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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5판 디자인 - RPG 디자인 철학

5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21 00:12:40
조회 869 추천 14 댓글 3
														

이번에는 TRPG 룰 짜는 방침에 대한 글임. D&D에 한정된 내용은 아니라 자작룰쟁이들이 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30222013504/http://www.wizards.com/DnD/Article.aspx?x=dnd/4ll/20120903





오늘 아침 이 칼럼을 쓰면서 우스운 걸 느꼈습니다.

저희가 2011년 초에 이 칼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 칼럼을 읽는 독자인) D&D 플레이어와 DM,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인 R&D와의 커다란 괴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뭐가 우스웠냐면, 이번 주에 쓸 내용이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저희의 최신 플레이테스트 자료가 젠콘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작업 중인 클래스, 종족, 주문, 몬스터가 많이 있지만, 완성되려면 아직 먼 상태라서 지금은 공개할 내용이 없군요.

젠콘에서 있었던 'D&D 기조의 미래'에서 TRPG 플레이의 배경을 포가튼 렐름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여기에 대해 자세한 사항을 알려드리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지금은 미래에 대해 알아보는 것보다,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갈 때의 철학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RPG 디자인은 꽤 특이합니다. 좋은 보드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을 만들면서도 나쁜 TRPG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도 가능하죠)


R&D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좋은 RPG 디자인의 중요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을 풀어놓을까 합니다.

저는 하나는 DM, 하나는 플레이어에 대한 두 가지 기본 원칙을 따릅니다:



규칙은 DM을 편하게 해야 한다.


이건 약간 이상한 개념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RPG와 다른 게임을 구분짓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RPG에서의 규칙은 이야기가 굴러가도록 도움이 되어야 하고, DM의 도구로 사용되어야 하며,

플레이어가 뭔가를 명료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TRPG를 38년동안 유지해온 창의적이고 예측할 수 없으면서 연상적인 게임을 가능케 해야 합니다.


좋은 RPG를 유도하는 규칙은 배경으로 녹아들게 됩니다. 규칙을 일단 알고 나면 논리적이면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거죠.

좋은 규칙이란 비슷한 상황으로 확장시키기 쉬우면서, 발생한 결함이나 이상한 상황을 DM이 간단히 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규칙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에 주목을 끌지 않으면서도, 게임을 망치거나 작업량을 늘려서는 안 됩니다.


RPG 규칙의 가장 큰 목표는, 그 규칙이 존재할 때 게임이 더욱 나아지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게임에서 그 규칙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새로 쓰게 되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이 점은 RPG가 가장 개방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DM이 최종 판단을 내리고 규칙을 적용하는데, 확장하거나 변형하기 쉬운 규칙은 이 과정을 더욱 쉽게 만드니까요.


쉬운 규칙이란 개념은 몬스터 경험치나 레벨, 보물 가치 등으로 확장됩니다.

DM은 파티에 몬스터를 출현시키거나 던전에 노획품을 배치할 때 그 상대적인 값어치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몬스터나 마법 아이템에 대한 캐릭터의 상대적 능력을 신경쓰는 지는 여러분에게 달려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파티 레벨에 모든 게 적합하게 맞춰지도록 세심하게 정할 지,

아니면 1레벨 파티라도 문 하나만 잘못 열면 바로 티아마트를 만나는 동네를 만들 지 결정하는 건 DM인 여러분의 몫입니다.

핵심은,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DM이 이걸 정한다는 겁니다.

게임의 역할은 DM에게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DM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건 다른 종류의 게임과는 반하는 점입니다.

테니스나 포커의 규칙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서브, 샷, 행동에 대한 기준 등을 제시하여 게임을 공정하게 만들죠.

대부분의 게임은 공정성을 유지하고, 명료함을 제공하며,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을 포괄하려 하지만,

D&D는 다릅니다. D&D는 협력 게임으로서, 위의 부분들은 DM이 담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지요.



규칙은 합리적으로 캐릭터 옵션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D&D는 플레이어에게 캐릭터를 제작할 클래스, 종족, 주문 등의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이 게임은 경쟁 체제가 아니지만,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판타지 세팅의 모험가로서 역할을 맡을 기회를 부여합니다.

누군가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전사가 되고 싶어하죠.

게임에서 한 옵션이나 어떤 옵션의 묶음이 다른 것들을 모두 덮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게임은 파이터, 로그, 위저드, 그리고 클레릭이 함께 하는 모험이지, 위저드와 따까리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레이스트린 마지어(역주: 드래곤랜스의 마법사) 대신 랜슬롯 경 같은 캐릭터를 짜고 싶다고 해서,

게임에서 그 플레이어에게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DM이 캐릭터를 도살하는 듯한 던전을 짜든, 아니면 아티팩트를 마구 뿌리는 게임을 굴리든 간에,

모든 캐릭터는 모험에 기여하고,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면서, 자신이 뛰어나보인다고 느낄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 반면, '완벽한 밸런스'라는 개념은 완전히 허구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사기 캐릭터를 짜려고 작정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시스템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을 찍어누를 방법을 찾겠죠.

사기 조합이 나타나면 R&D에서는 그 문제가 에라타나 대규모 수정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는 DM에게 너무 강력한 캐릭터를 다루는 지침과 조언을 제시할 수 있겠지요.

수정안을 발표해서 그룹 사이에 점점 퍼지도록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플레이어가 강력한 조합을 찾는 것 자체는 괜찮습니다.

R&D에서는 그런 조합이 게임을 망가뜨리거나, 어떤 클래스를 절대적으로 강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게 완벽하게 균형이 맞도록 짜는 건 지루한 게임으로 이어질 겁니다.

게다가, 어떤 캐릭터가 주목받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국소적인 불균형을 발생시키는 행위입니다.

위저드가 페더 폴(feather fall)을 사용해서 로그가 언덕 거인의 등에 조용히 앉은 뒤 위에서 등을 찌르게 하면 흥미롭겠지요.

파이터가 던전의 복도를 막아서서 나머지 파티원들이 퇴각하는 사이 홀로 십수마리의 오거들을 막아서면 영웅적일 겁니다.

우리는 자신의 캐릭터가 빛나기를 원합니다.

규칙이란 캐릭터들이 뭔가 독특한 일을 해낼 기회를 주어 그 캐릭터가 빛날 수 있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한 캐릭터가 별다른 수고도 들이지 않고 나머지의 활약을 덮어버릴 수 있다면, 그 규칙은 실패한 셈이지요.

어떤 클래스가 (이야기 진행에서) 별로 기여할 게 없다면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게임 시스템은 보통의 게이머가 캐릭터를 짜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제대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클래스는 각자의 방식으로 독특하고 재밌는 걸 할 수 있으면서도 전반적인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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