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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분석) 신의 탑은 중심을 잃어버린 만화다

초코케이크빵(61.79) 2021.06.01 06:44:10
조회 3641 추천 114 댓글 10
														

나는 신의탑이 1부에서 2부의 어느 시점까지만 해도 아주 명확한 중심이 있었다고 생각함

그 중심이 당시의 작화와 함께 시너지를 내서 여기까지 온거지


그게 뭐냐면


'저마다의 목표를 위해 경쟁하며 인간성이 소모되는 현실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게 신의탑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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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를 보면 쿤, 엔도르시 등 경쟁 시스템으로 인해 현실을 비관하게 된 인물들이

밤이라는 이질적인 인물을 보고 그에게 감화되어 아군이 되는 전개가 돋보임


사실상 그게 1부의 메인 내용이었음

탑 내부의 경쟁 시스템에 익숙해져 인간성이 소모된 자들이

탑 밖에서 온 빛나는 자를 보고 인간성을 되찾고 동료가 되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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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부 초반의 주인공인 자왕난 또한 이 주제를 대변함

문자 그대로 씹창인생을 살면서 개같은 일을 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을 더욱 이상적인 곳으로 바꾸겠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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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부 내내 밤의 서사에서 강조되는 부분은 동료와 언제나 함께하고 모두를 구해내려는 의지임

반면 밤의 아치 에너미 포지션이었던 호아퀸은 동료, 형제 모두 이용 대상으로 취급하고 인명을 쓰레기처럼 여김

슬레이어 후보 자리를 둔 경쟁은 이런 정반대의 사상과 성향의 대립이 극을 달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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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퀸 에피소드가 좋게 평가되는 이유는 단순히 작화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게임 시스템이라는 스토리적 도구를 통해 밤과 호아퀸 각각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둥둥이가 힘을 밤에게 빌려주며 승리를 이끄는 모습을 통해 가치관의 대립을 물리적인 전투로 승화해낸 것이

독자들의 마음에 크게 와닿았기 때문


거기다가 에피소드 초반부터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사나웠지만

밤을 보고 감화된 다니엘이라는 인물까지


이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신의 탑은


경쟁과 갈등 상황에 놓여 인간성이 소모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중 악하면서도 공감할 만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복잡하고 삭막한 현실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밤이라고 하는 별처럼 빛나는 인물을 통해

'그럼에도 우리는 연대와 우정과 같은 가치를 통해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라는 희망적인 대답을 내놓는 만화


였다


1부가 명작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저 주제를 통해 중심을 아주 잘 유지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특히 밤의 친구 리스트는 사소하면서도 그 주제를 명확하게 잘 드러내는 스토리적 도구라고 봄


이게 일그러지고 중심이 무너지기 시작한 게 2부의 어느 시점부터임


호아퀸 에피소드는 이미 말했듯이 이 주제가 거의 정점을 찍은 부분이고

네임헌트 정거장까지만 해도 카이저에 대한 구원을 통해 묘사되었음


그런데 죽음의 층부터 밤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느라 이게 잠깐 어긋나더니

숨층부터 막정거장까지는 거의 나오지도 않고


3부 와서는 다들 알다시피 지랄났음


근데 이상한 게 뭐냐면 '갈등 상황에서 소모되는 인간성'이라는 소재 자체는 무려 최근화까지도 꾸준히 계속 나왔다는 거임


댕댕의 희생에 밤이 분노한다거나, 야스라챠의 농간으로 자유를 위해 종족들이 투쟁한다거나, 델리트와 하라챠의 사연 등등


그 소재 자체는 계속 반복이 되어왔는데

1부나 2부의 호아퀸 에피와는 달리 그 소재가 중심이 되는게 아니라, 그냥 화려하게 치고박고 하는 와중의 소소한 양념 같은 걸로 전락함

당장 하라챠 이야기만 봐도 '뭐 인상깊긴 한데 얘가 중요한 인물도 아니고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식의 반응이 나왔잖아


신의 탑 전성기 시절이었다면, 다소 지나치게 비현실적 혹은 이상적이라고 해도 밤 혹은 그에게 감화된 인물이

불굴의 의지를 통해 문제 상황을 해결하면서 인간적인 해답을 제시한다거나,

실패한다고 해도 최소한 자신의 마모된 인간성을 다시 찾고자 하는 변화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묘사되었을 것임

1부의 린넨처럼


근데 이제는 그게 그냥 처발리고 증발하는 엑스트라한테나 부여되고 지나갈 정도로 곁다리가 되버렸다는 거임


그러니까 우리가 알던 명작 신의탑이 아니라 그냥 화려한데 작화가 이상한 양산형 판타지 만화로 느껴지는 것


갓의탑을 갓의탑이 되도록 하는 요소가 어긋나버림


음식으로 비유하면 팥빵에서 안의 팥을 빼서 대부분을 버리고 조금 남긴 다음 그 남은 걸 빵의 겉면에 붙여놓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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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주요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붕괴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임


신의탑 주요인물들의 캐릭터성은 경쟁과 갈등 상황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인간성으로 대표됨


밤이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인 이유는 그런 딜레마적인 상황 자체를 거부해버리는 인물이기 때문이고,

쿤과 엔도르시가 밤의 조력자에 어울리는 이유는 그런 딜레마에 현실을 비관하게 되었으나 밤을 보고 크게 매료된 인물이기 때문이고,

호아퀸이 밤의 적으로서 어울리는 이유는 밤과 동일한 위치에서 딜레마를 거부하기는 커녕 적극 긍정하는 인물이기 때문임


신의탑은 이런 딜레마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인물들 각각의 기원에서 비롯된 다양한 선택을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만화였으나

어느 순간 그 딜레마가 스토리의 중심에서 이탈함으로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 또한 단체로 이탈하게 되었다고 생각함


그냥 치고받고 싸우는 판타지 만화가 되버렸어











5줄 요약

1. <신의 탑>의 근본은 '인간성이 소모되는 경쟁 상황'이라는 딜레마를 제시하고 그 딜레마에 대한 인물들의 선택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2. 밤이라고 하는 딜레마 자체를 거부하는 인물(=탑의 질서를 어기는 비선별인원)을 통해 '그럼에도 우린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다'라는 답을 제시

3. 어느 순간부터 그 딜레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붕괴되고 딜레마는 단순 전투 위주의 서사에서 양념 수준으로 사용되게 됨

4. 따라서 당연히 스토리와 캐릭터성도 함께 붕괴

5. 결국 만화 전체가 지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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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라는 딜레마 외에도 신의탑에서 종종 등장하던 또다른 딜레마가 있는데


바로 '구조의 유지를 위해 강요되는 소수의 희생'이라는 딜레마임


네임헌트 정거장의 카이저 또한 이 딜레마에 놓인 인물이었고 밤은 당연히 그 딜레마를 부정하는 인물


그리고 훗날 그러한 딜레마의 현신으로서 등장한 인물이 칼라반


칼라반이 호아퀸의 뒤를 잇는 밤의 숙적으로 너무나 적합했던 이유가 바로 밤이 수용 자체를 거부하는 딜레마를 적극 긍정하는 또다른 인물이기 때문임


그런 의미에서 칼라반이 작전을 위해 희생된 부하들에게 분노하여 라이볼릭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캐릭터성의 완전 붕괴인 동시에 밤의 숙적으로서의 품격 또한 허무하게 날려버린 사건


정말로 칼라반다운 선택은 오히려 그 희생조차도 묵묵히 긍정해버리는 기계적인 사고방식임


여기서도 신의탑 캐릭터성은 딜레마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그 딜레마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나자 스토리와 캐릭터성이 지랄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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