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fate extra 고찰과 함께 올라올 예정이었던 last encore 해석은, 한 남자의 태만함과 게으름에 의해 노트 속에 영구 봉인 당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last encore 해석 발언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면 써야겠지.’ 남자는 다짐했고, 이렇게 펜을 들었다.

last encore는 fate extra의 후속작이다. 상당히 악명이 높은 작품이다. 엑스트라를 플레이한 사람도, 하지 않은 사람도 이해하기 어렵다 등의 매정한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여러분의 last encore 시청에 미세한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이제와서 누가 시청하긴 할까 싶지만) 

독자들이 last encore를 시청했다는 가정하에 글을 쓸 예정이다. 한번 보고 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석본을 본들 이해가 성립되지 않는 작품이다.

위의 fate extra 해석은 last encore 해석에 앞서 작성한 글이다. 읽어보면 오늘의 글을 읽는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막이 올랐다. 라스트 앙코르는 하쿠노(여)의 패배와 함께 시작된다. 이곳은 하쿠노(여)가 최종전에서 트와이스 피스맨에게 이기지 못한 세계다. 모두의 소원을 짓밟고 올라온 소녀는 무의미하게 사라져간다. 무엇도 이루지 못한 채 죽어간다.

우선 트와이스 피스맨의 이야기를 해보자. 트와이스는 npc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문셀에 들어가면 부정 데이터로 소거된다. 따라서 그는 세계의 분쟁이라는 자신의 소원을 성배에 빌 수 없었다. extra의 성배전쟁은 트와이스가 자신의 뜻을 대신 이뤄줄 대행자를 뽑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이다.

라앙 세계선의 하쿠노(여)는 트와이스의 후계자를 거부했고 결전에서 패배한 채 죽었다. 싸움에선 이겼지만 소원 성취의 방법이 사라진 트와이스는 마지막 발악으로 문셀에 몸을 던져버린다. 이 순간 성배전쟁은 종료되었고 각자는 떠난다.

넓은 공동에 남은 건, 각자가 남긴 천륜 성왕뿐. 그렇게 1000년이 흘렀다. 세계는 멸망을 목전에 두고 있다.

타이가... 없다...?

장소는 다시 학교로. 과거 성배전쟁의 예선이 일어난 장소다. 이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이 거짓임을 깨닫는 것이 extra 성배전쟁 예선 통과의 조건이다. 달에 도달한 모든 마스터들은 기억을 잃은 채, 모두가 같은 스타트 라인에 서서 경쟁한다.

하지만 이것은 1000년 전의 재현. 성배전쟁은 이미 900년도 더 전에 끝을 맞이했다. 하쿠노(남)가 보는 경치는, 고장난 곰인형이 반복적으로 내는 단말마와도 같다.

본선으로 향할 128명의 마스터는 이미 없다. 비유하자면 하쿠노(남)는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 홀로 vr기기를 쓰고 혼자서 학원 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 vr기기에 담겨있는 영상이 1000년 전 마지막 성배전쟁 예선인 셈.

따라서 이것도 허상(이자 신지에게 예선에서 당한 모 마스터 A씨의 기억)

이것도 허상

이건 하쿠노(남) 안에 담긴 트와이스의 혼의 편린이 하쿠노(남)에게 전하는 메시지. 혹은 최하층에 묶인 트와이스 혼의 일부.

첫 번째 의문.

Q. ??? 하쿠노(남) 안에 담긴 트와이스는 또 뭔소리임?

A. 작품 도중에 밝혀지는 내용이지만, 하쿠노(남)와 하쿠노(여)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그 정체는 성배전쟁에서 죽어나간 무수히 많은 마스터의 원념 뭉치입니다. 앞으로 작품에서 보게 될, 하쿠노(남)의 회상은 하쿠노(남)이 아닌 이름 모를 마스터 ■■씨들의 기억입니다. 문셀에 몸을 던진 트와이스의 원념 역시 하쿠노(남)을 구성하는 원념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Q. 그럼 아마리는 뭐임? 엑스트라엔 이런 애 없었는데.

A. 라앙 세계선은 아마리라는 마스터가 독자들에게 인식되며 예선에서 생존한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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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있던 감정은 무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세계의 모든 것이 미웠다. 뼈가 시릴 정도로 무정한 세계. 서로를 미친 듯이 물어뜯는, 인간의 형상을 한 광견. 무엇보다 그런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침식되어만 가는 내가 가장 증오스러웠다.

extra의 주인공은 무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무조차 아닌, 부에서 시작된 존재일지라도 하늘을 오를 수 있는가. 생존을 논하고, 삶을 구가하며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가. last encore는 부에서 시작된 소년이 하늘에 오르는 이야기다.

