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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일반] "최우수상, 천마 파김치! 축하드립니다!"앱에서 작성

글붕붕이

2023.11.09 20:36:08

조회 2776 추천 54 댓글 17

"허어, 소림의 마라 겉절이를 이길 줄이야."

"화산의 매화 가지무침도 상당하지 않았소?"

"가지무침은 좀..."

"실로 놀라운 맛이더군. 천마 파김치... 천마신공의 패도적인 매콤함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어."

어지럽군. 무림이 왜 이 꼬라지가 났을까. 어째서 천마인 내가 천마신공으로 정파놈들 대가리를 깨부수는게 아니라 천마김장으로 갓 담은 파김치를 먹여주며 맛평가를 받고 있단 말인가.

"올해의 귀농지존! 천마께서는 단상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아아아아아. 가, 가기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빌어먹을 웃기지도 않는 대회가 무림의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큰 기둥이자 행사니까.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당신께서 왜 지존의 자리를 그렇게 물려주고 싶어했는지. 제가 천마지존인지 천마광대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십만대산으로 돌아가면 천마 패륜아로 거듭나도 이해해 주시겠지요?

"한말씀 해주시죠!"

"와아아아아!!!"

"천마지존! 천마지존!"

"잘생겼다!"

"오빠! 나 죽어!"

진심으로, 주화입마가 아른거린다.

"...이딴 웃기지도 않는 광대놀음은 여기까지다."

천마신공 - 천마주박.

격없는 것들의 사소한 몸부림조차 허하지 않겠노라.

"처, 천마가 미쳤다!"

"크윽, 미친! 몸이 움직이지 않아!"

"꺄아아악! 오빠 저 지, 진짜 죽어요!"

그래. 전율해라. 울부짖어라! 너희의 최후가 이곳에 있다!

천마신공 - 격공섭물.

이것으로, 끝이다.

먹기좋게 곱게 찢어진 파김치들이 새의 형상으로 빚어져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입속으로 쏙 쏙 들어가는 모습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나는 광대가 되어도 천마의 위엄을 잃지 않을것이다.

"시, 실로 압도적인 무위입니다! 수많은 파김치가 새로 변해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저절로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크아아악! 매워! 너무 매워!

"이건 인세의 매움이 아니야! 천마신공을 익힌 자만이 저항할 수 있다!"

"오빠 더 주세요! 너무 맵지만 계속 먹고싶어!"

젠장. 입꼬리가 올라갈뻔했어. 내가 생각해도 이보다 기발한 공연은 없을거다. 참자. 천마는 위엄을 잃어선 안돼...

"무려 천마인 본좌가 만든 음식이다. 정파놈들의 고리타분한 맛 따위완 비교할 수 없지. 날 상대하려면 잠적한 귀농선인들을 모조리 불러와야 할 것이다."

"허허, 실로 당돌한지고."

"올해의 귀농지존이잖습니까. 게다가 최연소 우승자니."

"우리 화산의 매화 가지무침은 절대 굴하지 않을것이야."

"저런 패기는 마땅히 본받아야 합니다. 돌아가면 귀농쌍귀를 찾아야겠군요."

아니 왜 인정하고 그러세요. 정파에서 한가닥 하는 당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면 어떡해! 제발 이 웃기지도 않은 대회따위 그만두자고!

나는 평화를 사랑한다.

하지만 귀농은 죽을만큼 싫다.

나 천마라고... 농사짓기 싫다고... 하지만 전쟁은 더 싫어...

제발 누가 나 좀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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