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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설) Ex Stellaris -017- (1부 완결)앱에서 작성

goza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5.12 20:25:26
조회 516 추천 18 댓글 15
														


O-17을 향해 전문을 송신한지 한 시간이 지났다. 이제 조금 뒤면 돌아올 신호에 다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통신 단말을 흘끗거리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런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별다른 기대 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남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뭐에 대한 생각인지는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었다. 히카르도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선장님 말씀대로 히아신스 호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요?”

“살아남지 못했다면?”

“네?”

나를 제외한 세 사람의 선원들이 흠칫 하고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생각해 봐. 벌써 백 년 가까이 지난 우주선이야. 수경재배 시스템이 아직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배양육 조합기는? 순환계통은? 추진기는? 그동안 인구가 늘었어도, 줄었어도 문제야.”

“하지만, 여섯 척 방주에 탄 식민자들은 모두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

“금력을 포함해서 말이지. 25만명의 조난자들 사이에서는 아무 쓸모 없는 능력 말이야.”

“설마…….”

후아나 선배가 선천적인 피부색을 거스르고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설마 선장님께서는, 히아신스 호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선조들은 운 좋게 청색 초거성 성계에 도착했어. 그래서 수경재배 시스템을 유지하기 충분한 광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 하지만 S-30LDE는?”

말할 것도 없이 갈색왜성이다. 이 조그맣고 어둡고 차가운 별은 25만 명의 식민자를 먹여살리기엔 모자랐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사람은 먹지 못하면 죽어. 그리고 생태 시스템이 무언가의 의미로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됐다면…….”

나는 말을 거기서 멈췄다. 굳이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겠지. 다들 이쯤 했으면 알아들었을 테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 사람을 천천히 쳐다봤다. 후아나도, 히카르도도 내게서 시선을 피하며, 식인이라는 불길하고 불결한 개념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려고 스스로와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티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말도 안 돼요!”

“뭐가? 히아신스 호의 조난자들이 식인을 했을 거라는 게?”

“방주의 식민자들은 제각기 모두 뛰어난 덕성을 가진 사람들이었어요. 지구에서도 가리고 가려 뽑은 사람들이었다구요. 그런 사람들이…….”

“진정해, 베티. 그냥 예상해 본 거 뿐이야.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상황을.”

“선장님 말이 맞습니다, 일항사. 조난당한 선원이나 승객들이 식인을 하는 건 흔히 있던…….”

“듣기 싫어요!”

베티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귀가 다 따가울 지경이었다.

“저게, 저 O-17이 정말로 히아신스 호라면, 인류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해선…… 오, 신이시여.”

“일항사!”

나도 베티에게 지지 않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여자애 같은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는 게 못내 어색했지만, 언젠간 익숙해 지겠지. 내가 말했다.

“나는 인류가 가축이라는 식으로 말한 적 없어. 극한 상황에 몰리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을 뿐이야.”

“……네, 선장님.”

베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게서 시선을 돌린 채 대답했다.

“그리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꼭 그렇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베티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절대 그랬을 리가 없다고 믿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사실인 걸. 히아신스 호는 조난당한지 400여일만에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고, 일부이긴 했지만 식민자들과 선원들은 서로를 잡아먹고 서로에게 잡아먹히며 살아남았다.

“하아. 알았어. 혹시라도 그런 일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충격 받지 말라는 의도였는데, 안 좋은 뜻으로 받아들였다면 사과할게.”

“……저도 화를 내서 죄송해요, 선장님.”

“괜찮아.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말을 한 것도 사실이니까-”

거기까지 말했을 때 삐빅, 하고 경보음이 울렸다.

“음?”

기관장석이었다. 후아나 선배는 나와 베티의 말싸움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걸 다 보지 못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서 콘솔을 조작하더니 나나 베티에 뒤지지 않게 높은 목소리로, 하지만 화난 기색 따위는 전혀 없이, 오히려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

“O-17…… 아니, UNS 히아신스로부터 입전! 《히아신스는 그녀의 자매의 자손들을 환영함. 도킹 궤도를 안내하겠음.》 이상!”

뭐?





몇십 번을 겪었던 일이었다. 내가 대원수로 재직하면서 보고받은 걸로도 충분했지만, 게임으로 읽었던 메시지를 합하면 수백 번은 봐 왔던 이벤트였다. 혹시나 해서 남자일 때의 기억을 되살려 봤지만, 이벤트 메시지에서는 분명 400여일 정도만에 모든 탑승자가 죽었다.

그리고 히아신스 호가 출항한지, 아니, 웜홀의 출구로 튕겨져 나온지도 벌써 백 년이 다 돼 간다. 그런데 그 기간동안 사람이 살아있다고? 그 안에서 세대를 거듭하면서 생존자들이 남아있었다고?

말도 안 된다. 나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나도, 후아나 선배도, 히카르도도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베티가 없는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였지만, 셋 모두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그것 보세요! 분명 생존자가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베티는 걱정이 없어 보였다. 히아신스로 향하는 약 하루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언제나 즐거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25만 명의 식민자들은 얼마나 늘었을까요? 설마 줄어들지는 않았겠죠? 그들은 유니티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콧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을 때에는 이런 희망 섞인 말들을 언제나 재잘댔다. 과연 베티 다운 태도였고, 16살 소녀 다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머릿속에서 의심과 두려움과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베티가 없는 자리에서, 셋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수경재배 시스템을 어떻게 해서인지 살려놓은 게 아닐까요? 핵폭탄을 일부 유용해서 원자력 발전을 했다든지…….”

“아니,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잖아. 식량이야 구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동력은? 그리고, 핵추진을 그만뒀다면 O-17…… 히아신스에서 검출되는 방사능은 어떻게 설명하고?”

“끄응.”

나도, 후아나도 여기서 설명이 막혔다. 우리 둘에게는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고, 지식이 부족하지 않은 히카르도는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는 꼬박 하루를 항행해, 히아신스 호와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했다. 먼저 통신을 건 쪽은 히아신스였다. 지구의 ‘표준 주파수’로 걸려온 화상통신이었다.

“와아! 진짜 사람이다!”

“얌전히 있어야지, 샐리.”

“엄마, 나 엄마 말고 살아 있는 사람 처음 봐!”

거기에는 똑 닮았지만 나이만은 십여 살 차이 나 보이는 두 여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모녀라도 그렇게 닮을 수는 없을 것 같은 외모였다. 마치 쌍둥이처럼…….

“그런 거였군.”

내 입에서는 그런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대회 마감을 지키느라 황급히 1부 완결로 마무리합니다. 조잡한 마무리가 되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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