? 그럼 잠깐 데워놓을게요!"


아주 다행스럽게도 머리를 부여잡는 그의 모습은 '일에 열중인 워커홀릭'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점차 들리기 시작하는 주변의 소리 속 '잠깐 데워놓겠다'는 말만은 정확히 들었기에, 우선 식사로 이 상황 속에서 빠져나가고자 한다.


"아, 아냐아냐 괜찮아 히후미. 먹고 할까?"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탁자 위를 정리할테니까요!"


~~~


20XX년 XX월 XX+45일, 11:45


선생 치료 시작 45째, 샬레 업무 공간


"맛은 어떠세요? 사실 콜라보 이벤트 때문에 주문한 메뉴지만..."


"응 괜찮아. 먹는걸 딱히 가리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7할은 거짓말이다. 과거 라멘집에서처럼 아예 맛이 안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각은 고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아하하...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페로로님 굿즈를 모을 수 있게 되었어요!"


미소로 답하고 식사에 임하는 선생이었다. 다시 보니 메뉴 구성도 꽤나 훌륭하다. 페로로 얼굴이 그려진 오므라이스는 물론이고 웨이브캣을 형상화하듯 둘러진 김밥도 희미한 미각은 맛있다는 감각을 출력하고 있었으니까. 스컬맨 모양의 드링크 병은 아즈사가 있었더라면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


"아참, 그보다 선생님께서도 배달주문을 자주 하시나요?"


메뉴에 대한 감상에 빠진 그에게 히후미가 다시금 질문을 걸어온다.


"음...글쎄...? 그런 것 같기도..."


"아 그게...사실 얼마 전까지 배달을 주문하면 항상 같은 분께서 오셔서 말을 텄는데, 그분이 샬레도 자주 가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그치만 언제부턴가 오지 않으셔서...아우우..."


"에....?"


"아, 아니에요! 그냥 그저 생각이 나서..."


배달이야 자주 주문하는 선생이지만 배달원과 안면을 튼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던 선생이었다. 대개는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채로 다가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


순간 그의 뇌리를 하나의 기억이 잠시 스쳤다. 유난히 맛있는 유부초밥을 만들어준, 그리고


"히후미, 혹시 그 아이 머리카락이 분홍색...?"


"앗 맞아요! 선생님께서도 알고 계셨군요!"


분홍색 머리가 인상적인 아이, 호출명 FOX 2 니코의 기억이.


"아하하...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


'그러고보니 FOX 소대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이런 상황에서조차 남 걱정이나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번 주에는 교정국을 찾아갈까 하던 그 때, 다시 한 번 양 관자놀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이, 그가 걱정해야 할 학생이 다시금 떠오른다.


'세나...'


그렇게 그의 뇌는 동시에 식사는 물론이고 2개의 걱정거리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FOX-남 걱정-세나-서류-맞다 사쿠라코!>> 로 향하는 의식의 흐름은 그의 뇌에게 '쿼드코어'를 요구하고 있었다.


"맞다 히후미? 궁금한게 있는데, 혹시 트리니티도 무슨 일이 있을까? 가령 많이 다쳤다거나, 아니면 시스터후드에서 무슨 일이 있다거나..."


"우으음... 다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요즘 들어 괴담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구교사에 사는 유난히 검은 학생들이 학교를 덮친다거나...밤 12시가 되면 헤일로가 파괴된 학생들이 버젓이 살아 움직인다거나...아하하...아니겠죠? 역시 귀신 같은게 있을리는 없겠지만..."


'그게 괴담이 되어버렸다니...'


"아, 아무튼 그래서 사쿠라코님께서 '이럴 때일수록 하나되어 싸워야 합니다! 전의고양 결의대회를 열죠! 옛날 경전에 귀신이 나타난 것을 보고 <<청건대 화포로 물리치소서>>라고 쓰여있는걸 봤답니다. 허니 우리도 모여서 사격대회를 여는거에요!' 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맙소사 사쿠라코, 대체 무슨 짓을.


"그, 그, 그, 그렇구나... 고마워 히후미. 나도 한 번 가봐야겠어."


'도대체 무슨 사고를 일으킬지 모를테니까...'


"정말요?! 그럼 그 때도 뵐 수 있을까요?!"


"그래 그럴 수 있다면 꼭 그렇게 하자."


