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페이커한테 하고 싶은 말을 쓴거니까
읽기 싫은놈은 지금 백스페이스 누르기를 권함
장문글 남기는 스탈은 아니라서 지금껏 진지한 글 써본적 없는데 고민하다가 몇자 끄덕여봄



13년 데뷔후로 쿨타임 돈다는 말처럼 간간히 임팩트있게 던지기는 했으나 금방 폼 안정시킨 너한테는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이 데뷔한 이래 최고로 고통스러운 기간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14년 롤드컵 진출실패 때는 이미 시즌이 끝난거라 추스릴 시간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섬머가 남아있으니
처음으로 부딪히게 된 슬럼프라고 해야 할까

연습을 게을리한것도 아니고 다른곳에 한눈 팔다 생긴 일도 아닐거야
그러니 보는 팬들도 답답한데 본인은 더 당혹스럽고 캄캄하겠지
그걸 알기 때문에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을거고

그런데 상혁아 너도 사람이기 때문에 겪을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13년부터 지금까지 한눈 한번 안팔고 남들보다 더 빡센 일정으로 여기까지 달려온거 자체가 대단한거다
그러니 그만큼 했으면 좀 지쳤다고 해서 그게 잘못은 아니야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놈은 대체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나이도 어린놈이 5년 동안 저렇게 살지
놀고싶지 않은가 연애도 해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한참 하고 싶은게 많을 나이인데
진짜 좀 미친놈인가 라는 생각도 한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할만큼 잘해왔으니까 혹시 지금 스스로를 탓하고만 있다면 그러지마라
연습부족도 아니고 한눈 팔아서도 아니고 노력을 안한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다보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일이 생기나 싶을 정도로 커다란 파도가 덮쳐오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같아서 내 노력 여하와는 상관없이 와버리더라
그럴 때 세상도 원망해보고 주변 사람들 탓도 해보고 그랬는데 그런다고 해결되지는 않았다
어느순간 내 잘못이 아니고 나도 사람이라서 겪는 일이구나 생각하니
그뒤부턴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마음이 급하다고 서두르면 허둥지둥대다 일을 더 망칠수있으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란 말이라는거 알거다
팀 성적이 이런데 자꾸 내가 실수를 하는데 마음의 여유를 어떻게 갖냐고 생각하겠지만
계속 급하게 생각해봤자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거다

그리고 무조건 혼자 해결하려 하지마라
평소에 말이 없고 속에 있는 말 꺼내놓는게 힘든 사람들은 자기가 뭐가 힘들고 왜 이러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누군가를 붙잡고 아무말이나 억지로 꺼내면서 주저리 주저리 떠들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마음속 응어리가 튀어나온다
그러니까 감독이든 코치든 예전 최감독이든 그나마 너가 편한 사람한테 상담요청이라도 해봐라

슬럼프는 누구나 겪을수있는거고 내가 다시 잘할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함께 오지만
슬럼프를 현명하게 넘긴 사람도 많은만큼 결국 극복할수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럴땐 속을 털어놓을수있는 사람의 존재도 큰힘이 되어준다
지금까지 넘치게 잘해온만큼 이제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고 민폐가 되는게 아니야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길 주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예전만큼 못한다고 팬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지금은 접어둬라
그동안 널 지켜봐온 팬이라면 그렇게 쉽게 등돌리지 않는다
불안해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고 널 믿는 사람들을 잊지마라

사람이기 때문에 지치는거다
그리고 사람이기 때문에 지쳤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걷는거다

잘할수 있다 힘내라 파이팅같은 어설픈 위로의 말은 하고싶지 않다
믿고 기다리며 뒤에서 지켜봐줄테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거 생각하고
힘들면 조금 쉬었다가 심호흡 크게 하고 천천히 한걸음씩 다시 걸어가보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