나의 마스터인가.

주인공은 칼을 뽑는다. 싸우기/살기 위해서.

1000년간 멈춰있던 이야기는 지금 여기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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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노(남)가 처음 도달한 곳은 제 1계층. 모든 마스터가 싸움을 포기했다. 플로어 마스터라는 자는 예선전의 인공낙원을 재현이라도 하듯, 이곳에 또 하나의 거짓된 낙원을 만들어냈다.

신지와 마주하는 하쿠노(남). 이때 스크린에 비춰진 신지는 사실 신지가 아니라 신지의 아바타를 쓴 아마리지만, 지금 그런 건 알 필요도 없는 악성정보다. 오히려 알아봐야 머리만 아파지니 우선은 패스하자. 잊자 잊자. (실제로 신지는 1계층에 있다. 저 순간만 비서?인 아마리가 업무를 대행한 것)

자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이 발생한다.

1. 하쿠노(여)는 최종 계층까지 올라갔다. 이 성배전쟁은 1000년의 재현이다.

2. 그럼 필연적으로 신지는 하쿠노(여)에게 죽었어야한다.

3. 그럼에도 신지는 버젓이 1000년째 살아있다.

여기서 뇌절이 한번 더 온다.

라앙을 처음보는 시청자는 0번째 의문인 1000년 전의 재현과 첫 번째 의문인 하쿠노(남)의 정체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두 번째 의문을 맞이한다. 당연히 이해를 못 할 수밖에 없다.

2회독 중인 시청자는 1회차의 어지러움 + 기존 extra 세계와의 괴리가 맞물려 이해를 포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가지 의문을 해결하고 왔다. 그렇다면 귀결되는 답은 단 하나. ‘라앙 세계선의 하쿠노(여)의 첫 번째 상대는 신지가 아니었다.’밖에 없다.

다시 말해, 라스트 앙코르는 하쿠노(여)가 제대로 만났어야할 인연 즉, 성장의 발판이 될 마스터들을 만나지 못하고 피스맨에게 도달해버린 세계다. 대진운에 의해 1,2,3,4,6 계층의 마스터인 신지, 댄, 앨리스, 가토, 린(라니)을 못 만난 세계다. 그 마스터들에게서 성장의 단서를 찾지 못하고 보스전에 돌입해버렸으니 당연히 질 수밖에. (5,7계층의 상대는 extra와 같지만 세부적인 if는 다름.)

한마디로 라스트 앙코르는 하쿠노가 성장하지 않고 최종장에 돌입해버린 세계선이다. 각 계층의 if선을 보는 재미로 시청하는 작품이다. ‘만약 신지가 1계층에서 이겨버렸다면, 만약 레오가 하쿠노와의 대결 이후가 아닌 이전에 의지가 꺾여버렸다면.’ 그런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원작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서비스 작품이자 원작 플레이를 안 하거나 위키 등의 수단으로 가볍게 접한 팬들은 이해하기 힘든 그런 괴랄한 작품인 셈. 정작 원작을 즐긴 팬들도 즐기지 못했지만.

본래 extra에서의 신지는 1계층에서 주인공에게 죽는다. 반대로 라앙 세계선에선 이름 모를 마스터 B씨를 만나 이겨 버린 것이다. 과거 이름 모를 마스터 A씨를 예선에서 한번, 이름 모를 마스터 B씨를 1계층에서 또 한번 죽이고 살아남은 신지는 죄책감에 빠진 채, 2계층에 오르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하늘엔 천륜 성왕이 전개되었다. 유일하게 1계층에 남아있던 신지는 플로어 마스터가 된다. 그는 위 계층에서 내려오는 마스터, 지구로부터 달에 찾아오는 마스터를 위한 최후의 낙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1000년이 지나고 자신의 죄를 마주한 신지는 도전자의 도전에 응한다.

재미없는 배틀은 칼스킵.

“그만 다물어. 네 변명은 인정하지 않아.”

괜찮다. 그런 변명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대의명분은 모두 너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나는 안다. 나는 너를 용서했다.

주인공의 매몰찬 일갈. 그것은 신지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구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