'당분간은 또 바빠지겠네, 세나 건은 일단 결재 대신 재검토로 돌려놓고...'


히후미의 존재로 간만에 평정심을 어느 정도 찾은 듯한 선생이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전히 그가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세나가 머물고 있었기에.



20XX년 XX월 XX+44일, 16:00


선생 치료 시작 44일 째, 게헨나 학원 응급의학부실


생각보다 게헨나의 회복은 빠른 편이었다. 죽음을 추모하는 분위기와 별개로 다시 쳐들어오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학생들이 자경단을 만들거나 선도부에 입부 신청을 하고 있고, 육체파가 아닌 학생들은 정보부와 협력하여 적의 정체를 분석하는데 열중이었다. 그렇게 어느새 다시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찬 '역동적인' 게헨나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동료를 떠나보내고,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스스로의 방식으로 상처를 회복하는 두 소녀가 있다.


"세나."


"...선도부까지 벌써 소식이 들어간 모양이군요."


"거두절미하고 말할게. 아직 게헨나에는, 응급의학부에는, 나에게는, 세나가 필요해. 물론 힘든건 알겠지만 결정을 재고해줘."


"...제가 감히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여느때에 준하는 수준으로 왁자지껄해진 학원과 달리 아주 오래간만에 한적함을 되찾은 응급의학부실, 부상자도 많이 빠졌고 관리를 요하는 소수만 남아있는 상황이었으며 부장실은 정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던 차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응급의학부장을 보러 온 선도부장이었다.


"네가 무슨 실수를 했든 그게 응급의학부의 부장을 내려놓을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해. 치나츠에게 다 들었으니 발뺌할 생각은 말고."


"...귀여운 후배가 깜찍힌 짓을 했군요. 본인도 부상자를 치료하는데 여념이 없었을텐데."


순간 히나는 세나의 말에서 어딘가 이질감을 느낀다. 부상자를 일컫는 말로 시체라는 표현을 즐겨쓰는 그녀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부상자라는 간결한 표현으로 이를 대신한다. 다음 순간 히나는 이내 부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그녀의 각오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아이 때문이구나."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세나는 최선을 다한거야. 내가 아는 세나는 거기서 모든 것을 놓아버릴 아이도 아니고, 도망칠 아이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번에도 놓지 말아줬으면 해. 아직..."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제게 그럴 자격은 몇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없습니다."


"세나..."


"선생님을 살린 이후 스스로 오만감에 취해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선생님의 그 일 이전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명색이 '응급' 의학부인데 말입니다."


선생의 일은 히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순간 스스로에게도 죄책감이 몰려온다. 세나가 스스로를 몇 갑절 압박하게 된 데에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일종의 부채의식이었다. 애써 동요를 눌러내고 세나를 거듭 설득한다.


"그치만 세나, 선생님을 살린건 어디까지나 너야. 나 같은 사람은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그리고ㅡ"


"구호기사단과 매번 비교당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응급의학부에서 저 이외의 간부급 인원 없이 모든 임무를 도맡아하는 것에 대해 경외의 시선만큼 불신의 시선이 많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 정도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처우는 이해할 수 있고,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그렇지만..."


"세나..."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고르던 세나, 순간 마지막으로 선생의 당번 업무를 수행하던 그 때가 떠오른다. 


