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준비했다가 접은 원고의 초고 입니다.

그냥 버리기엔 아까운것 같아서 갤에 풉니다.

그리고 현재 공모전에 출품한 <스팀조선, 증기 거북선과 반잠수함>도 
관심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요약하면 '우리 선조가 달라졌어요' 되겠습니다. ㅎ

***

003화 –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김의 입은 쉬질 않았다. 귀찮을 정도였다.

“근데, 궁금한게 있네.”

“또, 뭘?”

“이순신 장군에 대한 불리한 기록은 없나? 어떻게 한 인간이 그렇게 완벽할 수 있나 싶어서 말야?”

“있지.”

“오! 그래? 어떤 기록인가?”

“장군이 직접 쓴 난중일기가 가장 가혹하고, 냉정한 기록이지.”

“아... 그럼 일본 쪽 기록은?”

“되레, 일본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칭송하는 기록이 많지.”

“하긴, 일본은 충무공을 높여야 패전의 명문이 설것이니...”

“그런게 아니네!”

“그럼 어떤?”

“진정한 강자에 대한 경외와 숭배이지.”

“예를 들면?”

“일본의 몇몇 교과서에는 장군의 초상화는 물론 거북선과 업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고, ‘동양의 해상영웅’으로 서술하고 있어.”

“교과서에?”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일본 대중의 이미지는 관우, 장비 같은 용장이었지만. 이후 우리만큼 열심히 장군을 연구했고 추앙하는 수준이 되었다네 ”

“뭐, 일본 해군 제독이 이순신 장군과 넬슨을 비교했다는 소리는 나도 알지.”

“그 비교조차 장군을 추앙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어. 그 제독이 사토 데쓰사란 인물인데 그냥 사석에서 이야기 한게 아니라 ...”

“...”

“그가 쓴 저서 ‘제국국방사론’에서 ‘역사상 최고의 제독이며 인간적, 도덕적인 면까지 생각하면 이순신 장군이 더욱 뛰어난 인물이라고 서술했지.”

“그런 사례는 나도좀 알긴 하네만, 내가 궁금한건 그게 일본이 자신들의 패전을 ... 그러니까 충무공을 높여서 자신들의 실패를 중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해서 말야.”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고, 그런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게... 일본을 ...”

“???”

“그들은 자신을 확실하게 짓밟은 강자에겐 확실히 업드리고 숭배하는 문화가 있네. 그들 역사인 전국시대의 역사가 그러했고, 2차 대전에서 핵 두방 맞고, 미국에 확실하게 복종한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네.”

“그럴 듯 하네 그려...”

“하나의 사례를 더 들어보면...”

“일본이 패방하고 나서, 일본인들이 연합군 최고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에게 보낸 편지가 45만통에 가깝다고 하네.”

“잉?”

“뭐, 일종의 팬레터라고 보면 되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지.”

“???”

“천황 아래서 그렇게 지독하게 싸웠던 일본인들이 막상 미국에게 점령당하니, 전국시대의 그때처럼. 맥아더를 구세주, 신에 비유하고 ’장군의 아이를 낳고싶다.’ 등등 맥아더를 바뀐 주군으로 인식했단 말일세.”

“햐아~ 거 알다가도 모를 족속이네...”

“그러니 무패의 전신인 이순신 장군을 어찌 생각하겠나?”

“맥아더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이해가 되는 구먼.”

“다른 예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후손들은 아직까지 한산대첩 당일인 7월8일에는 미역을 먹는 풍습을 지키고 있다네.”

한산도에서 패하고 무인도에 표류한 와키자카는 구출될 때 까지 미역만 먹으면서 살아남았다.

“아, 그 이야긴 나도 아는데 정말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미역만 먹겠나. 와키자카 집안에 7월8일이 ‘미역 먹는 날’로 지켜져 오는 것이지, 마치 설날에 떡국 먹는 것 처럼 말이야.”

“그게 사실이었다니. 하하.”

“그리고, 자네 대장군전은 뭔지 알지?”

“그, 화포로 쏘는 2m 가까이 되는 화살 말인가?”

“무게도 한 20kg쯤 되지.”

“그런데?”

“임진왜란 당시에 쓰인 대장군전의 실물이 일본에 있다네.”

“그래?”

“안골포 해전 당시 구키 요시타가가 자신의 대장선에 박힌 대장군전을 챙겨서 본국까지 가져간 것이지, 당시 일본의 장계를 살펴 보면 ‘조선군이 대들보를 뽑아서 대포로 쏜다’라고 되어있어.”

“하긴, 따콩, 따콩! 쏘는 조총인 전부였던 일본군 입장에선 놀랄만 하겟네 그려.”

“아셨던 게지.”

“뭐가 말인가?”

“이순신 장군은 왜놈들을 확실하게 밟아주어야 한다는 걸 말야. 그 결과가 노량해전이라고 보네.”

“그 말은 ...”

“어찌 이순신 장군이 단지 ‘원수를 갚겠다.’ 수준의 필부의 마음으로 전투에 임했겠나? 이후 수백년간 일본과 왜구의 준동이 없었던 것이 노량해전의 결과라고 생각하네.”

“아, 그때 충무공이 전사하지 않고. 대마도만이라도 정벌을 했더라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나면 힘만 빼고 실익은 없었을 것이네...”

“그럼?”

“만약 뭔가 해야 했다면, 일본 본토까지 들어갔어야 하겠지.”

“어디까지?”

“음, 큐슈 정도 점령하고 조선 수군으로 틀어막으면, 그 생산력과 인적자원으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지도가 만들어지지 않았겠나? 하하.”

“가능했을까?”

“히데요시가 죽고 나서 동군, 서군으로 나뉘어 세키가하라 전투로 정권이 바뀐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이 결집하긴 힘들었을 게야.”

“음...”

“또, 강자에게 귀부하는 일본의 습속이나, 당시 조선에 귀순한 항왜의 사례를 보면. 일본의 특정 세력을 조선의 세력권에 포함하거나, 점령하는 것도 가능했겠지.”

“오오~ 가슴이 웅장해 지는 구먼!”

“하지만, 당시 조선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선조 때문에?”

“하아~ 부질없는 이야기 그만하세.”