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로맨틱 유성애자 얘기했는데, 웃기게도 어렸을 때는 스스로를 유로맨틱 무성애자라 보고 있었어. 어쩌다 그게 정반대로 변한 것처럼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핵심은 내 로맨틱 지향과 정적 지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야. 남들 기준-어디까지나 다수,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는 톱니바퀴가 스무스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삐그덕대는 그런 느낌인 거지. 

그렇게 인터넷을 돌던 중 이런 글을 찾았어. 이미 읽은 사람도 있겠지만, 믿을 만 한 것 같더라고. 나무위키의 무성애 항목은 레이블만 수십개 늘어놓고 자세한 설명도 없어서 도움이 안 돼. 

그림자 이야기 :: 무로맨틱과 무성애의 스펙트럼 (tistory.com)

이 내용을 참고해본 결과, 나의 지향성을 설명하기에 적합할 만한 말들을 알 수 있었어. 개중에 내 성격에 딱 맞는 말들만 골라보자면 쿠피오로맨틱 리스(아코이)섹슈얼 정도? 실재로 연애감정은 거의 못느끼지만 연애적(?) 애착관계를 원하긴 하고, 그렇다고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나란 놈은 복잡하다. . .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지.

그럼에도 무성애 스펙트럼이 좋은 이유는 나를 무엇이라고 결론내리지 않고도 남들과 다른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이야. 굳이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우면 그레이로맨틱 그레이섹슈얼이라든가, 콰이로맨틱 콰이섹슈얼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뭔가 '애매함'이 특성인 레이블에 안착하면 될 것 같거든. 반드시 답을 내리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선 열린 결말로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