~~~


'다만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시면 제가 아니더라도 키보토스의 모두가 선생님을 도울 것입니다. 구호기사단의 세리나씨도 그렇고, D.U.에는 좋은 심리치료사, 의사도 많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아니더라도, 털고 일어나시길 바라겠습니다.'


~~~


분명 선생님의 상태는 스스로 보기에 최악이었다. 건강 상태의 문제일수도, 심리적인 문제일수도 있다. 본인이 진료를 하지 않아 무슨 일인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눈 앞의 환자를 두고도 그것을 두려워할 뿐인 나약한 인간이었다는걸 근 몇 주동안 알아버린 지금은 제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선생님의 처음 듣는 목소리, 처음 보는 표정, 모든 것이 두려웠다. 아주 솔직한 감상은 그것이었다. 본인이 교육자로서의 경애의 마음을 가진 이를, 이성적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를 화나게 만들어버렸다는 것 역시도 두려웠다. 그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이 세상에 멀쩡히 존재함에도 스스로를 유령 취급하는 그의 모습이 상상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사실 히나에게 한 가지 거짓말을 한 것이 있다면, 모든 임무를 도맡는 것은 보람찼지만 그만큼 고독감을 느끼는 일이었다. 부원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것이고,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와 마지막까지 환자를 돌보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몫이었기에, 세나는 모두가 돌아간 불꺼진 공간을 홀로 지켜야 했고, 밤중에도 콜이 울리면 언제가 달려가야 했으며, 언제부턴가 이 모든 일상에 사로잡혀 점차 외로운 섬 하나가 되어갔다. 


그런 세나에게 있어 의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 선생이었기에 절대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 단호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자부심까지 버려가며 단지 선생의 건강을 비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만일 그랬다간 영영 잃어버릴까봐. 그렇게 게헨나로 돌아오던 그녀의 마음 속에 머무른 것은 다시금 그녀의 등에 달라붙은 고독과 무력감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다시 느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후배의 시신 앞에서는 그 무엇도 위로가 될 수 없었다. 너무 늦었다, 최선을 다했다, 자책하지 마라와 같은 말은 잠시 머물 뿐이었고, 뒤이어 밀려온 고독감과 무력감이 다시금 그녀를 덮쳤을 때, 세나는 다시금 두려움을 느꼈다. 더 이상 자신을 믿는 학생들을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 키보토스인에게도 정말로 '시체'가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 그리고 살려내지 못했다는, '테이블 데스'*를 만들어버린 자신의 몸에 대한 소름끼치는 역겨움까지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그녀를 휩쓸었다.


* 테이블 데스(Table Death): 환자가 수술 도중 사망하는 일


"...그런 연유로, 잠시 쉬다 오겠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잠시 쉰다는 사람이 사퇴계를 내진 않아. 만약 이대로 가버린다면 만마전에 쳐들어가 마코토를 벌집으로 만들어서라도 되돌려놓겠어."


"그러신다면 후임 부장의 업무가 늘어날겁니다."


"후임이라니 어림도 없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여기서 마주치지 않았어도 널 찾아냈을거야. 나는 절대 못 보내."


어느새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한 히나였다. 다행인걸까, 그 어리광은 아주 잠시 세나의 마음 속에 닿았고, 이내 세나의 내면에서 반딧불과 같은 빛이 반짝 하고 사라졌다. 그 순간의 빛을 알아차린 것은 세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 반짝임에 보답하기 위해 성심을 다해 미소를 짓는다.


"좋습니다. 제가 졌네요. 다시 볼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게 지금은 아닙니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실 수 있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히나는 알고 있다. 이대로 세나를 보낸다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 없는 세나의 부재가 계속된다는 것을. 세나 본인이 게헨나 내부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히나였던만큼 히나 역시도 세나는 그런 존재였다는 것. 응급의학부장으로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친우로서도 그를 영영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발 물러선 세나에게, 히나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았다. 


"...약속해야해."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세나는 자신의 짐을 꾸린다. 응급의학부의 완장을 내려놓고, 아직 피얼룩이 다 지워지지 않은 앞치마도 내려놓는다. 오로지 그녀의 개인화기, 유탄발사기 한 자루와 개인 물품만을 들고, 그리고 서서히 문 밖으로 나간다.


계단을 타고 내려와 로비로 나온 두 사람. 세나는 아마 기숙사로 돌아갈 생각으로 보인다.


"바래다줄게 기숙사까지."


"그럼 마음 약해질 것 같아서 오늘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사실 그걸 의도한 바였는데."


"그 의도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마음만 받는겁니다. 여기까지 배웅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히나 부장."


"...돌아와야 해. 응급의학부는 언제나 기다릴거야."


"제가 다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게 될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은, 귀여운 후배에게 잠시 짐을 지워두기도 했으니."


"나는 들은 적이 없는데. 마지막에는 아예 월권이라는 깜짝선물인거야?"


농담을 섞어 마지막으로 세나를 붙잡아보려는 히나였으나,


"하지만 그걸 지적하실 생각이셨다면 지난번 사건처리를 위해 달려온 선도부원까지 같이 입원시킨 것부터 문제삼으셨겠죠."


세나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치나츠의 원 소속을 생각해보면 벌써 조금 무서워지는데."


"원래 다 그런거죠."


"그런가."


"네."


여전히 씁쓸한 웃음기가 깃든 대화의 끝에 인사를, 그리고 세나는 서서히 멀어져갔다.


'세나...'


그렇게 한동안 히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있었다.


