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장 같은 이야기임.

일주일 전까지도 나는 내가 단지 연애/결혼에 관심이 적은 이성애자 남자라 생각했고, 내가 아무래도 결혼할 나이이기도 해서

주변 어른들로부터 푸시도 많이 받고 자연스럽게 애인이나 결혼 상대에 대해 생각들을 했었는데,

항상 들었던 생각이,

만약에 누굴 만나게 된다면,

'친구같은 여자, 베프같은 여자,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여자 였으면 좋겠다'

거의 99프로는 이런식으로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언제나 로맨스가 부재했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간지럽거나 달달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게 내 사고에 없었어.

내가 평소에 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스타일을 생각해봐도 거의 대부분 톰보이에 가까운 성격의 여자들이었거든.

성적인 매력보단 씩씩하고, 당당하고, 친구같은 매력이 있는 유형들..

나에게 두근두근거림 보다 친한 친구같은 편안함이 훨씬 와 닿았던 데에는 과거의 내가 자각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부모님께서 내 결혼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셔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결혼할 거라는 기대 너무 하지 말라고 하고싶은 걸 몇년이나 참았는지 모르겠다.

여태 핑계는 대충 초식남스러운 핑계를 대왔지만 내 본심은 연애/결혼 의지의 절제나 포기가 아닌 부재라는 걸 항상 납득시켜드리고 싶었는데,

결국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결정적인 원인이 무성애였다는 게 뭔가 '유레카!'스러우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