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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남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소년

J.Mar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5 14:05:12
조회 350 추천 5 댓글 6
														

내가 10대 중후반에 느꼈던 심리가 이걸로 요약돼. 지난 글에 '진짜 논바면 남자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댓글에 거기서 간단히 설명했던 젠더 디스포리아, 혹은 그 비슷한 심리의 원인이 뭔지 곰곰히 생각해봤어. 사실 거기엔 두 가지 측면이 더 있었지. 첫째로 사춘기가 오면서 남성화되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있고 둘째가 이번 글의 주제야. 사실은 가부장적 제도의 강요에 대한 반발심이 아니었을까? 나는 평화를 추구하는데 남성들은 싸우고 빼았고, 정복하잖아? 나는 자유를 추구하는데 남성들은 남자가 울면 안된다느니 꼽주면서 감정을 억압하잖아? 난 그게 싫었을 뿐인 거지. 이러한 모습은 내 타고난 본성과 맞지 않는데 누군가 나에게 남성성을, 그것도 내가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부분까지 받아들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니 나로서는 좀 힘들었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도 그 중에 하나이긴 했어.


원래 남성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나 길러지길 어머니의 품에서 길러진다.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여성성'을 타고 길러진다. 그리고 길러진 남성들은 아버지들이 있는 산업사회의 일꾼으로 길러지게 된다. 그러면서 남성들은 본래의 여성성을 숨기고 가부장적인, 남성적인 남자(로서)의 성 정체성을 '배우게'된다....(중략)..."남성들이 스스로 처음 생김을 도리질하고 억누르면서 같은 아픔과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게 제 것으로 얻은 남성성은 남성 지배 사회로부터 매우 획일적일 것이고, 표준화된 틀로 절대화된다. 이것은 또 다른 남성의 억압문화다. 그리고 이것을 사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스테스의 침대'라고 한다(남자 심리지도 73쪽 참조)."

-<독립(獨立/毒立)선언문> 부록에서-


여기 고등학생 때 선배가 졸업하면서 쓴 자서전에 '남성성은 만들어진다'는 대목이 있어. 본래 감성적이고 온화한 성격이었던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가부장적이고 억압적,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 공감능력을 잃어갔다는 고백이 있었는데 깊이 공감되더라. 나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남성성이란 것에 의문이 들었어. 남성성이 강함이 아니라 잔혹함인가, 그럼 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고 말야. 나의 타고난 성향과 가치관에는 생성하고 보살피는 '여성성'이 더 잘 맞았던 거지. 그렇다고는 해도 나의 경험과 신체적, 심리적 변화의 양상을 보니 내가 '여자'로서 살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계집애 같다'는 비난을 감수하기는 또 맘이 여리고. . . 그땐 이런 걸로 참 많이 고민했지.


시간이 지나 지식과 경험, 지혜가 쌓이면서 난 억압과 폭력이 아닌 방법으로도 남성성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어. 약자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쓰고,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거야. 하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은 상호보완적이기에 이마저도 '여성성'이 없이는 한계가 있겠지. 사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면서도 '폭력적'인 남성성과 '자애로운' 여성성의 대립이 보이더라. 영화는 결과적으로 후자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말야. 사실 이건 남성성이 좋다거나 여성성이 좋다고 일반화하고 갈라치기 할 문제는 아닌데, 어떠한 삶을 살아가든 전인적인 인격으로 발전하려면 꼭 자애심이 필요해. 난 그렇다고 봐.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여성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여성들의 권리를 되찾아 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게 공공선에 부합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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