~~~


"세나 부장을 설득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거에요."


한참을 그곳에 서있던 히나 옆으로 한 소녀가 다가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치나츠.


"제가 선도부로 스카웃된 이후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시잖아요."


"치나츠..."


그렇게 두 사람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멀어져가는 세나를 바라본다.


"세나가 정말 돌아올까?"


침묵 끝에 발언한 히나, 치나츠는 잠시 생각을 고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생각의 끝에 다다른 순간 치나츠의 눈에 담긴 신뢰는 안경을 뚫고 빛나고 있었다.


"제가 아는 세나 부장은 자신의 친구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사람은 아니에요."


"...그 말에 의지가 되네. 고마워 치나츠."


어느덧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히나 역시 그렇게 믿고 싶었다. 세나는 강하기에, 아직 상처투성이이지만 자신처럼 일어서서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멀어져가는 세나를 쳐다보던 히나가 고개를 돌리자, 치나츠가 언제나처럼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지할 곳을 만들어준 '귀여운 후배'에게 오늘은 답례를 하고 싶었던 히나였다.


"치나츠, 오늘 저녁, 좀 어울려줄래? 같이 식사는 어떨까 싶은데."


"어머, 부장님과의 식사는 아무나 못 하는 이벤트 아니었나요?"


"치나츠가 아무나는 아니니까, 내 심란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혀준 고마운 후배지."


"후훗, 저는 언제나 좋답니다. 그럼, 선임행정관에겐 비밀로 하는걸로요?"


치나츠의 미소띈 되물음에 히나도 옅은 미소를 지어낸다. 


"아...그래야지? 알게 되면 일주일은 매달릴거야."


가장 마지막으로, 히나 역시, 천천히, 마음의 상처를 서서히 치료해나가려 하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푸에취히!?"


"아코 쨩, 또 감기?"


"아뇨... 어디선가 오한이... 아니 그보다 뭔가요! 이오리는 안 느껴지는건가요?? 마치 누군가 저만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듯한 소름끼치는 오한이? 마치 선도부 전복을 위해 암약하는 누군가가 교묘히 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릴 때 느껴지는 서늘함이?!"


"...추우면 가슴을 좀 여미는 건 어떨까 싶어 아코 쨩."


"이젠 성희롱까지...!"


유난히 감이 좋은 아코였다. 


~~~


이번 화는 좀 길게 빼봤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쉬어가는 파트다보니 반대급부로 분량으로 승부를 보려 했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화 댓글에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최초 20화 단편으로 기획한 것이 점점 살이 붙고 스토리라인이 확장되다보니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현생을 고려할 때 100화 이내로는 끊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처음에 20화 이내로 끝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희망적인 예측을 하던 걸 생각하면 아마 제가 생각할 때 '더 이상 풀 떡밥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로부터 딱 5화만 더 쓰고 시마이치는게 낫다는 판단입니다. 그 전까지는 현생과 밸런스 맞춰가며 완주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념글을 2번이나 가서 어안이 벙벙하네요. 처음에는 역사 떡밥이 돌길래 저도 끼워달라고 했더니 상처만 받고 끝나버렸고 두번째는 모교에서 열리는 축?제가 망해버린걸 퍼왔더니 또 념글을 가버렸어요. 념글 보내주세요 한 건 아니었던지라 떡밥을 잘 물었던건지 아니면 념글은 타이밍이라는데 그저 타이밍이 좋았던건지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시리즈는 언제 올라가든 여러분들이 항상 념글을 보내주시고 있고, 그 점은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추와 댓글은 여러분의 관심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아무리 자기만족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라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추진력을 계속해서 얻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 업로드는 일단 생각하는건 다음주 화~수 사이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생에 치여살며 깨달은건 '진도는 뺄 수 있을 때 빼야 한다'였기에, 지금처럼 조금이라도 여유 있을 때 주3회까지도 템포를 높여볼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모쪼록 주말 잘 보내시고, 내일 애니도 재밌게 시청했음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마무리핫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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