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브르는 화가 났다. 트레이너가 허락도 받지 않고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간식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만든 간식이고, 오르페브르의 몫도 미리 남겨놨지만 그녀는 알 수 없는 배신감에 트레이너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감히 여의 허락도 없이... 아무리 내 추종자들이래도 너무하지 않는가!’

질투심에 눈이 먼 패왕이 다다른 곳은 삼여신상.

“삼여신님들, 제 트레이너가 저만 바라보고, 제게만 온 정신을 빠져놓게 해 주십시오..”

반쯤은 진심으로 그런 기도를 하는 중, 트레이너가 허둥지둥 달려온다.

“오르페브르! 아니 날도 궂은데 어딜 그렇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삼여신상에서 무언가 번쩍! 하더니 하늘에서 우르릉 소리가 났다.

“어...?”

미호노 부르봉이 꼬리를 감출까 말까 고민하던 그 시점, 낙뢰가 오르페브르의 트레이너에게 직격했다!

꽈르르르릉!!

“트레이너! 어이 트레이너 정신차리게!!”

눈앞이 깜깜해진 오르페브르는 아직 심장이 뛰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앰뷸런스를 불러, 트레이너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다행히도 옷이 좀 탄 것 외에는 크게 다치지 않은 트레이너, 하지만 각종 정밀검사를 하기 전까진 병원에 남아있어야 한다. 오르페브르는 트레이너가 심심할까 봐, 또 걱정된다며 면회를 왔다.

“휴, 그대는 정말 속을 썩이는군.. 세상에 군주의 속을 이렇게 뒤집어놓는 신하가 있었는가? 하여간 그대도 별종이 맞아. 어떻게 그 높은 삼여신상 앞에서 벼락을 맞나? 상식적으로 신상 위에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아으으...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머리가 삐쭉 선 것 외엔 큰 변화가 없으니 다행입니다.”

“하여간 이게 문제야. 깜짝 놀란 내 마음은 생각지 않는 건가? 이렇게 신하로써 자각이 없으니!!”

반쯤은 장난으로, 반쯤은 진심으로 화를 섞어 투정부리는 오르페브르였다.

그런데 트레이너의 눈빛이 뭔가 변하더니..

“미안해, 오르페브르. 요전에 네 추종자들한테 간식 나눠준 것 때문에 그러는 거지? 다시는 안 그럴게, 내가 또 그런다면 내 손이 잘려도 좋아. 아니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 나와 계속 함께해준다면...”

“?! 아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여에게 존대를 하란 말이다! 그리고 그.. 갑자기 왜 피폐집착얀데레같은 말투가 된 거냐...!”

“후후,,, 그야 번개를 맞고 깨달은 게 있으니까... 난 이제 너와 군신 관계로 만족할 수 없어. 오르페브르, 나의 사랑. 오르페브르, 나의 빛. 오르페브르, 나의 어둠. 오르페브르, 나의 삶...”

트레이너의 말은 거기서 멈췄다. 오르페브르가 버티지 못하고 달려들어 입을 막았으니까.

“뭐 이런...! 삼여신상에 한 기도가 잘못됐나? 왜 이러는 건가! 담당에게 흑심을 품은 트레이너가 어디 있다고!”

“굳이 존댓말을 쓰라 하심은, 나와 거리를 두고 싶다시는구나! 더 살아 무엇하리!”

당장이라도 삶을 포기할 것 같은 표정에, 오르페브르는 거의 패닉에 빠져서 트레이너를 포옹한다.

“착하지.. 트레이너군! 진정해라 진정! 여는 절대 트레이너를 버리지 않아. 나와 함께 패도를 걸어야 할 반려가 이렇게 약해서 되겠는가! 허나 약해도 상관없어, 나는 폭군이지 암군이 아니다! 내가 함께하기로 정한 사람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에 뭐가 있던지 같이 가는 거야.”

오르페브르의 품에서 코박죽하던 트레이너. 그녀를 올려다본다.

“하아, 오르페브르.. 냄새 좋다... 이 트레이너, 신하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뭣? 뭐.. 그래, 바로 그거다. 휴, 그 고릴라한테 몸통박치기 당했을 때보다 더 당황스러운 하루였어. 삐져서 혼자 뛰쳐나간 것도 미안하고 하니, 소원이라도 하나 들어주겠네.”

자신에게 코박죽을 시전하다니 당치도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아진 오르페브르였다.

“정말입니까, 폐하!”

“여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최선을 다해보겠어.”

“그렇다면 사랑을 담아 포옹을 한 번 더... 아니지! 이번 주말에 스키닷치부터 시작해서 우마뾰이로 전하의 몸을 탐하다가 온 몸을 구석구석 XX하고 XX까지....!!”

“뭐.... 뭐라고..!!!! 이 불경한 자가!!!!”

사실은 그런 부분에선 허접♡ 그 자체였던 오르페브르 폐하,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진 채로 아무것도 못하며 얼어버렸다.

“제발 그 입을 다물게! 제발!”

“하아아... 화내는 모습도 너무 좋습니다!! 숭배합니다, GOAT”

“이 정도의 집착을 원한 건 아니었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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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이 저렇게 빨개질 수가 있네.”

“누구 별명이 사과인지 모르겠지만 넘겨줄 때가 된 것 같슴다..”

라이벌의 트레이너가 입원했다길래 병문안을 온 윈 바리아시옹과 그녀의 트레이너는, 별로 다친 것 같지도 않은데 돌아가야겠다, 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