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떨어진 오벨리스크.



새로 추가된 이 구조물을 억제하지 못해 우리 정착지에 있던 공병담당 호프만이 미로에 떨어졌다.



다행스럽게도 가지고 있던 기관단총 덕에 살덩이를 물리치고 손쉽게 탈출에 성공했지만, 버그때문일까. 어떤 이벤트도 표시되지 않은채 우리 정착지에 호프만이 두명이 되어 복귀했다.



유일한 공병이였던 호프만은 이제 둘이 되어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다. 동굴 속에 있는 심층굴착기를 같이 돌리고, 외벽건설을 함께 했으며, 휴식시간엔 서로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진짜 호프만인지 가짜 호프만인지 모를 호프만 중 한명은 강제로 입혀준 갑옷을 스스로 벗어버리곤 했고 침실조차 제대로 지정되지 않았다. 둘 중 하나를 골라 아내인 한나와 침대를 공유하게 했으나 어느순간 그 침대엔 두명의 호프만이 누워있었다.




처음엔 에이스림이 두명이 됐다는 생각에 신났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결국 나는 두 호프만 중 하나를 지우기로 했다.



목표는 항상 강제로 입혔던 갑옷을 벗고 다녔던 녀석으로 했다. 정책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무심하게 개발자모드로 Destroy를 선택하고 마침 야외에서 가만히 누워있던 호프만 중 하나를 클릭했다.



그렇게 없어지기까지 찰나의 순간,



미리 선택하여 띄워져 있던 호프만의 상태창엔 '구름을 바라보는 중' 이라는 단어가 쓰여있었다.



고된 노동은 앞서 맡아왔던 그가.



미로에서 죽다 살아나온 진짜 호프만이였을지도 모르는 그가.



아침을 먹고 간만에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그 순간에, 별생각없이 누른 클릭 한번으로 게임에서 사라졌다.







가짜 호프만일거야.



오류로 생성된 버그 덩어리일 뿐이야.



갑옷을 이유없이 벗은 것은 가짜 호프만일거라 애써 외면했다.


































며칠이 지나자 남은 호프만이 명령없이 스스로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는 궁금해졌다.



이젠 사라져버린 그 호프만은, 하늘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